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력산업과 경제적 접근 -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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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2.1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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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관리와 경제

이창호 /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전기를 풍족하게 사용하게 된 것이 그리 오래전도 아니다. 1990년대 중반과 2010년 초반에도 전력공급이 빠듯한 시기가 있었다. 전력 수요관리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당시 매년 10% 이상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맞추려면 발전소와 송전망을 계속해서 건설해야 할 형편이었다. 기술도 자금도 충분치 않던 시절 전력수요만 잘 관리해도 신규 발전소 건설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에너지 절약을 통해 오일쇼크 이후 급증하는 에너지 도입비용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였다.

전력분야에 수요관리가 필요한 것은 전기의 물리적인 특성 떄문이다. 대부분의 재화가 저장과 방출이라는 물량조절수단을 통해 수요변동에 대응할 수 있지만, 전기는 시시각각 변동하는 수요에 맞추어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보급으로 저장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특정 장소나 규모에 한정되며, 비용 또한 매우 높다. 이미 오래전 원전 개발과 더불어 양수발전소가 몇 군데 건설되었지만, 이 또한 입지나 환경제약이 크며, 에너지 손실도 커서 30% 정도만 이용가능하다.

그동안 정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중심이 되어 수요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고효율 기기를 보급하고, 피크시간대의 수요를 줄이고, 건물이나 기기의 에너지효율기준을 정하는 것이 모두 수요관리의 일환이다. 전기요금도 수요가 많은 피크시간대는 높이고, 낮은 시간대는 낮춰서 전력수요를 가능한 고르게 사용토록 유도하는 계시별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 부하율은 지금도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 당연히 발전소 이용률도 높아서 전력공급단가를 낮추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그렇다면 수요관리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수요관리로 인해 줄어든 비용 즉, 설비비와 에너지절감액을 수요관리에 사용된 비용, 즉 참여자 인센티브와 요금감소분을 비교하면 된다.

양자를 비교하는 국제적 기준으로 회피비용(avoided cost)이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간단히 말해 수요관리로 인해 발생하지 않은 설비 및 에너지비용을 편익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고효율기기나 단열효과를 높이는 개조를 통해 전기소비가 줄어든다면 궁극적으로 그만큼 발전소도 송전망도 줄 것이며, 발전연료 사용도 줄게 될 것이다. 또한 송배전 손실도 줄고, 화석연료라면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배출도 감소할 것이다.

수요관리의 편익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크다. 그러나 수요관리로 인한 혜택은 사회전반의 다양한 주체에게 돌아가는데 비해 비용은 주로 전기요금으로 지불하는 구조이다. 즉, 국가적으로 보면 분명 큰 편익이 발생하지만, 전력회사가 당장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회수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시장기능의 한계로 인해 많은 선진국에서 효율향상의무화(EERS)와 같은 에너지절감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수요관리는 체계적인 접근방법 보다는 기술적 접근이나 규제적 방식에 의존하였다. 1990년대 들어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성과계량, 비용효과 분석, 잠재량 평가와 같은 기법과 분석이 시도되었다. 예로써 고효율 조명프로그램의 경우 먼저 보급 잠재량을 평가하고 기기교체로 인한 편익과 비용을 산정하여야 한다. 이를 토대로  인센티브 수준에 따른 보급규모와 소요비용을 분석하여 보급전략을 수립한다. 프로그램 시행 이후에는 실제 절감량을 설치장소, 사용시간, 기기효율 등에 따라 계량하고 검증하여야 한다.

1990년 한계비용을 토대로 하는 요금제도가 검토되었고, 1994년 수요관리 성과계량과 비용평가 연구가 수행되였으며, 1997년에 수요관리 잠재량 평가와 모니터링이 이루어졌다. 2005년에는 수요관리사업의 성과를 투명하게 평가하기 위해 ‘수요관리평가시스템’이 개발되었으며, 2011년에는 ‘실시간 수요자원 제도설계 및 운영시스템’을 개발하여 전력시장에 DR시장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요관리는 전력수급계획에 있어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력수급계획에서 수요관리는 설비계획의 기준이 되는 목표수요 전망치를 결정한다. 통상 수요전망치의 10~15%에 달하는 수요관리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7차계획에서 수요관리 목표는 15,3GW로 최대전력의 12%에 해당하며, 전력소비량 목표는 14.3%였다.

8차계획에서도 최대전력 12.3%, 전력소비량은 14.3%의 감축목표를 설정하였다. 설비규모로 15GW, 전력량으로는 거의 100TWh를 향후 12년 안에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신규설비 및 계통계획은 모두 이를 기준으로 수립되므로 사실상 수요관리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발전, 송전설비의 감축이 이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설비감축과 에너지 절감에 대한 비용평가나 요금효과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어차피 계획은 계획일 뿐 실제 달성여부는 관심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2000년 이후 수요관리보다는 수요자원 또는 수요측자원이란 용어가 흔히 사용되고 있다. 수요자원은 크게 설비와 마찬가지 역할을 하는 DR자원과 에너지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EE자원으로 구분된다. 요즘 재생에너지의 확산으로 인해 전력의 변동성에 대한 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급변하는 출력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자원으로 수요자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IDSM 이라는 개념으로 수요자원이 분산자원, ESS, EV 등과 결합되면서 활용성이 커지고 있으며, 계통신뢰도 유지를 위한 변동성 대응자원으로써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빅 데이터, 딥 러닝기술의 접목을 통해 앞으로 최적 설비관리, 최소 에너지소비를 향한 에너지관리시스템의 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아울러 분산, 수요자원의 확산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와 비지니즈도 늘어날 것이다. 이제 전기에너지도 관리가 가능한 시대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남아돌아 수소로 저장이 가능하고, 기술경제성만 확보된다면 수요관리란 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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