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달에 점검해 보는 전기문화의 현주소
문화의 달에 점검해 보는 전기문화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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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0.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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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전기문화인가’에 진지한 모색은 거의 없어
기존문화에 자리 마련해 주는 정도에서 맴돌아

개념이 다양하게 쓰이면 그 정체성은 지켜지기 어렵다. 문화라는 개념도 그렇다.

문명의 상대적 개념으로 쓰이다가 제반 분야에서 두루 쓰이면서 그 개념이 하나의 틀에 묶이지 않게 되었다. ‘문화’를 전기로 끌어들였을 때 전기산업분야에서는 어떤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말하자면 ‘화장실문화’에서부터 ‘민족문화’까지 그 진폭이 다양한 문화 중에서 그 어떤 것이 전기문화에 해당된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매년 수백 건의 논문이 발표되는 전기산업계이지만 ‘전기문화(혹은 전력문화)가 과연 무엇인가?’를 주제로 삼는 경우는 없다. 전기문화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한 실례이다. 전기산업계에서 전기문화는 지금 어떤 모습인가? 시월, 문화의 달에 전기산업계의 전기문화를 점검해 본다.








한국전력 본사는 ‘전력문화’를 위해 한전 프라자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같은 목적으로 매년 전력문화대상과 서울신인콩쿠르를 개최한다.

한전 프라자 주요시설은 전력문화회관에 있으며 갤러리 2관, 문화교실 2실, 공예전시대, 인터넷카페, 고객의 휴식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전력 홈페이지에 의하면 “프라자는 도심속의 문화공간으로써 일상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만남과 대화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갤러리의 경우 연중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을 마련하지 못하는 화가들에게 전시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한전의 공기업 이미지에 합당한, 예술가에게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획이다.

한전미술대전은 한전과 발전사의 임직원 및 가족을 대상으로 한 미술공모전이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이 행사는 한국화, 서양화, 서예, 사진 등의 분야에서 작품을 모집하여 시상하고 전시회를 갖는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가족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서울신인콩쿠르는 ‘신인음악도들에게 데뷔무대를 제공하고 장차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 줌으로써 국민기업 이미지를 창출하고 Classic음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공기업 한전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이다.

한전은 공기업으로서 문화에 관해 일정 부분 기여를 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대기업들이 문화 기여라는 미명하에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세워 ‘문화 투자’를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한국전력의 문화 활동은 건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의 전력문화는 기존의 문화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문화 행사의 주최가 한국전력일 뿐이다. 한국전력의 전력문화는 전기와 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기존 문화와 전력계의 접촉을 의미한다.

더불어 한국전력이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문화행사에 민족문화의 비중이 극히 낮다. 지방 사업소들의 민족문화 지원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공식적인 행사나 지원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국민 이해증진을 도모키 위해 설립됐다. 92년의 설립 이후 원자력문화재단은 원자력 대국민홍보와 문화행사 개최 및 지역 문화행사 후원 활동을 벌여왔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재단 자체의 움직임만 있는 게 아니다. 원전 지역의 경우 원자력을 지지하는 지역민 단체인 원자력문화진흥회가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연계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상에서 보면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두 가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을 홍보하는 ‘원자력재단’과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문화 후원 재단’의 성격이 그것이다.
여기에서는 물론 원자력재단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지난해까지, 그러니까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설립된 지 10년 동안 실시된 원자력교육사업이 978회였으며 그 대상자는 12만 8725명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 후원 사업을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99년부터 향토문화제를 후원하는 동시에 지역주민과의 교류행사에도 열을 올렸다.
또한 원전이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점을 살려 해변가요제를 개최하기도 하고 국내 유수단체 초청음악회도 열었다. 또한 원전 주변 청소년들의 정서함양과 예술적 소양 발굴을 위해 사생대회와 백일장이 중심이 된 원자력문예대전을 개최했다.

이와 같은 문화 후원재단으로서의 역할이 원자력과 별개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문화 후원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원자력 홍보이지만 원자력문화재단이 전기산업분야의 그 어떤 단체보다도 더 문화 활동에 재정적인 후원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는 하나 원자력문화재단의 문화 사업은 한국전력과 같은 문제점을 노정시키고 있다.

전기인들의 단체인 전력기술인협회는 전기문화와 관련해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는가? 지난 10월 11일 전력기술인협회는 ‘제1회 전국 전력기술인 한마음체육대회’를 개최했다. 여느 단체들이 매년 여는 체육대회를 이제야 개최한 것이다. 바로 이 사실에서 전력기술인협회가 전기문화에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전기산업분야의 최대 조직이라는 전력기술인협회가 이렇다는 것은 곧 전력기술인들이 전기문화에 별다른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공사업체들은 전기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 한국전기공사협회의 유관단체인 한 신문사에서는 전기문화대상을 수여한다. ‘전기문화에 기여한 이나 단체를 포상’하는 이 상의 작년도 수상자는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었고 대통령 표창에는 전기산업 분야의 회사 대표들이었다. 전기산업계의 유공자를 표창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문화대상을 전기산업계 외부의 인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가는 작년 시상식에서 산자부차관이 했던 치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치사에서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경쟁력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전력설비시공산업의 기술향상과 안전시공에 앞장서 온 수상자들의 노고’를 추켜세운 후 ‘전기인들이 결식아동 및 소년소녀가장돕기, 장학사업활동 등 전기문화의 창달에 크게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바람직한 전기문화는 ‘이웃돕기와 장학사업’이라는 인식의 일단이 드러나 있었을 뿐 문화적인 색채는 찾아지지 않았다.

전기공사업체들은 전기문화라는 말에서 바람직한 전기인상(電氣人像) 혹은 모범 전기인을 떠올리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공사업체 주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지방에서는 전기문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작년에 한전 경기지사는 전기문화교실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전기 실사용자인 주부들에게 전기상식 및 생활정보를 제공하여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하는 교육을 했다.

또한, 전력사업에 대한 이해기반 조성에 목적을 두고 경기지사 현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에 이어 전기사용 신청, 전기요금 납부방법, 인터넷 빌링의 장점 등 전기상식에 대한 강의도 있었다.

여기에서는 전기 전반의 상황을 전기문화라는 말이 표상하고 있다.

이상에서 보듯 현재 전기문화는 해당 분야에 따라 제각각으로 쓰이고 있다. 한국전력과 원자력문화재단은 기존 문화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사협회에서는 모범적인 전기인의 모습을 표상하는 말로 쓰고 있다. 지방에서는 전기 전반을 아우르는 말로 여기고 있다.

문화는 강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전기문화 역시 어떤 목적이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질 수는 없다. 전기산업계가 자발적으로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기문화가 과연 무엇인지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런 후에 전기문화 창달의 방향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전기산업계의 언론 역할이 크다. 문화는 언론의 공간을 통해 형성되고 전파되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 수행에 앞서, 언론사들은 ‘전기문화 창달을 위한다‘고 내세우고 있으면서도 그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선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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