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 이룬 두산중공업을 가다
[르포]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 이룬 두산중공업을 가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19.09.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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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 5번째 보유국 반열 올랐다”

‘기계공학의 꽃’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출력 270MW·발전효율 60% 이상
부품 수만 4만 여개… 블레이드 1개 가격이 중형차 1대 가격과 맞먹어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지난 18일 오전 9시 기자가 몸을 실은 대한항공 여객기는 김포공항을 출발해 1시간을 날라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버스로 다시 40분을 이동해 도착한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두산볼보로 22. 두산중공업 본사이며 우리나라 발전설비의 산실인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총 130만평. 여의도 면적의 25배 달하는 엄청남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 날은 우리나라 발전설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날이다. 두산중공업이 발전설비 핵심인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하고 초도품을 기자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불린다. 최신 가스터빈의 경우 1500℃ 이상의 가혹한 운전조건에서 지속적으로 견디는 ‘초내열 합금 소재 기술’과 복잡한 형상의 고온용 부품을 구현하는 ‘정밀 주조 기술’, 대량의 공기를 24:1(최신 압축기 모델 기준)까지 압축하는 ‘축류형 압축기 기술’, 배출가스를 최소화하는 ‘연소기 기술’, 압축기·연소기·터빈의 핵심 구성품을 조합시키는 ‘시스템 인테그레이션 기술’이 조화된 최고 난이도 기계기술의 복합체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발전설비 중 국산화가 가장 나중에 이뤄진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3년 이탈리아 회사를 인수해 가스터빈 국산화를 이루려고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 회사가 “중요 전략 자산을 넘길 수 없다”고 해 딜이 성사되지 못했다.

경쟁사들은 “제트엔진을 못 만드는 나라는 절대 가스터빈을 만들 수 없다”며 두산중공업의 국산화 성공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쓰비시는 2013년 두산중공업 국산화에 돌입하자 가스터빈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더 좋은 조건의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유혹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난관을 뚫고 지난 2013년 두산중공업은 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모델 개발 국책과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가 약 600억원을 투자했고 두산중공업도 자체적으로 총 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국책과제에는 두산중공업과 함께 21개의 국내 대학, 4개의 정부 출연연구소, 13개의 중소·중견기업과 발전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어 산·학·연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의 성공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한국형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와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5개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DGT6-300H S1 모델’은 출력 270MW, 복합발전효율 60% 이상의 대용량·고효율 가스터빈이다. 부품 수만 4만 여개에 이른다. 가스터빈 내부에 450개가 넘는 블레이드가 있는데 블레이드 1개 가격이 중형차 1대 가격과 맞먹는다.

이런 가스터빈은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가스발전의 초미세먼지(PM 2.5) 배출은 석탄발전의 1/8이고 직접 배출되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은 석탄발전의 1/3 이하로 친환경 운전이 가능하다.

이종옥 두산중공업 기술연구원 박사는 “발전용 가스터빈은 항공기 제트엔진을 모태로 출발했지만 시장의 요구에 따라 급격한 기술발전을 이뤄냈다”며 “1500℃가 넘는 고온에서 안정성과 내구성을 보증하는 첨단소재 기술 등 이번에 개발한 270MW 모델에 적용한 일부 기술은 항공용 제트엔진의 기술력을 넘어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모델은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500MW급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3년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두산중공업은 이 모델 외에도 시장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최신 사양의 후속 가스터빈 모델(380MW급), 신재생 발전의 단점으로 꼽히는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100MW급 중형 모델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격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다각화하는 노력을 펼쳐왔는데 오랜 노력 끝에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하게 됨으로써 매우 큰 결실을 맺었다”며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스터빈은 총 149기로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가스터빈 구매비용 약 8조1000억원에 유지보수, 부대 및 기타비용 약 4조2000억원을 고려하면 약 12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 2017년 말 발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노후 복합발전소, 석탄발전소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가스터빈이 필요한 신규 복합발전소는 2030년까지 약 18GW에 이를 전망이다. 18GW 복합발전소 증설에 국산 가스터빈을 사용할 경우 약 10조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유지보수, 부품교체 등 서비스사업과 해외시장 진출까지 고려하면 파급 효과는 훨씬 클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중공업은 국내외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통해 2026년까지 가스터빈 사업을 연 매출 3조원, 연 3만명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를 창출하는 주요사업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서비스 시장 공략 준비도 마쳤다. 가스터빈을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다. 창원 본사는 물론 미국 플로리다, 스위스 바덴에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위한 별도의 R&D센터를 설립했다.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창원 본사에 정격부하 시험장을 준공했다. 이 곳에서는 3000개 이상의 센서를 통해 가스터빈의 진동, 응력, 압력, 유체와 금속의 온도를 모니터링 하는 등 종합적인 성능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가스터빈 제조사들은 기기 공급뿐만 아니라 공급 후 유지보수, 부품 교체 등의 서비스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7년 미국에서 가스터빈 핵심부품에 대한 정비, 부품교체, 성능개선 등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는 DTS를 인수했다. DTS는 현재 국내 상업운전 중인 대부분 가스터빈 모델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6년 연매출 3조 이상 수출산업으로 육성

가스터빈, 신재생 등과 함께 중장기 신성장 동력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은 GE, 지멘스, MHPS 등 소수 가스터빈 OEM사들의 과점 상태로 발전사들은 후발주자에 대한 니즈가 있다. 이번에 최종조립을 실시한 DGT6-300H S1 모델은 H급 270MW 모델로 경쟁사 제품과 마찬가지로 단순 효율 40%, 복합 효율 60%로 설계, 제작되고 있다. 현재 H+급의 DGT6-300H S2(380MW) 모델을 병행 개발 중이고 신재생 발전 증가에 따른 간헐성 대응을 위한 전략 모델로 중형(100MW 모델)도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플랜트 전반에 걸쳐 기술과 실적을 보유한 회사로 국내외 주요 발주처들과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가스터빈 사업은 안정적 운전을 위해 Aftermarket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 두산중공업이 2017년 인수한 미국 DTS는 각종 가스터빈 모델에 대한 서비스 사업 역량이 있다. 두산중공업이 자체 보유한 가스터빈 설계, 제작 역량과 DTS 서비스 역량과의 시너지를 통해 그동안 OEM사들이 독점하던 핵심부품 공급 및 포괄 정비가 가능하다.

가스터빈 사업은 신재생, 발전서비스 등과 함께 두산중공업의 중장기 신성장 동력 중 하나다. 두산중공업은 발전용 가스터빈 사업을 오는 2026년까지 연매출 3조원 이상의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 세계 가스터빈 시장 점유율 7%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6년 연평균 3만명 이상의 고용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환경과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며 현재 석탄화력 등 전통방식의 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주요 연료가 전환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으로 꼽히는 간헐성은 물론 석탄의 환경이슈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연료로 가스발전이 각광받고 있다.

IHS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전세계 가스발전 시장은 2018년 1757GW→2023년 1976GW→2028년 2189GW으로 매년 40GW 이상이 추가 설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발전시장도 복합화력 및 열병합발전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말 발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노후 복합발전소 및 석탄발전소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2030년까지 약 18GW의 신규 복합발전소 건설이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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