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력산업과 경제적 접근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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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0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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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요예측 신뢰도 제고를 위한 요인들

이창호 /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예측의 연속이다. 그러나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무릇 사업을 하던 물건을 팔던 나름대로 앞으로의 전망을 내다보고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전력산업도 마찬가지다. 전력수요는 전력의 생산설비, 수송 및 판매망 구축과 직결되며, 예측을 통해 전력설비 투자, 연료수급, 그리고 사업성을 판단하게 된다.

최근 들어 전력수급계획의 수립과정에서부터 과다예측이나 과소예측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7차 계획에서는 협의과정에서 수요전망이 의도적으로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8차 계획에서는 수요전망치가 10% 이상 낮아지면서 반대로 과소예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9차 계획에서도 계획의 시발점인 수요예측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래전 전력경제연구를 처음 시작할 무렵 한국전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수요예측 담당자는 마치 기차요금표처럼 복잡하게 그려진 칸에 깨알 같은 수치와 그래프로 채워진 두루마리를 보여주며 예측치가 잘 맞는다고 자랑하였다. 당시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본인의 오랜 경험이 축적된 결과였을 것이다.

1980년대 말 ‘장기전력수급계획’이 수립되면서 수요예측은 전력경제의 주요 연구분야가 되었다. 몇 사람 되지 않은 전력경제 연구자들은 경제적, 공학적 기법을 활용하여 본격적으로 전력수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예측기법과 모형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장기수요예측, 지역별 수요예측 등을 위해 소득지표, 산업구조, 경제성장율, 전기요금, 연료가격, 인구수 등 실적치와 전망치 데이터를 만들고 모형식을 구성하여 통계패키지로 추정하였다.

전력수요는 본질적으로 산업생산이나 냉난방 등 전기기기 사용 때문에 발생하는 파생수요다. 따라서 전력수요는 인구, 소득수준, 산업생산이나 에너지가격 수준에 따라 변동하며, 이러한 변동요인을 파악하여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경제학적 방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와 아울러 전기기기 보급대수, 기술진보율, 업종별 공정 등 실제로 전기를 사용하는 최종수요(end-use)의 사용전력을 추정하거나 산정하는 공학적 기법도 사용된다. 또한 연중 최대 전력수요는 냉난방기기의 보급과 기상여건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기후변동성에 대한 확률적 접근기법도 병행되고 있다.

전력수요는 일정기간의 총사용량을 합산한 전력량(kWh)과 일정기간 중 최대치를 나타내는 최대수요(kW)로 구별된다. 또한 예측기간에 따라 단기, 중기, 장기 등으로도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연간 사용량과 연중 최대부하를 모두 예측하나, 공급계획을 위해서는 주로 최대부하가 사용된다. 이는 수급계획의 주된 목적이 미래에 예상되는 전력수요에 대비하여 충분한 공급설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수급계획에서 15년 이상의 장기수요를 예측하는 것 또한 십년가까이 소요되는 대규모 발전소나 송전망 건설에 미리미리 대비하기 위한 까닭이다.

과거 전력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던 시기에는 전력설비의 확보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현안이었지만, 이제는 수요증가도 낮고 발전소 건설자금이나 기술도 충분하여 전원개발의 중요성은 많이 퇴색하였다. 이에 반해 발전량이나 소비량 예측이 국가에너지정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즉, 국가 에너지소비가 앞으로 얼마나 될 것인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얼마나 될 것인지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목표를 수립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수요예측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경직된 예측체제의 개선이다. 2000년대 이후 예측방식, 예측기관, 예측기법의 단일화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 상·하한 등 복수의 예측치를 제시하여 예측의 변동성을 대비하고, 설비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던 개념에서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아울러 예측절차의 투명성 확보와 예측역량의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 우리의 수요예측 과정과 방법 그리고 절차를 보면 확립된 예측절차나 기준, 즉 프로토콜이 없이 자의적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논의구조도 형식적 관행에서 벋어나 전문가의 실질적인 기여가 가능하도록 독립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예측기법과 수단의 변화이다. 전력수요는 산업 활동이나 기후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분산자원, 에너지 신기술, 프로슈머와 같은 기술적, 제도적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태양광, 연료전지와 같은 소규모 분산전원은 물론 전기자동차와 ESS의 보급도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전기기기가 새롭게 나타나고 있으며, 냉난방, 취사 등 생활에서의 전기사용은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전력소비 환경에서 과거처럼 경제성장이나 실적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제 거시적 접근 뿐만 아니라 미시적 공학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예측모델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여 정확도를 높여가야 할 것이다.

셋째, 외부영향의 최소화이다. 최근 들어 다양한 집단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취지하에 비전문가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전환으로 인해 정치적 갈등이 높아지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불필요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의 지적도 수요예측에 대한 이해와 무관치 않다. 수급계획의 전망은 장기예측이고 이는 특정년도의 변동성을 담는 구조가 아니다. 즉, 전체 예측기간의 추세이므로 때론 들쑥날쑥 하는 연도별 변동성을 반영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2015년에 치대수요는 7692만kW로 정체되었으나, 2016년에는 8518만kW로 크게 늘었다. 2017년은 8458만kW으로 오히려 줄었으나, 2018년에는 폭염으로 9248만kW로 급증하는 등 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단기적인 등락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증가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일시적인 등락보다는 장기적인 예측치 적절성을 따져야 할 것이다.

10년 이상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 시점에서 가용한 지식과 데이터를 활용하여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과정이다. 전력수요, 특히 최대수요는 하늘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 시대에 내년에 폭염이 올지, 혹한이 올지 누군들 정확히 알겠는가? 아마도 그러기 때문에 수요관리가 더욱 필요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