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국전기연구원 - 국민에게 신뢰받고, 국익중심의 핵심가치 실현한다
[이슈] 한국전기연구원 - 국민에게 신뢰받고, 국익중심의 핵심가치 실현한다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20.01.0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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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과학기술계 인정 연구성과, 사업화 적극 추진
의료기기, 복합 잉크, 플라즈마… 국민 삶의 질 개선 기대
전기화·신기후체제·4차산업 등 미래 선도 기술개발 주력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최규하)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1976년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서 첫 출발한 이후 다양한 성과 창출로 최고 수준의 전기전문연구기관이자 과학기술계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현재 경남 창원에 소재한 본원 외에 2개의 분원(안산, 의왕)이 있으며, 전체 직원수는 600여명에 달한다.
KERI는 실현 가능하면서도 대규모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연구과제를 집중 선정, 국가사회에 기여하는 대형 성과창출을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중심 연구분야는 전력망 및 신재생에너지,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기물리 연구 및 산업응용 기술, 나노신소재 및 배터리, 전기기술 기반 융합형 의료기기 등이다.
지난해 KERI가 과학기술계로부터 크게 주목을 받은 주요 성과를 지면에 담았다.

플라즈마 활성수 대용량 제조기술 개발자인 한국전기연구원 조주현 박사(왼쪽)와 진윤식 박사(오른쪽)
플라즈마 활성수 대용량 제조기술 개발자인 한국전기연구원 조주현 박사(왼쪽)와 진윤식 박사(오른쪽)

신이 준 선물 ‘플라즈마 활성수’ 대용량 제조기술

KERI 전기물리연구센터 진윤식·조주현 박사팀이 미래 청정기술로 불리며 농업·바이오·식품·원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플라즈마 활성수’를 대용량으로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플라즈마란 고체, 액체, 기체에 이은 제4의 물질로, 강한 전기적 힘으로 인해 기체 분자가 이온과 전자로 나누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우주 전체의 99%가 플라즈마 상태로 이루어져 있고, 자연현상에서는 번개, 오로라 등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우리 주위에서는 거리의 네온사인과 형광등이 플라즈마에 의한 현상이다.

KERI가 개발한 기술은 플라즈마 활성수(PAW, Plasma Activated Water)를 대용량으로 제조하는 기술이다. 플라즈마 활성수는 공기(혹은 수중)에서 플라즈마를 생성한 뒤, 산소 및 질소 등의 활성종을 물에 녹아들게 한 기능성 물이다. 이 활성수는 강한 산성을 띠어 소독제나 살충제 등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동시에 질소 산화물들이 다량 포함돼 있기 때문에 액체 비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병원에서는 의료도구의 소독이나 피부 치료로 쓸 수 있고, 가정에서도 야채나 과일을 씻어주는 친환경 세정제로 이용될 수 있다.

활성수를 생산하는 기존의 방법은 가느다란 틈으로 플라즈마를 고속으로 분출하는 ‘플라즈마 제트(Plasma jet)’를 활용하는 방식, 평판의 금속전극과 유전체(정전기장을 가할 때 전기편극은 생기지만 직류전류는 생기지 않게 하는 물질)를 샌드위치처럼 배열하고 좁은 갭에서 방전을 일으키는 ‘평판형 유전체장벽방전(DBD)’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1회 제조용량이 수십 밀리리터(mL)에서 수 리터(L)로 제한됐으며, 넓은 면적으로 균일하고 밀도가 높은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데에는 많은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KERI는 평판형이 아닌 ‘동축형’의 유전체장벽방전 장치를 통해 균일하고 대면적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동축형은 평판형에 비해 부피를 줄일 수 있고, 직·병렬의 연결이 용이해 대용량화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또한 플라즈마와 물의 반응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리액터 구조를 창안하여 장시간동안 큰 전력을 공급하면서 플라즈마 활성수를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까지 플라즈마 활성수 제조용량에 관한 세계적인 기록은 미국 APS(Applied Plasma Solution)사의 120L/h,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대학의 100L/h가 있으나, KERI가 개발한 ‘동축형 유전체장벽방전’ 장치는 시간당 무려 500L의 플라즈마 활성수(pH 3 기준)를 제조할 수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특허출원을 완료했고, 전 세계 전문가들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KERI 연구팀은 ‘산업용 대용량 플라즈마 활성수 제조장치’의 상업화를 위한 기술이전 수요업체 발굴을 통해 조기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췌장암 치료용 형광복강경 및 광역학 치료기기
췌장암 치료용 형광복강경 및 광역학 치료기기

췌장암 표적 치료용 형광복강경 및 광역학 기술

KERI RSS센터에서 개발한 ‘췌장암·담도암 표적 치료용 형광복강경 및 광역학 기술’이 ‘2019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해당 성과는 고출력 LED 광원과 반도체 레이저를 이용해 빛으로 암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표적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암 치료 기술이다.

