[E·D칼럼] 에너지 정책 수립, 행동경제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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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7.05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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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선임연구원 /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력정책연구센터

[에너지데일리] “팔꿈치로 살짝 찌르기, 가볍게 밀다”의 뜻을 갖고 있는 '넛지(nudge)'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2009년 국내에 번역본으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의 제목이기도 한데, 어떠한 행동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자연스럽게 변화하도록 만드는 개입을 의미한다.

이 책의 원작자인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교수는 행동경제학을 체계화해서 학문적으로 확립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그보다 15년 앞선 2002년에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 역시 심리경제학 및 행동경제학 등의 준합리적 경제이론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처럼 애덤 스미스 이후 300년 넘게 이어온 주류경제학에 도전장을 내민 행동경제학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였던 경제학 연구의 기본 가정들이 현실에는 적절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인간의 비합리성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합리성이라는 비현실적인 개념을 부정하고 있을 뿐이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인간이 합리적·이성적이며, 경제적 가치의 크기에 대해서도 항상 일관되게 인식한다고 가정하고 대부분의 모델을 세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가정을 기반으로 의사결정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서 선호도가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대안들을 경제적인 수치로 정확히 환산 및 계산할 수 없기에, 효용이론이 예측하는 바와 일치되는 행동이 유발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기대효용이론을 대신한 전망(prospect)이론을 통해 이를 설명하는데, 개개인이 갖고 있는 가치함수는 준거점에 의존하며, S자 형태임을 주장하고 있다.

먼저, 준거점에 의존한다는 것은 준거점 기준으로 이익이나 손실에 대한 가치를 산정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세금을 10% 기준으로 걷은 후에 7%로 정산하여 환급해 주는 것은 이익으로 여기고, 5% 기준으로 걷은 후에 7%로 정산하여 징수하면 손실로 여긴다는 것이다. 같은 7%를 세금으로 걷었지만 이미 준거점이 이동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는 준거점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게 된다.

다음으로 S자 형태라는 것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여윳돈을 가졌을 때의 1만원, 그리고 1만원 밖에 없을 때의 1만원은 우리에게 다른 가치로 인식된 채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101만원이 지갑에 있을 때와 1만원이 지갑에 있을 때에 우리의 소비 행위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필자가 이렇게 행동경제학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까닭은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고 수요 부문에 대한 관리가 중요해지는 현재의 에너지 산업에 대하여 적절한 정책 대안을 수립할 때에 인간의 행위적 특성에 대한 고려와 관련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고 있는 에너지 시장에서는 행동경제학 기반의 분석 프레임이,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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