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사태 관련 대화기구 발족
부안사태 관련 대화기구 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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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0.1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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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산자부의 부안시책 잘못’ 자인
명분쌓기 아닌 열린대화 이뤄질때 의미

정부는 대화 기구를 구성해 부안주민 대표들과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고건 총리 주재의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화기구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 3일에는 고건 총리와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 대책위’ 사람들이 두 시간 40분 동안 대화를 가졌다.

‘격의 없고 기탄 없는 대화’가 이뤄졌다는 양측의 평가였다. 여기에 힘입어 현재 정부와 부안사람들 대표로 구성되는 대화기구 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부와 부안핵대책위의 본 대화기구 구성을 위한 첫 실무회의가 8일 서울 피어선 빌딩에서 열렸다.

이날 정부측에서는 정익래 국무총리실 민정비서관과 배성기 산자부 자원정책실장, 부안대책위 인사로는 고영조 대변인과 김진원 조직위원장, 중재인사로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 등 5인이 참석해 대화기구 명칭과 인원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화기구가 될 공동위원회 인사는 애초의 인원 5명보다는 크게 늘어나 정부측과 반대측 각각 5인, 중립인사 3인 등 총 13명으로 구성인원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측은 대화기구 위원장에 총리가 지명한 인사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에 부안대책위측은 최열대표나 그외 정부 장관급 인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화기구 구성원이 면면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번 대화기구는 두 가지 의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대화를 국무총리가 주선하고 나선 점이다. 대화기구 참여자는 산자부 직원이 되겠지만 대화의 시작을 국무총리가 챙기고 나선 점은 의미가 크다. 이를 거칠게 정의해 보면, 이제까지 부안에 관련된 일은 산자부가 맡아 왔으나 이제는 국무총리로 변경됐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쪽의 대화 책임자의 격을 높임으로써 그만큼 대화에 진지하게 임한다는 것을 표방하는 의미라고 일단 해석된다. 이런 대외 창구 변경은 단순히 ‘진지함을 더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의 시책이 잘못되었음을 정부가 간접 시인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국제 외교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한 나라의 대외 정책에 변화가 오면 대사를 바꾸거나 특사의 격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산자부는, 특히 윤진식 산자부 장관은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진지하게 돌아보아야 하고 그에 합당한 자기 반성을 하여야 한다. 이미 여러 문제점은 부안 현지에서 그리고 국감을 통해서 지적됐다.

사실 전기산업계 안팎에서는 윤진식 장관의 행보를 놓고 여러 비판들이 있었다. 세계적으로 ‘방사능 폐기물’ 혹은 ‘핵 폐기물’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원전수거물’이라고 부르는 데서 알수 있듯이 사태의 본질을 정면돌파하기보다는 옆으로 비켜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점을 ‘행정의 난맥상’이라고 비판하면서 지난달 30일에는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45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반핵국민행동’은 윤진식 산자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산자부의 반성과 함께 요구되는 것은, 국책사업이니까 무조건 시행돼야 한다는 산자부의 태도 변화이다. 산자부는 부안 군민에게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비난하면서 스스로는 무조건 사업을 밀어붙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번 대화기구 구성의 두 번째 의미는 정부가 ‘부안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자기 고백이다. 사실 이전까지 산자부와 한수원에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부안이 가라앉을 거라고 예상해 왔다.

이런 시간 벌기에 관한 의혹은 국감에서 지적됐고 그 이전에 부안사람들이 비난해 왔다. 산자부와 한수원이 겉으로는 심각한 척해도 내심으로는 시간을 끌다보면 상대쪽이 지쳐서 물러날 거라는 자세로 임했기에 부안사태는 수습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걸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런 의혹에서 산자부와 한수원은 벗어나지 모한 채 수개월이 지나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기구 구성은, 정부가 ‘국무총리 산하의 대화창구’ 카드로서 부안사태를 진지하게 보고 있다는 (그만큼 진지하게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고백이 실효를 거두려면 그에 합당한 행동(시책)이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의 정부 시책은 ‘지자체의 장이 유치 신청을 한 일이므로 그것을 충실히 지켜나간다.’는 것이었다. 중앙정부가 언제부터 이렇게 광역자치단체장도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결정한 일에 충실히 따랐는지도 의문이지만, 어차피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문제는 지자체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대로 국책사업이다.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군수가 한번 총대를 맸다고 해서 그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성숙된 모습이 아니다.

조만간 대화기구 구성원들이 대화의 자리에 앉을 것이다. 여기서 무엇이 합의될 수 있을 것인지는 예상할 수 없다. 합의 사항 도출이 전무할 수도 있다. 몇 번의 대화 이후에도 합의 사항이 전혀 도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 외국의 경우 10년, 20년씩 대화했다는 것은 좋은 선례이다.

이번 대화 국면에서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화기구가 부안사람들이나 정부 양쪽으로부터 명분쌓기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 부안사람들은 김종규 군수 폭행으로 나빠진 여론을 되돌릴 필요성에서 대화 제의에 응했을 수도 있다.

정부도 ‘국책사업이라면서 지자체에 맡겨 둔 것은 문제이고 또한 정부 차원의 대화 시도가 별로 없었다’는 언론의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대화기구 구성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양측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부안사태는 대화로서의 해결 가능성이 거의 없어질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대화보다 나은 해결책은 없다는 진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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