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동일본 대지진이 일본 전력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초점] 동일본 대지진이 일본 전력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9.07.24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력융통 문제 해결 위해 ‘전력광역적운영추진기관’ 설립… 지역 간 연계선 확충
전력소매시장 전면 자유화로 신전력사업자 참여 증가… 전력 수용가 선택폭 확대
원전 중지 따른 대체 수입 연료 증가·재생에너지발전촉진부과금으로 전기요금 인상
2020년 4월 송・배전부문 분리… 신전력사업자 송・배전망 이용 더욱 용이해질 전망

일본은 지난 2013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전력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는 등 기존 전력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전력시스템에 관한 개혁 방침’을 발표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 전기요금 인상 억제, 전력 수용가의 전력회사 선택폭 및 사업자의 사업 기회 확대를 목표로 3단계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최근 전력시스템 개혁을 여러 방면에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이 전력시스템에 있어 우리보다 앞선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변신을 추구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일본의 전력시스템 개혁 추진 동향’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 내용을 정리한다. <변국영 기자>

 

▲전력시스템 개혁

동일본 대지진으로 기존 전력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 2013년 ‘전력시스템에 관한 개혁 방침’을 발표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원전을 비롯한 대부분의 발전설비가 피해를 입어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도쿄지역의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계획정전 등을 실시했다.

전력시스템 개혁의 목표는 ▲전력 안정공급 ▲전기요금 인상 억제 ▲수용가의 전력회사 선택폭 및 사업자의 사업 기회 확대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3단계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1단계로 2015년 4월 1일 정부 산하 ‘광역계통운영기관’ 설립했다. 전국의 계통 상황을 일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전국 규모의 수급 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2단계로 지난 2016년 4월 1일 전력소매시장을 전면 자유화했다. 모든 전력수용가가 전력공급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발전사업자들의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전기요금 수준을 인하하도록 했다.

3단계는 2020년 4월 1일 송・배전부문을 법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모든 소매전기사업자가 공평하게 송・배전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송・배전부문의 독립성 강화하는 것이다.

 

▲광역계통운영기관 설립

동일본 대지진으로 동일본 지역에서는 원전 및 화력발전소 등 발전원이 피해를 받아 전력수급이 악화됐고 원활하지 않은 지역 간 전력 융통 문제가 대두됐다. 피해를 받지 않은 주부전력 이하의 서일본지역에 입지한 전력회사들로부터의 전력 융통이 대안으로 제시됐으나 동・서지역의 상이한 주파수로 인해 융통이 가능한 전력량에 한계가 있어 충분한 전력 융통이 어려웠다. 일본의 주파수는 시즈오카현의 후지가와를 경계로 동일본지역의 주파수는 50Hz, 서일본지역의 주파수는 60Hz로 구분된다.

전국적인 원활한 전력 융통을 위해 광역계통운영기관을 설립했고 이 기관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지역 간 연계선을 확충하고 있다. 도호쿠지역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에 적합한 지역으로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발전사업자들이 기존 연계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확충을 요청했고 2017년 2월 3일 광역계통정비계획이 수립됐다. 도호쿠전력은 현재 약 264만kW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앞으로 풍력발전을 중심으로 200만kW 추가할 방침이다.

도쿄-주부지역 간 연계설비의 경우 현재 120만kW에서 210만kW로 확충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력수급검증소위원회에서 재해 발생 시를 고려해 300만kW로 추가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지난해 6월 광역계통정비계획이 수립됐다.

광역계통운영기관은 기후에 따른 수요 변화, 전원설비 문제 등에 따라 수급 상황이 악화하는 경우 지역 간 수급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2015∼2018년까지 3년간 총 41번의 전력융통을 지시했고 전력융통 지시 횟수는 증가 추세에 있다.

 

▲전력소매시장 전면 자유화

전력소매시장 전면 자유화를 통해 기존 일반전기사업자가 독점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오던 저압부문(50kW 미만)에 새로운 전력사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전력 수용가들의 전력 공급처에 대한 선택폭이 확대됐다.

지난 7월 1일 기준으로 경제산업성에 소매전기사업자로 등록한 사업자 수는 593개로서 전력소매시장 전면 자유화가 실시된 2016년 4월 291개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전력 판매량(특고압, 고압, 저압) 중 신전력사업자의 비중은 전력소매시장 전면 자유화를 계기로 확대돼 지난 2월에는 14.6%까지 늘었다. 이 중 저압부문 전력판매량에서 차지하는 신전력사업자의 비중은 12.7%까지 확대됐다.

기존 전력공급처인 일반전기사업자에서 신전력사업자로의 공급계약(저압)을 변경한 건수는 2016년 4월의 약 53만7000건에서 지난 2월에는 약 943만5000건으로 늘었다.

또한 전력소매시장에 신전력사업자들이 참여함에 따라 저압부문의 전력수용가들은 자신의 전력소비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전력소매시장 전면 자유화 실시 이전까지 기존 일반전기사업자가 제공하는 저압부문의 전기요금은 ‘총괄원가 방식’으로 결정해왔으며 정부의 인가 없이는 요금 인상이 불가능했다.

