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개발에 한숨짓는 전기상들
청계천 개발에 한숨짓는 전기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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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9.2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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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로 인한 혜택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야
▲ 청계천주변 개발 구상안 공모 금상작

역사복원이라는 미명 하에 청계천 개발공사가 진행된 지 석 달여 가까이 되고 있는 가운데 자연 친화적인 환경의 복원이라는 서울시의 입장과 서울시 치적사업 내지는 10만 상인들의 이주대책 없는 안일한 개발이라는 반론이 서로 대립양상을 이루고 있어 사회적인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개발의 중심지인 청계4가 세운상가일대에는 조명 전선 전기공구 등 전기관련업 종사자들이 밀집해 있어 청계천 개발사업이 단순히 강북-강남의 균형개발을 위한 사업만이 아닌 종로지역 전기 관련 업계에 큰 파장을 안겨올 문제점으로 부각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계천 공사가 시작되면서 세운상가의 주류를 이루는 전기업체들의 생활고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명기구 전선 등 전기관련 업체들이 공사 시작과 동시에 매출실적이 50%정도로 줄어들어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는 것. 실제로 세운상가 일대에 전선유통상은 등록된 회원사만 300개로 비회원은 그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어림잡아도 1000여개에 이르는 정도.

또 조명기구 유통상들은 전국에 걸쳐 등록된 곳만 240여개 업체가 있는데 청계천에는 그것의 30%를 웃도는 75개 업체가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평균30%이상의 전기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청계천 세운상가일대 상인들이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이상 전기업계에 큰 파장을 미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전기와 관련이 다소 적은 가전과 전기공구업체들까지 포함한다면 그 영향력은 더욱 지대하다고 하겠다.
청계천개발 어디까지 왔나


현재 7월1일 착공해 오는 2005년 9월 완공예정인 청계천 공사는 현재 청계고가 철거를 시작으로 하루가 다르게 진전되고 있다.

청계고가가 철거되면서, 예상대로 교통이 불편해져 청계천을 오가던 도매상인, 구매자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공사에 따른 먼지 소음으로 인근 상가들은 이중으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또 안전대책도 미비하여 공사지역 주위를 지나는 차량에 송판이 떨어지는 등 각종 안전 사고로부터의 위험도 가중되고 있다. 이에 상인들이 하나둘씩 다른 지역을 찾아 떠나면서 상권도 점점 기반이 약해지고 상인들의 불안심리를 더욱 심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의 양면성


청계천 고가의 안전도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복원을 미룰 수 없었다는 서울시의 입장과는 달리 여러 상인들은 고가의 상판을 철거할 당시 5톤짜리 크레인 두 대가 올라가 철거를 했지만 고가는 끄덕 없었을 정도로 그리 위험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공사를 언젠가 하긴 했어야 하지만 상인들에 대한 아무런 이주 대책 없이 공사를 시급히 강행할 정도의 위험수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물론 청계고가를 철거한 뒤 음산했던 거리에 햇볕이 들어 거리 분위기가 한층 밝아지고 좋아졌다는 여론과 청계천의 옛 모습을 다시 찾게될 것이라며 복원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다분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철거된 스카이 육교상가만 살펴봐도 그들에 대한 이주대책은 전혀 없이 철거를 강행해 지금까지도 상인들의 빈축을 사고 있는 것이다.

몇 십년간 생계를 꾸려오던 일터를 준비도 없이 떠나야 할 정도로 근본적인 상인대책 없이 공사만 기간 안에 마무리 짓겠다고 하는, 바로 이러한 부분이 서울시가 치적사업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상인들은 어디로


청계천복원시범단지 추진위원회(복원추진위, 위원장 정호준)는 청계천 개발공사의 중심지인 세운상가와 대림상가 일대의 리모델링을 주도하고 있는 지주와 컨설팅업체가 주축이 된 단체로 현재 청계천개발공사가 끝나는 대로 시작될 재개발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복원추진위에 따르면 세운상가와 대림상가를 주축으로 하는 이 일대에는 아직 용적률에 관해 600%와 800%를 놓고 서울시와 협의 하에 있지만 청계천복원공사가 끝나는 대로 재개발이 시작돼 백화점 쇼핑몰 호텔 공항터미널 등 상업, 업무 주거, 엔터테인먼트의 다양한 기능을 수용할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같은 주상복합형 건물들이 들어설 전망이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이곳 상인들은 이주를 해야 하는데 현재 가장 유력한 곳이 장지동 부지이다. 하지만 장지동 15만평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그중 물류 배송단지로 배정된 6만5천평 정도를 제외하면 상가부지는 절반정도의 수준도 되지 않는다.

더욱이 서울시가 청계천상가의 전체입주를 반대하고 있는 장지동 지역주민들과의 협의 하에 이전규모를 결정한다면 청계천상인들이 갈 수 있는 부지는 2만여 평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서울시측은 이주할 업종과 상가 수를 정하지 않아 그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라고는 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청계천 10만 상인을 모두 수용할 만큼의 부지는 허용되기 어렵다는 게 상인들의 판단이다.

물론 청계천 10만 상인들이 각기 업종별이나 단지별로 나누어 이전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 현재 청계천상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용지물이 된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면 무엇이든지, 사람만 빼고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다는 청계천시장의 메리트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다양한 업종이 네트워크 되어 메머드 상권을 이뤄야 되는데 어느 일부업종만 이주하면 안 된다는 것. 또 상권이라는 것이 쉽게 형성되고 바뀔 수 없는 것이어서 한번 형성되면 흩어지기 어렵고 다시 완전하게 형성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려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것이라고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상권수호대책위, 위원장 이웅재)의 관계자는 말했다.

다수를 위해 소수는 희생?


청계천 개발사업과 관련해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서울시에서도 상인들을 위한 여러 지원 대책안을 제시한 바 있다.

주차장 요금 할인, 무료주차시간운영, 관공서들의 공용물품 우선구매혜택 등 여러 대책 안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무료주차시간은 영업종료 이후이고 관공서납품이란 것도 절차가 복잡해 어려울 뿐 아니라 현실성이 없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세운상가의 경우 마진이 거의 없는 조달단가에 맞춰 납품하라는 서울시측의 제 살 깎아먹기 식의 요구에는 응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 추석물품구매 우선혜택도 지부 및 상사별로 분배하기가 곤란해 업체들 간의 혼선만 가져올 뿐 상인들에 대한 대책이 실질적으로 체감하기엔 어렵다고 했다.

상권대책위의 관계자는 “청계천 10만 상인도 서울시민으로 모두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라며 “상인들의 동의 없이 공사를 강행한 것은 서울시 행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지적하고 “이곳 청계상가 85% 이상이 임차상인으로 권리금과 영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는 만큼 재개발에 따른 특혜 없이 개발만 강행한다면 심한 마찰에 부딪힐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수의 권익을 위한 정책도 좋지만 그것이 일부 소수의 이익이나 생존권을 짓밟는다면 옳지 않다. 개발도 좋지만 생존권이 결부된 문제인 만큼 청계천 개발사업에 관해서는 모두가 희생되지 않는 쪽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청계천이 새로운 모습으로 개발되어 자연 친화적인 환경으로 거듭나고 서울시민 모두가 보다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정말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것이 일부 시민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는 것이라면 옳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고진아 기자 zang@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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