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안(西安)을 다녀와서
중국 서안(西安)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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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8.2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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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영웅들의 백일몽 같은 영욕 어린 곳
영화로왔던 천년고도 잿빛 추억만 남아

예술인들과 함께 중국의 서안(西安)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서안이라 붙여지기 전에는 장안이라 불렀다고 한다.

장안은 삼국시대 이후로 오랫동안 우리나리의 옛 선조들이 꿈꾸던풍요롭고 번창함은 물론 화려한 도시였다. 그곳에는 이천년전 한나라, 당나라 이래로 천년동안이나 수도였을뿐만 아니라 그 가까이에있는 함양은 B.C 235년부터 중국을 통일했던 진나라의 수도이기도 했다.

서포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의 배경도 당나라때의 수도 장안인 현시안이다. ‘구운몽’을 읽을때마다 나는 하남땅의 베옷 입은 가난한 선비 양소유가 백일몽을 실현시켰던 화려한 꿈의 도시 장안의 모습이 궁금했다.

평소에 40도를 오르내린다는 서안은 우리일행이 머무르는 동안 줄곳 비가내려 고도(古都)다운 무겁고, 침통한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서안은 이제 화려한 산천의 풍경과 넘쳐나는 옛 자취로 열다섯살 시골소년 양소유를 매료시켰던 아름답기만한 장안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거리를 지나치면서 ‘진채봉’에게 매혹되어 ‘양류사’를 전하고 여장을 하고, 재상의 집에 들어가 거문고를 연주하던 열여섯살어린 양소유를 생각하면서 위수를 지나면서는 사십만 오랑캐를 맞아 싸워이기고 돌아오는 상장군대원수 양소유를 떠올렸다. 그는 공주였던 두 아내와 재모로 널리 알려졌던 여섯첩을 거느린 제후가 되어 부록을 누림으로써 완전한 ‘백일몽’을 실현시켰으리라.

그러나 이제 서안은 추억과 환희의 도시였다. 어느 가을날 언덕에서 내려다본 화려한 고도 장안은 소유에게 허무를 가르쳤다.
“새임금 진시황제, 한무제, 당현종은 천고의 영웅으로 천하를 집으로 삼고 수많은 백성들을 신하로 삼아 호화와 부귀영화로 백년삶도 짧게만 여기더니 지금은 모두다 어디 있나뇨…”

나는 서안에서 양소유의 이 독백을 생각하면서 잠시 상념에 잠겼다. 영화로웠던 천년고도 서안(西安)에는 지금 수많은 제왕과 영웅들이 꿈꾸워 왔던 백일몽같은 영화가 잿빛추억으로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윤호철 기자 yaho@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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