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One-Stop Shop'
[E·D칼럼] 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One-Stop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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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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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연 / 주한덴마크대사관 선임상무관 - 에너지·환경분야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으로 착륙하는 비행기 창문 너머로 도심을 끼고 있는 바다 한가운데 미들그룬덴(Middelgrunden) 해상풍력단지가 보인다. 20여 년 전 코펜하겐 지역 주민 약 8000명이 협동조합 형태로 개발한 곳으로, 공사 당시에는 주민들의 민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지역 관광명소가 된 곳이다. 덴마크를 여행하다 보면 지역 곳곳에 이와 비슷한 해상풍력단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에겐 아직 낯선 바다 위 풍력단지 시스템을 덴마크는 어떻게 구축해 왔는지 주요 요소를 소개한다.

첫 째, 덴마크 의회는 2012년에 에너지협약(Energy Agreement)을 통과시켜 탈탄소 사회 진입을 시작했다. 이후 2018년에는 의회의 8개 정당이 협약을 재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목표를 상향조절했다. 에너지에 대한 덴마크의 정치적 의지와 방향이 '에너지협약'에 반영되어 있다면, 정부의 이행 전략은 이른바 '원스톱 샵(One-Stop Shop, 원스톱 통합지원시스템)'에 담겨 있다.

바다 위 에너지 발전이라는 특성상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에너지 주무 부처),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자체, 계통운영자 등 다양한 정부 부처 및 기관의 허가와 협조가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해상풍력단지 개발 시 10여 개 부처와 공공기관을 거쳐야 하며, 필요한 인허가 개수만 20여 가지가 넘는다. 사업자에게는 절차의 복잡함과 시간성은 모두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 리스크를 덴마크 정부는 원스톱 샵 프로젝트 절차로 해소했다.

원스톱 샵으로 지정된 덴마크에너지청(Danish Energy Agency)은 이렇듯 실로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한다. 또한, 정부는 복잡다단한 인허가 절차를 ▲사전 타당성 조사 실시 허가 ▲해상풍력 터빈 설치 면허 ▲해당 기간 풍력 사용권 ▲전기 생산 승인 등 총 4가지로 묶고 오로지 에너지청을 통해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사업자는 각 부처, 지자체, 공기관을 따로 만날 필요 없이 에너지청이라는 ’단일창구’에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전 입지계획 제도이다. 덴마크에너지청은 1995년부터 다양한 정부 이해당사자들에게 사전 정보 및 데이터를 공유 받아 해상풍력개발 가능 입지를 계획하고 업데이트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풍질 조사 뿐 아니라, 군작전 요충지, 어업 및 환경 보호지, 주유 해상로, 가능 송배선로를 미리 파악하여 불가능한 곳은 제외할 수 있게 되며, 최선의 합의 가능 지역을 선정하여 ’해상풍력 개발 가능 지역’으로 알리는 것이다. 실제 개발 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우려를 사전에 방지하고,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이다.

사전 입지계획 제도 및 정부 계획에 따라 정부는 입찰을 진행한다. 입찰 시 참여 협상자 기준을 명시하여 사전에 우선협상자 그룹을 형성하여 실제 입찰 공고가 나오기까지 그룹과 프로젝트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프로젝트 경제 및 기술 타당성 등을 고려하여 입찰을 진행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우선협상자 그룹과 논의된 내용은 모두 인터넷에 공개되어 누구나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여 입찰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준을 명확히 한다는 것이다.

최종 입찰 선정자는 최저 입찰금액을 제시한 곳이 된다. 이미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사업자의 기술, 트랙 레코드, 자본 등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입찰 공고가 마감되면 결과는 그 다음 날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정부 입찰 과정으로 덴마크는 해상풍력 발전 단가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낮출 수 있었다. 실제로 가장 최근 개발 프로젝트의 입찰 가격은 놀랍게도 MWh 당 한화로 6만5천 원 정도였다. 유럽에서는 이미 원자력, 석탄, 가스 발전 단가보다 해상 및 육상 풍력이 단가가 낮아, 경제적 측면을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바라는 시민의 한사람으로, 누구보다도 대한민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바이다. 다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이행전략 및 절차 마련이 시급한 때임을 강조하고 싶다. 한 부처만이 팔을 걷어붙여서 해결될 과제가 아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범부처가 힘을 모으고 지혜를 총동원할 시기이므로,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덴마크와 한국 외에도, 영국, 대만, 일본 등 최근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국가들은 원스톱 샵 접근 및 사전 입지계획 제도, 정부 입찰 등을 자국 정황에 맞게 구성하여 성공적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 문제점과 도전과제는 늘 세부사항에 숨어 있다는 의미를 표현한 속담이다. 이제 악마의 도전을 넘어 밝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향하는 디테일한 판을 짤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