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ical Writing으로 이공계 경쟁력을 높이자
Technical Writing으로 이공계 경쟁력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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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9.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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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재춘 영남대학교 객원교수

IT 업계는 사용설명서인 매뉴얼을 특히 많이 쓴다. 기술의 진보가 빨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소개되다보니 당연한 결과이다. 그런데 이 매뉴얼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벤처회사가 S/W를 개발하면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때 제출하는 사용설명서의 내용을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가 없어서 거절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회사는 기술이 문제가 아니고 글쓰기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IT업계는 글을 제법 쓸 줄 아는 직원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고 한다.

글쓰기가 경쟁력이 되는 다른 예이다. 얼마 전, 동부건설에서 강의 요청을 해왔다. 강의를 들으러 모인 사람들은 180여명 되는 전국의 건설 현장 소장들이었다.

건설 현장 소장들에게 왜 글쓰기와 관련된 강의가 필요한지 언뜻 감이 오지 않았다. 회사 측에서 설명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전자결재 제도 때문이었다. 동부건설은 본사와 현장간의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전자결재 시스템을 구축했으나 "글로써 간결하고 정확하게 의사소통을 하는데 준비가 미흡하다"는 판단 하에서 전자결재를 당분간 보류하고 있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전자입찰 제도였다. 정부는 2004년부터 대형 토목공사에 전자입찰 제도를 도입할 예정인데, 이때 입찰하는 회사는 입찰서에 기술의 독창성 등을 간결하게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토목 현장 기술자는 그 동안 글쓰기와는 인연이 멀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이제는 현장 기술자가 쓴 글이 돈과 직결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향은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2002년 7월부터 우리나라도 제조물책임법(Product Liability; PL법)이 발효되어, 사용설명서를 소비자가 잘못 이해하여 입게 되는 손해도 제조업자가 책임을 지게 되었다.

아직 전기산업 분야에서는 적절한 예를 찾지 못하였는데 약을 예로 들면, 예전에는 약의 사용설명서가 ‘이 약의 부작용으로 간혹 입안이 마르거나 아주 드물게는 두드러기가 날 수 있습니다’라고 모호하게 표현하여도 문제가 없었으나 앞으로는 ‘간혹’은 ‘5% 내외로’, ‘아주 드물게는’은 ‘0.1% 이내로’로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으면 제조업자가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일본도 PL법이 발효되자 사용설명서를 전문적으로 쓰는 매뉴얼 제작 업종이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어려운 글쓰기를 쉽게 하는 방법



글을 쓴다는 것은 전문 작가에게도 어려운 작업이다. 마치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그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걸어다니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 교육은 마냥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문제는 어디까지 해야 되는지 아무도 모르는데 있다. 이러니 글쓰기 교육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글쓰기에 소질도 없고 관심도 없는 이공계 출신 기술자나 과학자는 더하다. 해답은 없는 것인가?

글쓰기 방법을 바꾸면 해답은 있다. 문학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사무적인 글쓰기를 하면 된다. 글은 아름다워야 하고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글쓰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문학적인 글은 잘 그린 그림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그러나 그림 대신 약도를 그린다면 약도는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다.

기술자는 글쓰기를 약도 그리 듯이 하면 된다. 기술자가 사무적으로 쓰는 글은 감정에 호소하여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요 사실을 알기 쉽고 간결하게’ 기술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Technical Writing(TW)의 핵심이며,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기술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다.

TW는 미국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글쓰기’이다. 50년의 전통을 가지고 공대에서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회사에서 간부로 승진하면 반드시 다시 배우는 분야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TW의 개념이 소개되고 있다. TW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글쓴이의 책인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를 참조하면 어렵지 않게 TW의 핵심을 터득할 수가 있다.(다음 특집에서는 TW의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


임 재춘



·과학기술부 원자력실장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
·오스트리아 주재 과학관
·한국원자력연구소 감사
·영남대학교 객원교수

임재춘교수는 영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73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과학기술처 원자력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원자력국에서 유일한 공채출신 사무관이라는 이유로 해외 교육이나 근무의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US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에 1년 간,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에 2년 간 파견 근무를 하면서 제일 먼저 부딪치는 것이 글쓰기였기 때문에 Technical Writing(TW) 교육을 받았다.

주로 미국인이 잘 틀리는 문법과 문체를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이 교육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추후 국장급 공무원의 국제화를 위해 만들어진 국비 훈련의 일환으로 영국 Lancaster 대학에서 MBA를 공부하면서 ‘뼈대가 반듯하고 논리적’인 TW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임재춘교수는 26년 간을 과학기술(처)부에서 근무하면서 기술직 공무원들의 보고서 작성이나 보고 요령이 행정직에 비하여 뒤떨어짐을 보았다. 고위직으로 올라 갈수록 기술직 공무원의 수가 현저하게 적어지는 현상도 글쓰기나 보고능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았다.

현대인은 하루 종일 읽고 씀으로 의사소통 능력은 곧 사회적인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인데 글쓰기를 잘 하지 못하는 이공계 출신 기술자나 과학자를 볼 때마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약도 그리듯이 하는 Technical Writing(기술글쓰기)’ 전파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금 미국의 TW기법에다 우리나라 기술자와 과학자가 많이 틀리는 부분을 정리해 6시간짜리 ‘기술글쓰기’강좌를 개설하고 있는데 수강생이 짧은 시간에 글쓰기의 두려움에서 탈출하고 있다.

또한 영남대학교 객원교수로 공대생을 위한 ‘의사소통기술’ 과목을 맡고 있으며(이 과목은 산업계가 원하는 지식을 공대가 제공하는 ‘공업교육인증제’의 필수과목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영남대가 최초로 도입했다)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그는 또한 TW를 우리나라에 적극 보급하고자 웹사이트 ‘임재춘의 기술글쓰기’( www.tec-writing.com)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 한편 지난 3월에는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마이넌)는 책도 출간하였다.

이 책은 5개월간 연속 베스트셀러가 되어 5쇄를 찍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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