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 에너지시스템은 안전한가?
[E·D칼럼]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 에너지시스템은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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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1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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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KERI) 손성호 선임연구원

2004년 즈음 국내에 개봉한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라는 영화가 있다. 관람한지 오래되어 세부적인 줄거리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일, 태풍 등이 발생하여 종국에는 북반구가 얼음으로 뒤덮여 버리는 내용으로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눈보라 속에 묻힌 장면 등 여러 묘사 이미지들은 여전히 뇌리 속에 남아 있는 듯하다.

그리고 지난주에 일본을 지나가며 엄청난 피해를 주고 간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2011년 대지진 사태 이후 최대의 피해 상황을 만들었다는 기사들을 며칠 동안 접하다보니, 영화를 통해서나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같은 상황이 이미 누군가에게는 현실이 되어 다가와 있음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발생하는 태풍과 경주 및 포항지진 등의 여파로 우리나라도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인식하는 듯하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삼국시대인 서기 49년부터 이미 태풍에 의한 피해가 신라 및 고구려 지역에 있었고, 고려 및 조선 시대에도 폭우 등으로 인한 각종 피해 기록들이 비교적 상세히 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채 되지 않은 1936년 8월, 태풍 3693호(당시는 이름을 붙이는 관습이 존재하지 않았음)로 인하여 1200명에 달하는 사망 및 실종자 등을 야기하며 지금까지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남긴 적도 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자연재해는 수백 년 넘게 발생해 왔다는 것이 사실이고, 앞으로도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작년에 재생에너지 설비들의 재해영향 관련 연구를 하면서 조사했던 '국가태풍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북태평양 서부에서 발생하는 전체 태풍 중에서 14%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들을 '영향태풍'이라고 분류하는데, 최근 5년간의 순간 최대풍속을 계산해 보니 평균이 32m/s였고, 최댓값이 56m/s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와이블(Weibull) 분포를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분포의 특징은 파라미터, 즉 형상모수와 척도모수의 값에 따라서 오른쪽 꼬리가 길어지는 모양이 된다는 점이다. 이는 곧 평균을 한참 벗어난 극대 값의 존재 가능성을 의미한다.

만일 최대풍속 70m/s, 80m/s, 100m/s의 태풍이 우리나라를 향해 다가오면 어떻게 될까? 이미 가까운 다른 나라에는 다가온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 상륙하지는 않았지만, 2016년 9월에 대만과 중국을 강타한 슈퍼태풍 '므란티'는 대만 중앙기상국의 기상 관측 120년 역사상 가장 강한 바람을 동반하여 1분 평균 최대풍속이 82m/s, 순간 최대풍속이 100m/s였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대만 남부 지방 18만 가구, 중국 푸젠성 160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기후변화 상황을 감안해 보면, 이러한 태풍 등이 우리나라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100% 확신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처럼 발생할 확률은 매우 작지만(Low Frequency), 발생했을 때에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는(High Impact) 각종 재해·재난 상황에 대한 에너지 산업 차원에서의 대응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확률이 0.01%로 아무리 작다고 할지라도 현 시점으로 보면, 해당 사건은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는 두 가지 경우의 수 밖에 갖지 않는다.

특히 전력망은 다른 기반시설과의 연계성이 점차 커지고 있고, 끼치는 영향력도 높아지고 있기에, 반드시 체계적인 점검 프로세스 및 대응 방안 마련 등을 산업 및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