췌장암과 담도암은 조기진단이 어렵고, 발견되더라도 대부분은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존율이 매우 낮은 치명적인 암이다. KERI가 의료계 현장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개발한 성과는 ▶복강경용 고출력 LED 의료광원기술 및 형광 검출 기술(암 진단)과 ▶광역학 치료용 반도체 레이저 기술(암 치료)을 기반으로 하는 ‘형광복강경시스템’이다. 즉 복강경을 기반으로 췌장암 및 담도암의 광역학 치료를 실현하는 차세대 융·복합 의료기술이다.

이 기술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광민감제’가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축적되는 특성을 이용한다. 복강경을 통해 몸속에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하면 광민감제가 빛에 반응해 형광을 발하고, 독성을 갖는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신체의 다른 장기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 및 치료한다. 즉, 암을 정확하게 보면서 필요 부위만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See and Treat’ 방법으로, 진단과 치료가 융·복합된 새로운 개념의 의료기술인 것이다. 또한 수술 시 복강경을 이용해 환부 절개를 최소화하면서도 암을 표적 지향적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에 비해 합병증의 위험 및 통증이 적어 환자의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KERI는 이번 성과를 국내 제약기업에 기술이전하고, 의료기기의 제품화 및 인증을 지원하는 등 이전기업의 의료기기 사업화 기반도 마련했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첨단 의료기기에 대한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상용화를 통해 다양한 암 수술 분야로 확대, 국민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리-그래핀 복합 파우더(왼쪽)와 잉크(오른쪽)
구리-그래핀 복합 파우더(왼쪽)와 잉크(오른쪽)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 개발 및 기술이전

KERI 나노융합연구센터가 개발한 ‘금속·그래핀 입자 및 복합잉크 제조기술’이 국내 업체에 기술이전 됐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전도성 금속잉크의 주요 소재는 귀금속 계열의 은(Ag, Silver)이다. 은은 전기 전도도가 높고 산화가 잘 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매우 높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고품질 은 잉크의 경우 그동안 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았고, 대체 소재 발굴 및 국산화 노력이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은을 대체하기 위한 소재로 은과 유사한 전기 전도도를 가지면서도 가격은 10배나 저렴한 구리(Cu, Copper)가 있지만, 구리는 은보다 녹는점이 높고, 공기 중에 노출되면 표면에 산화막이 쉽게 형성돼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이에 KERI 연구팀은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고 전기 및 열 전도성이 우수하고, 금속 소재의 산화 방지막으로 활용이 가능한 ‘그래핀’에 주목했다.

KERI 개발 기술은 꿈의 나노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을 구리에 합성해 가격은 낮추면서도 뛰어난 전기 전도성을 갖는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다. 연구팀은 그래핀과 구리 입자의 단순한 혼합방식이 아닌, 구리 입자 표면에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고결정성의 그래핀을 용액상에서 직접 합성할 수 있는 ‘액상합성법’을 세계 최초로 시도했다. 이 방법을 통해 구리·그래핀 복합 입자를 대량으로 연속 공정할 수 있고, 잉크 및 전극 제조 시 발생할 수 있는 그래핀 탈착 현상을 방지,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구리의 산화를 막을 수 있었다.

또한 마이크론 크기의 값싼 상용 구리 입자를 사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고, 구리 입자의 크기 및 형태(구형, 플레이크형, 덴드라이트형) 조절을 통해 다양한 전기 전도도를 갖는 패턴 전극을 확보할 수 있어 폭넓은 응용 분야로도 적용이 가능하다.

KERI는 개발 기술을 금속소재 및 잉크 제조 전문기업인 대성금속(주)(대표이사 노윤구)에 기술이전(착수기술료 5.5억원, 경상기술료 1.5% 조건)했다. 대성금속(주)은 이미 파일럿(pilot) 규모에 해당하는 월 1t의 구리·그래핀 복합 입자 대량 생산설비를 구축했고, 2020년 1분기에는 월 10t 규모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전기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40년 동안 쌓아온 기술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 일상에서 전기가 중심이 되는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에 따른 대응 환경을 구축하고, 신기후체제와 4차산업 등 미래를 선도하는 기술개발에 주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