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 아랑곳 않고 구슬땀 흘려
빗줄기 아랑곳 않고 구슬땀 흘려
  • 박해성 기자
  • phs@energydaily.co.kr
  • 승인 2004.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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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남제주화력 3,4호기 건설현장

▲ 지난 8월 중의 남제주화력 3, 4호기 발전소 건설현장 (사진제공-남제주화력 건설실)

쿵쿵쿵 쾅쾅쾅. 터파기 공사를 위해 암반을 부수는 굴삭기의 육중한 굉음이 연신 귓가에 맴돌았다. 발전소 앞 남제주의 검푸른 바다위에는 궂은 날씨를 시샘하듯 굵은 파도가 쉼 없이 일렁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육지로 내어 달릴 것 같은 파도는 발전소와 바다를 가로막은 방파제에 막혀 더 이상 육지로 올라오지 못하고 하얀 포말을 남긴 채 사라지고 있었다.

10일 오후 제주도의 날씨는 흐렸다. 굵은 빗방울이 간간히 내리면서 기초공사를 위해 파 들어 간 현장에는 빗물이 고여 웅덩이를 형성하고 있었다. 굴삭기의 굉음사이로 사람들이 무언가에 매달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리는 빗줄기에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기초공사를 위한 굴착공사가 한창인 공사장 입구에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5분 안전 교육장’이라는 팻말이 달린 이곳은 공사를 위해 현장에 출입하는 간부들과 공사장 인부들 간에 정보를 주고받는 특별한 장소다. 그날 공사의 개요와 안전상 주의 할 내용 등을 공사투입전에 다시 한번 인식하자는 것이다. 안전과 공사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남제주화력 건설실이 특별히 고안한 것이다.

발전소 건설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남제주화력 정상수 건설실장은 “기전공사가 시작될 경우 청색의 안전 교육장이 하나 더 생길 것”이라며 “팀원과 간부들 간의 의사소통이 자연스럽게 일어 날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제주화력 3,4호기는 오는 2006년 이후 제주지역의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오는 2006년 하계 전력수급을 대비해 6월까지는 10만㎾급의 3호기를 가동해야 한다. 준공이 9월이지만 제주도의 하계 전력수급에 대비해 6월까지는 상업운전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4호기 역시 2007년 3월까지는 준공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당초 계획은 3호기가 2007년 6월, 4호기는 9월에 각각 준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처럼 9개월의 공기가 줄어든 이유는 2006년 여름과 2007년 제주도의 전력수급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제주도의 최대 전력대수요는 지난 8월 2일 46만2700㎾를 기록하면서 올 들어서만 여섯 번째 경신했다.

전력거래소 제주지사에 따르면 올 7월 제주의 평균전력사용량은 지난해 보다 17.01%나 증가한 34만6700㎾에 달했다.

내년 제주도의 최대전력수요는 사상최초로 50만㎾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오는 2006년에는 54만1000㎾에 달할 전망이며 2007년에는 57만2000㎾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 남제주화력 3, 4호기 조감도(사진제공-남제주화력 건설실)
남제주화력발전소 건설실 김철용 부장은 “내년도 제주도의 전력수급은 현재 중부발전 제주화력에서 건설 중인 4만㎾급의 신규내연 1호기가 완공되면 어는 정도 수급이 가능하지만 2006년이 위기”라며 “남제주화력 3호기의 건설이  최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남제주화력 3,4호기의 건설공기가 당초 계획에서 9개월이 단축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만㎾급 1기를 건설하는데 소요되는 절대공기는 보통 36개월인데 어떻게 공기를 맞출지 고민이다. 향후 제기될 기전공사와 토목공사 등 각기 다른 공정 간의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겠다.”

남제주화력 3,4호기와 한경풍력 2단계 공사를 총괄하고 있는 정상수 실장의 말이다. 건설공사는 항상 2~3달 앞을 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가능성을 점검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향후 제기될 문제의 소지를 먼저 분석하고 검토해 완벽하게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남제주화력 3,4호기는 10만㎾급 2기의 중유전소 발전소로 (주)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이 공동도급 공동이행 형태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하고 있다.

남제주화력 3,4호기는 지난 7월 6일 지역주민 200여명이 참석하는 이례적인 착공식이 개최됐다. 김철용 부장은 “발전소 착공식에 이렇게 많은 지역주민이 참석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발전소 착공까지의 수많은 반대 여론을 생각할 때 너무나 감격스러웠다”고 착공식 당시를 회상했다.

지역주민 반대 여론에 문화재 시굴조사까지 겹쳐
정상수 실장 “공기지연 악재 있지만 반드시 완수”

여느 발전소 건설공사와 마찬가지로 남제주화력 3,4호기 역시 지역 주민의 반대 여론을 빗겨갈 수 없었다. 어촌계, 토지보상, 마을 대책위원회 등 크고 작은 지역 주민의 반대 여론에 봉착해야 했다. 현재도 ‘화순리 마을회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이 여전히 남아있다. 해결가닥을 보이고 있는 지역주민의 반대 여론에다 이번에는 문화재 발굴건이 더해졌다.

연료탱크 등의 시설이 들어 설 부지에 문화재 지표조사를 진행한 결과 탐라전기(기원 전 후~기원후 500년) 유물들이 나와 지난 8월 17일 이에 따른 문화재 시굴조사에 착수해 현재 진행 중이다. 문화재 시굴조사는 오는 10월 1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남제주화력 3, 4호기의 연료탱크 등이 들어 설 부지. 현재 문화재 시굴조사가 진행중에 있다.
에 따라 남제주화력 건설실은 매입부지에 대한 부대설비 시공을 내년 3월 이후로 연기한 상태이다. 지역 주민의 반대 여론에 이어 이번에는 매장 문화재 시굴조사에 따른 공기 지연으로 악재를 만난 셈이다.

취재 중에 만난 건설실 한 관계자는 “문화재 시굴조사 결과에 따라 발전소 건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두가 민감한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 짐을 다시 꾸려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문화재 발굴조사 결과 여부에 따라 최악의 경우 향후 몇 년간은 발전소 건설이 중단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반대 여론과 문화재라는 악조건을 딛고 만나게 될 남제주화력 3,4호기의 위용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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