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사태’의 근원은 무엇인가
‘부안사태’의 근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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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0.02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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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소외가 개발의 조급성을 불러와 후보지 신청으로 이어져

소외를 벗기 위한 방법론에 의해 관리센터 유치와 백지화로 양분



한 언론인은 그의 칼럼에서 ‘부안은 1980년 5월의 광주이다’라고 말했다. 그 언론인이 ‘광주’를 거론한 것은 부안의 진실이 언론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 언론인과는 달리 부안의 상황은 있는 그대로 보도 되고 있다고 믿는 언론인과 국민도 많다.

부안은 이해되고 있는가?

부안이 ‘제대로’ 이해됐을 때만이 부안사태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다. 만약 부안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다면, 혹은 이해하는 과정에서 편견이나 무의식적인 왜곡이 작용한다면 부안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걸을 뿐이다.

도대체 부안은 어떤 곳인가? 부안은 새만금사업의 무대이다. 새만금사업은 한때 부안군민(나아가 전북도민)의 꿈을 상징했다. 그러나 그 꿈은 세월이 지나면서 빛을 잃었다. 정치 상황에 따라 새만금사업은 추진과 중단을 거듭했다.

또한 환경 우선을 앞세우는 시민단체들은 새만금사업의 중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요구가 일부 받아들여져 새만금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현재 작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새만금사업에 건 부안군민(전북도민)의 꿈은 사라졌는가? 전북 이외의 지역에서 무슨 말을 하든 부안에서는 아직도 새만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북 이외의 지역에서 새만금은 헛된 꿈이며 환경보존 차원에서 꾸어서는 안 될 꿈이라고 말하면 말할수록, 일부 부안사람들은 오히려 더 새만금사업에 집착해 왔다. 이런 점은 김종규 부안군수가 원전수거물관리센터 후보지로 부안을 선택하면서 ‘새만금에 친환경에너지단지 조성’을 조건으로 내세운 데서도 드러난다. (원전수거물센터 신청서가 제출됐던 직후, 일부에서는 후보지 신청 마감일 며칠 전까지도 반대의사를 표명한 김종규 군수가 찬성으로 돌아선데는 전북도지사와의 교감이 있었다는고 짐작하기도 했다. 이런 교감이 실제로 있었다면 그 밑바탕에는 새만금에 관련된 희망 혹은 계산이 있었으리라. 국책사업을 부안에서 받아들인다면 중앙 정부가 새만금사업을 중지하지 않으리라는 희망 혹은 계산.)

부안군민이 그리고 전북도민이 왜 새만금에 이렇게 집착하는가? 그것이 발전을 담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정말 그러한가? 전북의 발전은 오직 새만금사업으로만 가능한가? 또한 전북도민들은 발전의 원동력이 새만금사업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가?

새만금사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발전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믿어서는 아니다. 거기에는 오랫동안 경제 개발에서 소외된 전북도민의 짙은 아픔이 배어 있다.

그들도 새만금사업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걸 안다. 그런데 그들에게 있어서 환경 파괴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바로 그들이 소외받아온 과거이다. 그들은 더 이상 소외받고 싶지 않다. 그런 심정이 바로 새만금사업에 집착하는 무의식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새만금사업이 계획대로 진척돼 애초 예정된 꿈을 실현해 냈다면 부안군수가 원전수거물관리센터를 신청하지 않았으리라. 이런 점에서 부안사태는 가까이는 새만금사업의 후폭풍이지만 멀리 보면 경제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고육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경제적 소외는 위도 주민들이 원전수거물 관리센터를 신청하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위도는 1960년대에는 전라남도 영광군에 소속돼 있었다. (부안 군수 폭행 사건 직후 위도발전협의회 정영복 회장은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규 군수가 폭행을 당하는 상황에서는 부안군이 원전수거물 관리센터를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위도를 군산시로 편입시켜 달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 이면에는 위도가 타군에서 위도로 편입된 섬인만큼 다시 또 옮겨갈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위도는 전남 영광군에 속하지 않은 섬이어서 영광 원전 건설 시 어장 피해와 관련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영광군에 속해 있지 않아서 받은 피해였고 이점은 위도 주민들에게 상당한 고통이었다. 부안군에 소속된 섬으로서 위도는 대접받았는가? 새만금사업을 시작할 때 위도는 인접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번에도 역시나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영광 원전 건설 때는 영광군 소속이 아니라서 소외되고, 새만금사업 때는 부안군 소속인데도 소외된 것이다.

