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원전의 위험은 '내부'에 있다
[E·D칼럼] 원전의 위험은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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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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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지난 5월10일 한빛 1호기 출력급증 사건은 자칫 알려지지 않고 넘어갈 뻔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현장에 들어가 보조급수가 왜 들어갔는지 알아보려는 과정에 원자로 출력이 18%까지 급증했던 것이 밝혀진 것이다. 보조급수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출력급증 사건은 지나칠 수도 있었다. 이는 안전문화를 심대하게 훼손할 수 있었던 중대사태다.

우리가 여태 듣도 보도 못했던 이런 중대사태는 최종안전성분석에도 주기적안전점검에서도 사각지대에 빠져 있다. 따라서 애꿎게도 당시 사건 현장에서 밤샘 작업하던 종사자 몇을 처벌하고 넘어갈 일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풀려 나와야 한다. 오히려 핵연료 내상(內傷) 가능성에 대한 민간전문가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재가동을 시도한 규제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깨끗하다. 따라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사퇴했어야 한다. 마지막일 수도 있는 원전의 엄중한 경고, 이후엔 정말 대형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보라. 우리 모두 최후통첩을 무겁게 받아들여 기강을 정립하고 조직을 쇄신하고 기술을 혁신하고 안전을 환골하고 원전을 탈태하여, 사그라지는 탈(脫)원전 이후 기지개하는 귀(歸)원전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후학을 원전으로 초대할 수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빛원전에 사법경찰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했지만, 이는 책임전가를 위한 자체조사에 불과한 것이었다. 특별조사를 명분으로 현안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면서 진실을 왜곡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국무총리실마저 꿈적 않고 있으니 풀뿌리, 즉 주민, 군민이 양식(良識)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 과학을 믿고, 공학을 좇아 스스로 돌봐야 한다. 원전의 위험은 내부에 있다. 다름 아닌 안전에 대한 과신과 기술에 대한 맹신이다.

안전은 숫자나 확률이나 문서가 보장해주지 않는다. 눈에 띄는 10%는 빙산의 일각, 사고의 90%는 수면 아래 오판과 오만에서 비롯된다. 장비나 환경은 예측할 수 있지만, 인간과 사건은 예단하기 어렵다. 국내 원전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는 원안위의 난맥상이다. 안전은 과학이며 공학이자 철학이다. 외피(外皮)에 드러나고, 세포에 새기고, 혈액에 스며야 한다.

안전은 공간, 시간, 인간, 조직을 어우르고, 위에서 밑까지, 앞에서 뒤까지, 처음부터 끝에까지, 언제라도 함께해야 한다. 만질 수도 보일 수도 없는 무형의 자산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놓쳐선 안 될 유전자, 소모품이 아닌 영구용, 잠시라도 눈을 떼면 때가 낀다. 물밑에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0’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지역사회가 원전을 감시하는 기구가 잘 갖춰져 있다. 주민이 자치구에 가입해 감시한다. 1979년 스리마일 2호기가 녹아내리는 사고가 일어난 펜실베이니아주 도핀카운티의 미들타운이 대표적이다. 한빛은 중대사고시 방사성 물질이 내륙을 가로지르게 되는 국내 유일한 원전이다. 따라서 영광이, 고창이 시급하고, 전주가, 광주가 다급하다. 초근(草根)안전방재운동과 육안(六眼)원전감시기구로 솔선수범한다면 고리도, 경주도, 울진도 뒤따를 것이다.

국내에선 재난관리를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맡고, 지역주민이 안전방재에 참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은 없다. 초근안전방재운동을 통해 육안원전감시기구 결성을 촉구한다.

평상시 안전감시, 비상시 상황전파, 사고시 주민대피를 맡아야 한다. 안전기술원, 민간전문가 등과 협력해 가상교육, 모의훈련, 방재교육도 실시하고, 지역주민이 직접 안전방재단을 운영하면 중앙정부와 지방단체가 챙기지 못한 현지상황과 안전현안을 전방위적으로 메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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