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규제개혁의 추진 현황과 향후 과제’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경제활성화를 위한 핵심적인 정책수단인 규제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규제혁신 5법 등 현재까지 이룬 입법성과에 안주 하지 않고 추가적인 입법을 통해 제도적 안정을 강화 해야 할 것으로 제시됐다.
특히 성공적인 규제 개혁을 위한 보완과제는 적극행정 추진방안의 실효성 확보, 추가 입법을 통한 제도적 안정성 제고, 보이지 않는 규제 개선 등이 필요한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행정안전팀 이송림 입법조사관보는 최근 발간한 ‘이슈와 논점, 규제개혁의 추진 현황과 향후 과제’를 통해 “정부는 신산업 육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중심으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전환 등의 다양한 규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은 의견을 내놨다.
이송림 입법조사관보에 따르면 신산업 분야는 급속한 기술 발전과 업종 간 융합 을 특성으로 하기 때문에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혁신적인 제도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운영 중으로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규제 샌드박스 시행 6개월 평가’에서 총 81건의 과제를 승인해 금년 목표(100건)의 80%를 상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승인 유형별로는 실증특례(72%), 적극행정(16%), 임시허가(12%) 순으로 실증특례가 가장 많았다.
이 같은 다양한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연구원이 실시한 ‘2019년 규제개혁체감도’ 조사결과에서 개혁체감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게 이송림 입법조사관보의 분석이다. 하락의 주요 원인은 ‘보이지 않는 규제 해결 미흡’이 36.9%로 나타났다. 보이지 않는 규제는 실제로 국민과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지만 형식이 법에 근거하지 않는 규제다.
이에 따라 추가 입법을 통한 제도적 안정성 제고 규제혁신 5법 등 현재까지 이룬 입법성과에 안주 하지 않고 추가적인 입법을 통해 제도적 안정을 강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의견이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산업융합・지역특구 분야와 달리 정보통신융합 분야는 관련 법령에서 실증특례나 임시허가 종료 후 규제정비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법령 정비 노력’을 규정하고는 있지만 의무조항이 아니다. 사업의 연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개발자들이 제도 활용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면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 정부가 실증특례 기업의 ‘법령정비 요청제도’를 신설해 입법 공백을 보충하고 있지만 제도적 안정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2014년 시범실시를 거쳐 시행 중인 ‘규제 비용관리제’의 법제화도 필요하다”며 “현재는 총리 훈령인 ‘국민부담 경감을 위한 행정규제 업무처리 지침’에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무처리 지침에 함께 규정돼 있는 네거티브 규제원칙(제3조), 규제일몰제(제4 조), 소상공인 규제경감(제5조) 등의 정책 사항들은 이미 ‘행정규제기본법’에 편입돼 있는 만큼 ‘규제비 용편익분석’의 경우처럼, 입법화를 통해 규제비용 관리제를 규제심사의 법정 절차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입법조사처는 제시했다.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경계해야 할 것은 제도의 오용과 악용을 꼽았다. 규제 샌드박스의 경우만하더라도, 적극행정으로도 충분 한 사안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적화하거나 실증 특례를 활용해 임시허가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규제당국이 규제 샌드박스의 실험을 핑계로 규제개선에 미온적이거나 결과가 부정적일 경우, 기술・서비스 자체의 문제가 아님에도 관련 규제를 정비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입법조사처는 “실적주의, 형식화, 소극행정의 행태가 새롭게 도입된 규제 샌드박스 제도 위에서 일제히 발생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다”며 “적극행정은 지속가능한 규제개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상벌체계의 강화만으로는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시행과정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하는 후속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규제 개혁과 관련해 “업무협조, 가이드라인, 권고・지침 등 상방의 임의적 협력을 전제로 하는 행정지도의 영역에서 주로 나타난다”며 “행정지도는 ‘행정규제기본법’ 상의 규제에 해당되지 않아 규제개혁의 사각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규제심사를 피하기 위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남용될 위험도 크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최근 ‘금융규제 운영규정’을 개정한 금융분야의 사례와 같이 행정지도에 대한 절차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란 게 입법조사처의 제안이다.
예를 들면 행정지도의 운영과 관련한 일반 지침을 마련해 공문을 통한 행정지도, 온라인 공표, 일몰기한 설정 등을 명문화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으며, 규제 개혁신문고에 ‘보이지 않는 규제센터’를 설치해 사례를 수집하고 법제화 또는 폐지를 유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송림 입법조사관보는 “규제의 매커니즘은 타율인데 타율이 강화돼 있으면 자율이 성장할 기회가 박탈될 수 밖에 없고, 개인의 창의와 자유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규제는 폐지되거나 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고려해야할 것은 규제는 양면적인 속성이 있다는 점이다. 폐지한 규제를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보는 시장참가자를 방지해야 하는 것과 규제를 활용해 시장지배력의 남용으로부터 선량한 시장참가자를 보호하기도하는 순기능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송림 입법조사관보는 “결국 규제개혁의 목표는 폐지나 완화가 아니라 더 좋은 규제를 만드는 것에 둬야 한다”며 “더 좋은 규제와 제도를 만드는 것은 현 정부의 국정 핵심가치인 ‘공정 사회’와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