이런 소외에 빠져 있는 위도 사람들은 희망을 원했다. 그 희망이 바로 원전수거물관리센터가 제시하는 주민 지원책이었다.

경제적 소외에서 부안군이 새만금사업을 원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위도 주민이 원전수거물 관리센터 후보지 유치를 희망했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제 정부가 지역발전의 청사진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만 하면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지역발전의 청사진이 구체화된다면 부안사람들의 소외감은 누그러뜨려질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시위는 격화돼 왔다. 원전수거물관리센터 신청 이후 주민들은 읍내 시위, 해상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했으며 매일밤이면 촛불시위를 개최했다. 그리고 일부 주민이 군수를 폭행하기에 이르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여기서 부안의 지정학적 조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안의 동쪽은 전라북도 여느 군처럼 농촌지역이지만 서쪽은 해안이다. 해안에는 변산반도가 있다.

변산반도에서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지역을 외변산이라 하고 내륙을 내변산이라고 부르는데 내변산이 199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만큼 풍광이 수려하고 문화유적이 많다는 이야기다. 변산반도에는 격포 해안의 채석강, 대웅전 문살이 아름답다고 소문난 내소사(김종규 군수 폭행사건의 발생지이다), 높이가 20여 미터에 이르고 수량이 풍부한 직소폭포, 고사포해수욕장, 월명암 낙조대 등이 있다.

이곳 변산반도 주민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경제적으로 소외당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이들은 경제적인 희망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변산반도를 관광 자원화하여 경제적인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다.
이런 희망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 수도권 관광객의 급증으로 더욱 부풀어 올랐다. (서해안에 소재한 관광업체에 따르면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이후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난 지역은 태안반도와 변산반도라고 한다.)

이런 꿈에 배치되는 것이 바로 원전수거물관리센터라고 변산반도 주민들은 믿고 있다. 이런 믿음은 변산반도에서 바로 앞에 바라보이는 위도에 원전수거물관리센터가 들어서면 변산반도에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경제적 소외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원전수거물센터가 방해한다는 판단에서 변산 주민들은 군내의 여느 지역보다도 더 강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안사태의 발단은 이 지역이 경제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런 소외를 벗어나는 방법이 무엇이냐를 놓고 위도 주민들은 원전수거물관리센터 유치를, 변산반도 주민들은 후보지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혀 다른 이 주장의 이면에는 소외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공통분모가 깔려 있다.

이와 같은 경제적인 해석을 전면부인하는 이들도 많다. ‘핵폐기장 범부안 군민대책위’ 같은 단체에서는 핵 폐기물(원전수거물)의 위험성이 부안군민을 집결시키고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한수원 측은 원전수거물은 절대 안전하다도 주장하고.

실제로 부안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핵 발전을 거부하는 이들은 핵폐기물(원전수거물)의 위험성을 주민에게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수원의 설명을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제 3자의 입장은 어떤 것일까? 우한용은 원전 직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원전을 소재로 한 ‘불바람’이라는 단편소설에서 핵폐기물을 놓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원자력의 이용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폐기물이다. 핵 폐기물 중에서도 방사능 오염도가 가장 심한 고준위 폐기물은 우라늄 235가 타고 남은 플루토늄이다.

희랍어로 플루토는 지하의 신이란 뜻인데 지옥을 관장하는 하데스의 후신이다. 플루토는 죽음의 세계를 지배하는 자로서 대지의 풍요를 장악하는 한편 땅속의 황금을 인류에게 공급하는 부의 신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폐기물의 속성을 예언이라도 하듯 플루토의 이름을 따서 플루토늄이이라고 명칭을 붙인 것이다. 현재 원자력 발전소 하나에서 생산되는 플루토늄은 매년 400에서 500파운드가 된다고 한다.

만일 이를 시가지 공중에 살포한다면 60킬로미터 이내에는 자그마치 10만년 동안 방사능 오염이 되며 그 유독성을 자그마치 50만년에 이른다.”

이런 구절의 판단은 부안군민, 나아가 우리 나라 국민 스스로가 내릴 수밖에 없다. 그 판단에 근거하여 부안사태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게 될 터이다.

부안사태의 뿌리가 경제적 소외에 있으며 지금이 갈등은 경제적 소외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 것인지에 관한 견해 차이이든, 핵 발전 혹은 핵 폐기물이 가지는 위험성에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것이든 이미 사태는 심각한 상황에 와 버렸다.

그리고 그 해결을 이제는 부안주민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부안사태는 부안의 문제라며 그 해결을 부안주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결국 부안주민들에게 또 하나의 소외감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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