총괄원가 방식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방식으로 일반전기회사의 비용(총원가)을 산정하고 총원가와 전력판매수입(전기요금 수입)이 일치하도록 전력량 요금단가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전기회사의 과도한 이익 확보를 방지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일반전기회사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필요로 하는 비용의 확실한 회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전력소매시장 전면 자유화 이후 전력수용가들은 신전력사업자들이 제시한 자유요금제와 경쟁이 활발해지기 전까지 수용가 보호 관점에서 유지하고 있는 기존 전기요금(규제요금)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신전력사업자들의 참여가 부진한 곳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그런 경우에는 규제를 받지 않는 독점적인 요금제가 설정돼 전력수용가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한편 경제산업성은 현재 충분한 경쟁이 이뤄지고 않고 있다고 보고 전력수용가를 보호하기 위해 2020년 4월 이후에도 모든 지역에서 규제요금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충분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각 지역별 저압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 수준의 독립된 경쟁사업자가 2개사 이상 존재하는지 여부’다. 그러나 저압부문에서 5% 수준 이상을 차지하는 신전력사업자가 2개사 이상 존재하는 지역은 없다.

저압부문에서 신전력사업자가 1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은 도쿄전력과 간사이전력의 공급지역이었다. 도쿄전력 공급지역의 경우 2위는 각각 도쿄가스(4.61%), 3위는 KDDI(2.14%)였다. 간사이전력 공급지역의 경우 2위는 오사카가스(5.54%), 3위는 J:COM West社(1.11%)였다.

전력소매시장 전면 자유화 이후 신전력사업자 증가 및 주요 전력회사의 전력도매시장을 통한 공급 증가로 전력도매시장 스팟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 도매전력거래소의 스팟 거래량은 전력소매시장 전면 자유화를 실시한 당시 5000만kWh(총수요의 약 2%)였으나 지난 5월에는 약 6억∼7억500만kWh(총수요의 약 30%)로 확대됐다.

자사 발전설비를 보유하지 않은 신전력사업자들은 주로 전력거래시장인 일본전력도매거래소를 통해 소매시장에 판매할 전력을 구매하고 있으며 조달량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전력사업자들의 전체 전력조달량 가운데 전력도매거래소로부터의 조달량 비중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45.5%에 달했다.

9개 주요 전력회사는 2017년 4월 이후 자사의 발전・판매 전력량 일부를 전력도매거래소를 통해 조달(각 사 전력판매량의 10% 수준)해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 20∼3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주요 전력회사들은 원전 가동 중지에 따른 대체 수입 연료 증가 및 재생에너지발전촉진부과금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가정 전기요금의 평균 단가는 2014년에 25.51엔/kWh로 2010년 대비 25% 상승했고 2017년에는 23.71엔/kWh를 기록했다. 산업 전기요금 평균 단가는 2014년에 18.86엔/kWh로 2010년 대비 38% 올랐고 2017년에는 16.57엔/kWh를 기록했다.

전기요금은 여전히 동일본 대지진 이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주요 원인 중 하나를 재생에너지발전촉진부과금으로 보고 있다. FIT 제도에 따라 전기요금에 부가되는 총 부과금액은 2012년 1300억엔(0.22엔/kWh)이었으나 2018년에는 2조3726억엔(2.90엔/kWh)까지 늘었다. 2019년에는 총 부과금액이 2조4290억엔(2.95엔/kWh)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매입금액(FIT 매입금액)을 억제하기 위해 입찰제도 대상을 확대하고 미가동 태양광발전설비에 대해 제재하는 등 대응책을 실시하고 있다.

 

▲송・배전부문 법적분리

현재 송・배전사업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및 효율적인 송・배전망 관리 등을 이유로 일반송・배전사업자가 지역독점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송・배전망 정비 비용을 부담하는 일반송・배전사업자는 송・배전망을 이용하는 신전력사업자들이 지불하는 이용료(탁송요금)를 통해 투자비용을 회수한다.

탁송요금은 일반송・배전사업자가 설정하며 인상 시에는 경제산업성 장관의 허가가 필요하다. 탁송요금에는 송・배전부문에 소요되는 인건비, 설비 개・보수비, 감가상각비 등이 포함되며 가정용 전기요금의 약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신전력사업자뿐만 아니라 송배전망을 소유한 일반송・배전사업자 산하의 소매회사도 송・배전망을 사용할 경우 탁송요금을 동일하게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송・배전사업자의 송전선 이용권 제한, 부당한 요금 제시 등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이에 일본 정부는 경쟁 촉진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일반송・배전사업자가 담당하고 있는 송・배전사업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 4월 1일에 전력시스템 개혁의 마지막 단계인 송・배전부문의 법적분리가 실시될 계획이며 이에 따라 신전력사업자들의 송・배전망 이용이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송・배전망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전력회사들이 송・배전부문 법적분리 의무화 계획에 따라 송・배전부문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법적분리에는 각 부문을 자회사로 하는 ‘지주회사 방식’과 송・배전부문을 발전・소매부문의 자회사로 두는 ‘발전・소매 모회사 방식’ 등이 있다. 후자의 경우 송・배전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할 뿐 발전과 소매는 분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지주회사 방식에 비해 주요 전력회사 입장에서는 유리한 방식이다.

도쿄전력과 주부전력은 지주회사 방식에 따라 분사화를 진행했으며 홋카이도・도호쿠・호쿠리쿠・간사이・주고쿠・시코쿠・규슈전력은 발전・소매 모회사 방식에 따라 분사화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