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승일 /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인터뷰] 문승일 /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20.01.01 0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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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전력연구소 소장, 녹생성장위원회 에너지전환분과 위원장)

"에너지전환에는 '비용과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발전 방식에만 논란 매몰… '전송·사용'도 함께 가야 완성
전력산업계도 큰 변화 직면… 새로운 기술과 제품 준비해야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에너지전환. 현정부 출범 이후 지속돼오고 있는 논란에 대해 혹자들은 이제 지겹다는 표현을 하고는 한다. 그러나 이는 찬성과 반대, 양측에서 동의하는 부분, 즉 에너지가 국가 백년의 대계라는 점에서 피곤하다고 외면해서는 안 될 문제다. 오히려 더욱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지엽적인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다가 큰 부분을 놓치는 부분은 없을까. 서울대학교 문승일 교수는 본지와의 신년인터뷰에서 기자에게 이같은 부분을 지적했다. 전력의 큰 틀, 즉 '발전원-전송-사용' 전체적인 측면에서 고려하면 오히려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 교수는 "에너지전환이라는 글로벌한 흐름은 이미 출발해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 에너지 생존구조와도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현재보다 뒤쳐지거나 지나쳐 가버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본방향은 동의… 세부적으로는 낙제점

문승일 교수는 에너지전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기자의 물음에 그는 "총론, 기본방향은 옳다고 보지만, 디테일함은 여러 측면에서 부족하다"면서 "좋은 평가를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신기술 확대 등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글로벌(전세계적) 추세"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현재 원자력계를 중심으로 한 반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에너지전환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답이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특히 "에너지전환은 국가 에너지 인프라의 변혁을 의미하는 것이며, 한곳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에너지를 어떻게 만들고(발전), 보내고(전송), 사용하기까지, 전 분야에서 전환이 동시에 일어나고 완성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논쟁은 대부분 전기를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논쟁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논쟁이 진행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따라서 논쟁이 의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논쟁 자체에 너무 몰입되어 전체적인 변화를 발목잡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에너지(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내고,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전기를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대한 논쟁에만 국한되지 않고, 또 더 큰 안목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전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이, 발전원을 바꾸는 것에 몰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또 현재의 사용구조를 유지하는데 소스(발전원)가 바뀌려고 하겠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문 교수는 특히 "에너지전환에는 부득이하게 비용과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용과 노력과 희생이 필요없다면 왜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았겠는가"라고 되물으며 “지금 바꾸지 않으면 더 큰 부담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게 될 것”이라고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같은 현상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전제가 필요한데, 투입된 비용, 노력, 그리고 희생보다 미래에 얻게 될 대가가 훨씬 커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젤열차에서 고속철도로의 변환을 예로 들었다. 고속기관차가 들어오기 전에 고속철도가 먼저 준비돼야 하고, 소비자들이 변화에 따른 비용과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미래의 가치에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에너지정책과 관련된 여러 논란과 관련해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정부에서 해결했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 일부는 미뤄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갈등"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그러나 지금까지의 논쟁은 상당 부분 한시적이어서,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이어 "발전, 송전, 사용이라는 3가지 측면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야 바람직하지만, 굳이 따진다면 변화는 역순으로 일어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쪽에서 전환이 먼저 일어나면 에너지를 만드는 쪽으로 전환이 수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요금 정책 집중될 곳은 '산업용'과 '일반용'

다음으로는 전기요금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가정용 누진제는 효과가 없다"고 단언했다. 전기사용량 절감, 그리고 고소득층에는 많이 받고 저소득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지만, 현재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사용량이 전체 전기사용량의 13% 수준에 불과한 만큼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제한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가 OECD 국가 비율의 절반도 안되는 현재 생활구조로 볼 때 가정용은 더이상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 정책이 집중될 곳은 산업용과 일반용"이라고 밝혔다. "물론 가정용도 필요할 경우 적정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저소득층은 복지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시장과 복지를 혼동해서는 안되며, 복지로 해결해야 할 것을 시장에서 하려다 보니 왜곡이 발생하고 효과도 없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이어 "산업용은 지금까지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희생해왔고, 그 과정에서 에너지다소비 기업을 너무 많이 키워왔다"면서 "우리나라의 GDP 1달러당 소비되는 전기량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구조를 유지한 채로도 앞으로 계속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는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진단했다.

또한 "지금까지는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었더라도, 향후 부가가치를 내기가 어려운 에너지 다소비 산업 분야에 대해에는 전기사용량을 줄여가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고, 바뀔 수 있는 정책과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위해 수반되는 노력과 희생, 그리고 이에 따른 비용을 지금 지불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 부담이 눈덩이 불어나듯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좀 더 지나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우리 세대가 할 일을 다음 세대에게 전가하고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구조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 발전되고 커 나가야 하는 많은 분야들이 위축되고 있다"면서 "현재의 구조에서 보호받고 있는 산업이, 과연 위축되고 있는 산업보다 더 큰 미래의 가치가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변화에는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데, 현재는 부정적인 측면에서만 논란이 집중돼 있고,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비전제시 등은 거의 보이는 것이 없다"면서 "특히 현재 일어나는 에너지 전환 논쟁이 탈원전, 석탄발전 등 발전원의 변화에만 너무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남북간 통일, 전기로 이루어진다

다음은 문 교수가 꾸준히 제안해왔던 통일과 전기에 대한 물음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남북의 실제적인 분단은 북한이 남한에 전기를 끊으면서 시작됐다고 본다"면서 "따라서 통일은 역순으로 전기를 이으면서 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로, 철도 연결 모두 필요하지만 중요성의 우선 순위를 살펴보자면 전기 연결이 고려되지 않는 통일은 있을 수 없다"면서 "통일은 전기의 연결로 시작된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전기도 남쪽의 전기 역사를 그대로 반복할 것인가? "그것은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비효율적 방법"이라고 답했다. 오히려 그 역순으로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통신의 경우에도, 북한에 5G부터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에는 새로운 기술을 먼저 적용해야만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기간전력망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이를 구축하기에는 막대한 투자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재생과 ESS를 먼저 보급하고, 지역별 마이크로 그리드를 통해 도시별로 독립해 나가는, 신기술부터 바텀업(bottom up)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반드시 중국, 러시아, 일본을 아우르는 수퍼그리드를 염두에 두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우리와 북한만 연결하여 독립된 전력망을 만드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면서 "기술적 문제만이 아니라 지정학적, 경제적 측면에서도 반드시 이들 인근 국가들의 망 연계를 고려한 전력망이 만들어지도록 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마지막으로 전력산업업계에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중전기산업계를 비롯한 전력산업계는 큰 변화에 직면했다"면서 "미래에 한국전력과 전력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잘 살펴보고, 이에 대해 제품, 기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교수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수많은 신기술 필요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국제 경쟁력이 없으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에너지 신시장이 사라져가는 시장보다 훨씬 클 것이며, 중전기기산업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