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에너지 전환을 넘어 '에너지 변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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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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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경 / 전력거래소 신시장운영팀 주임

전력산업을 개척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커런트 워’가 곧 개봉한다고 한다. 전구를 발명하고 전등을 상업화한 사람(토마스 에디슨), 교류 송전방식을 개발하여 원거리 송전이 가능케 한 사람(니콜라 테슬라), 미국 전역에 최초로 현대적인 전력산업을 영위한 사람(사무엘 인설)들과 전력산업 초창기의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인데, 전력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영화다.

‘커런트 워’의 주인공들이 전력산업을 개척한 이후 1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전력산업은 안정적이고 예측이 가능했기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로 전력을 생산(발전)하고, 발전소부터 소비지 인근까지 전력을 전달(송·배전) 및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력을 소비자에게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기후변화 문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경제성 확보, AMI·마이크로그리드로 대변되는 ICT 기술의 발달로 원거리의 대형 발전소가 아닌 소비지 주변의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으로부터 전력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전력부문에서는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을 넘어 에너지 변환(Energy Transformation)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의 정점으로 여겨지는 에너지 변환은 전력산업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현상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으로, 재생에너지원을 기반으로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분산화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의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

전기화(electrification), 분산화(decentralization) 그리고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에너지 변환을 주도하는 3가지 큰 흐름이라고 할 수 있으며, 향후 전력산업을 이해하고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를 잘 이해하고 습득해야 한다.

첫 번째로 전기화(electrification)를 생각해야 한다. 전기화는 전기자동차·전기건조기·전기세척기·전기난방기기 사용 등 최종에너지 소비를 석유 등의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화가 재생에너지와 함께 확산될 경우,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통해 전력계통의 유연성 확보가 가능해지며, 부가적으로 석유 및 가스 수입 의존도 및 국제 연료가격 변동성 감소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일부에서는 전기화로 인해 전력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계통을 운영한다면 잠재울 수 있는 우려라고 생각한다. 전기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공급 측면에서는 Peak Shaving을 통한 전력관리, 소비 측면에서는 고효율 제품 사용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높은 효율의 고품질 전기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전기화가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전기자동차 보급 전망 및 시간대별 충전 패턴 분석,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분야와 전력 수요의 유기적 상관관계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기존의 수요전망 방식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예측 오차는 더욱 커져 계통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력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분산화(decentralization)를 고려해야 한다. 기존의 최종소비자와 장거리에 위치한 대규모 원자력·화력 발전소뿐만 아니라 수요지 인근에 위치한 분산에너지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 DER)을 통해 최종소비자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분산에너지원은 루프탑 태양광 및 소형 풍력발전기 등 일정 설비용량 이하의 분산형 전원 또는 전기자동차 및 에너지저장시스템 등을 의미한다. 분산에너지원의 비중이 증가할수록 태양광·풍력과 같이 날씨의 영향에 따른 출력 변동성이 큰 발전원을 수용하기 위한 전력계통 운영 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미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덕커브(duck curve) 현상이 국내에서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덕커브 현상이 심화됐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오후 시간대에 급격히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다. 다행히 전기자동차 및 에너지저장시스템의 유연성으로 수요관리 측면에서의 출력 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확한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예측과 출력 변동성을 수용할 수 있는 보조서비스다. 일차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의 정확도와 연관이 있는 기상 정보 예측 오차율을 줄이기 위해 기상 및 IT 등의 산업과의 동반 성장 및 협업이 필요하다. 이차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유연성 예비력 확보 기준과 신재생에너지 과도한 발전량이 주파수 및 전압 유지에 영향을 미칠 경우의 Curtailment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화(Digitalization)이다. 특성이 다른 발전기가 다양화, 분산화 될수록 다뤄야 할 데이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계통의 경제성·신뢰성을 위한 최적화 시스템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전력산업과 융합, 즉 전력산업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다.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전력계통과 관련된 설비의 모니터링, 실시간 운영 및 새로운 전력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또한 기존에는 공급자만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었다면, 미래에는 소비자와 정보를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가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이다. AMI는 스마트 미터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통신망을 통해 전달하고, 전달받은 데이터를 가공해 효율적인 전력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계량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불필요한 전력소비를 줄여 효율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마이크로그리드와 이웃 간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프로슈머에서 AMI는 핵심기술로 꼽히고 있다.

3가지 흐름을 통해 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이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과 전력산업의 변화를 위해서는 전력산업 이외의 IT 및 기후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결과 아직까지는 공급과 수요의 벽이 완전히 허물어지지 않았고, 에너지 플랫폼의 변화가 아닌 기존 플랫폼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단계라고 판단할 수 있겠다.

하지만 미래에는 디지털화로 무장된 전력산업의 고객들이 IT 기술을 활용한‘전력의 가상거래’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 플랫폼을 요구할 것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소비자의 재화라고 인식하고, 개인의 소비에 맞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비자 기반 플랫폼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플랫폼 변화를 위해 관련 전문가 확보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후 다양한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나의 장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