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의 진실
수평선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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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9.2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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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경문 경성대학교 총장

수평선은 항상 그자리에 있을 뿐이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 수평선에 다가서면 점점 더 멀어져 어느새 처음만큼의 거리를 만든다.

손에 잡힐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존재에 관해...




옛날 그리스 철학자들은 수평선을 보고 지구가 둥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평선 너머에서 항구로 다가오는 배들이 꼭대기부터 보이다가 점차 선체모습을 드러내는 현상을 들어 지구가 둥굴다고 말했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는 월식때 달에 비친 지구의 그림자가 둥글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지구가 둥근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수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미지의 바다 너머에 새로운 세상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수많은 탐험가들이 바다로 나갔다 그러나 배를 타고 오른 항해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망망대해와 수평선만 보이는 대양에서 가장 두려운것은 해적도 아니고 풍랑도 아니다.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못한다는 사실이다. 위치를 모르고서는 고향까지 얼마나 더 가야할 지 남아 있는 음식은 충분한지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바다 한가운데서 그들이 의지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해와 달 그리고 별들 뿐이었다.

항해사들은 밤에는 북극성과 별자리를 보고 낮에는 태양을 보고 항해를 떠났다. 배의 위도는 태양의 고도와 북극성의 위치를 기준으로 하면 비교적 정확하게 알수 있지만 태양만으로는 배의 경도를 파악 할수가 없다.

지구는 자전하고 있으므로 멀어진 거리에 따라 해뜨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준점의 차이를 이용해서 경도를 알아야 했다. 육지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시각을 측정할 수 있으나 출렁이는 바다에서 거친 항해를 하는동안 정확한 시각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18세기 영국 왕실이 경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금을 내걸 정도로 이문제는 심각한 것이었다. 배의 위치 확인은 선장의 중요한 임무였다.

당시 선장은 육불의를 들고 수평선에 맞추어 태양의 고도를 확인했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맨눈으로 태양을 보며 방향을 찾아야 했던 선장들은 강렬한 태양빛에 시력을 손상하기도 했으며 보물섬이나 뱃사람 이야기에 등장하는 선장들 가운데 애꾸눈이 많은 까닭도 어떻게 보면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쪽눈을 가진 안대는 다른 한편으로 선장의 명예이기도 했으리라.

수평선에서 거리는 얼마나 될까.

지구가 완전한 구라고 가정하고 지구 반지름보다 사람 키만큼 더한 높이를 빗면으로한 직삼각을 그려보자.

이제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따라 풀이해보면 대략 4.5km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대기의 굴절현상 때문이다. 이미 수평선 너머로 건너간 배가 우리 눈에는 조금 더 여운을 남기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대기의 굴절은 해가 지고 난 후에도 수평선 아래의 해를 더 볼수 있도록 해준다. 비록 3분여에 불과하지만 이 시각에는 서쪽의 바닷가에서 낙조를 감상 할 수 있는 여유를 하늘이 준 셈이다.

보름달이 뜰때면 옛사람들은 소원을 빌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원이 달만큼 크게 이루어지길 바라며 달이 떠오를 시간을 찾는다. 수평선에 걸려 있는 달은 밤하늘에 높게 뜬 달보다 더 커보이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두고 사람들은 대기의 굴절이 수평선의 달을 크게 만든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사실은 조금 다르다 멀리 있다고 생각하면 실제보다 더 크게 여기서는 심리학적인 착지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거리착시’라고 하는 이 현상은 2000년 초에 미국의 심리학자 ‘카우프만’이 물리학자인 아들과 함께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밝혔다.

실험실에서 중천에 뜬 달과 지평선 가까이의 달을 보여주고는 거리를 가늠케 했더니 사람들은 지평선에 걸려 있는 달이 크다고 생각하였고 또 멀리 있다고 여겼다.

눈을 들어 하늘바깥을 보면 우주에는 또다른 수평선이 있다. 중력이 너무 강해서 물결이 심지어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의 한계거리를 뜻하는 사건 지평선(Event Horixon)이다.

블랙홀은 1783년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의 미첼이 만든 상상의 별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존재가능성이 이론적으로 뒷바침된 블랙홀은 최근 몇년사이 미항공우주국(NASA)의 X선 망원경과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 밖에 있는 우리는 그 안쪽에서 어떤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단지 블랙홀 주변의 움직임을 점검함으로써 그곳에 블랙홀이 있을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수평선너머에 대한 동경은 위험을 무릎쓴 항해를 낳고 세계지도를 완성했다. 그러나 사건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지상에서의 물리학적 법칙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 그곳을 알기까지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항해와 우주탐험을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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