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경수 /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
[인터뷰] 김경수 /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20.01.0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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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물꼬 트지 않고 원자력 신뢰도 향상 요원하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정립 될 수 있도록 최선 다 할 것"
"원전사후관리사업 수용성은 정책 투명성과 함께 기술의 자립 여부"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기자간담회 모습. 왼쪽부터 강문자 부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통합관리단 단장), 김경수 회장, 윤종일 부회장(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기자간담회 모습. 왼쪽부터 강문자 부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통합관리단 단장), 김경수 회장, 윤종일 부회장(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원전사후관리사업은 모두 방사성폐기물로 귀결됩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원자력발전 5위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책마련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에너지전환정책 배경 중의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올해부터 2021년 12월까지, 제9대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김경수 회장(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처분연구부 책임연구원)은 8일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03년 6월21일 방사성폐기물 및 원전해체 등 핵연료주기 분야 제반 연구진흥과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 및 국민수용성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는 2020년 1월6일 기준, 개인 2506명과 법인 54개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원자력 관련 학회 중 2번째 규모다.

현재 방사성폐기물학회는 ▲핵주기정책·규제 및 비확산 ▲사용후핵연료 처분전관리 ▲고준위폐기물 처분 ▲중저준위폐기물관리 ▲제염해체 ▲방사선환경 및 안전 ▲방사화학 등 7개 연구분과를 두고 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학술단체 협의회 총괄사무국(회원기관 :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한국원자력학회, 대한지질학회, 대한지질공학회, 한국암반공학회)이기도 하다.

또한 방사성폐기물학회라는 명칭에 걸맞게 Journal of Nuclear Fuel Cycle and Waste Technology(국문명 : 방사성폐기물학회지) 발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원전해체 등 핵연료주기분야 전반에 관한 정기 학술행사(연 2회) 및 비정기 워크숍 및 심포지엄, 회원 역량강화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회장은 "1987년부터 방사성폐기물처분 연구에 종사하면서 지금까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부지 선정 및 부지특성평가,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R&D,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저준위폐기물은 1986년 사업에 착수한 후 19년 만에 부지를 결정했고, 30년 만에 폐기물 처분이 가능하게 됐다"면서 "그리고 1978년 원전 운전이 시작한 이래 38년 만인 2016년 7월 사용후핵연료 국가관리 기본계획이 최초로 공표된 바 있으나, 이 기본계획은 이해관계자 모두의 참여가 부족했다는 지적과 에너지전환정책 시행에 따라 관리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회고했다.

김경수 회장은 "이 분야의 기술개발 현장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원자력발전 5위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책마련에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에너지전환정책 배경 중의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관리 대책 마련이 부족했다는 것은 해외 선행국 대비 정책 수립의 보폭이 크고 너무 느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물론 국민이 사용후핵연료를 바라보는 수용성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차원의 지속적인 소통 노력은 충분했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이어 "원전사후관리사업은 모두 방사성폐기물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2년 간 회장을 맡는 동안 중저준위폐기물의 안정적인 처분을 위한 현안 해결을 위해 학회 차원에서 관계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 볼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원전 해체기술의 자립을 위해서도 회원사 간 긴밀한 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면서 "여러 현안 중에서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 재정립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힘을 보태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의 물꼬를 트지 않고서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원전의 안전운영은 물론 원자력의 신뢰도 향상은 요원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같은 현안 해결을 위해 학회 차원에서 펼쳐나갈 4가지 주요 활동계획을 제시했다.

먼저, 학회 본연의 방사성폐기물 관리 과학기술 플랫폼 환경을 강화하기 위해 개인회원 및 법인회원사들의 귀한 기술경험과 노하우가 한 곳에 모여 융합 발전하고, 다시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학술활동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활동이 활발해지면 방사성폐기물의 안전관리 기술 자립화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중반 즈음(7~8월 경)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학술단체협의회 주관으로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로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하는 방사성폐기물의 안전관리기술에 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이해관계자와의 다양한 토론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학술활동에만 국한돼 있었지만, 이제 사회적 소통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이사회의 논의를 통해 학회 내에 설치된 7개 연구분과위원회에 별도의 '(가칭)이해관계자 소통분과위원회'를 추가로 설치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월30일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학회 연구분과가 8개로 늘어나게 된다.

김 회장은 "이 위원회에서는 과학기술 전문가들과 지역사회 대표, 환경운동가, 관계기관, 정부가 참여해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물론 시작부터 어려울 수도 있고 잡음도 있을 것으로 예견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소통이 많아질수록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하는 방사성폐기물에 관한 이해도와 수용성도 점진적으로 향상될 것이고, 정책 시행력도 향상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학회 내에 설치된 현안검토위원회의 활동을 강화, 방사성폐기물 관련 이슈들의 해결 방안 도출에 역점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핵종분석 관련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함과 동시에, 현재 진행 중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 성공을 위해 학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네번째로, 원전사후의 안전관리를 위한 국가차원의 기술개발 프로그램의 기획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미래 사용후핵연료의 중간저장, 처분, 원전 해체사업의 시행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이해와 동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시각에서 본다면 원전사후관리사업의 수용성을 좌우하는 것은 정책의 투명성, 신뢰성과 더불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관리기술의 자립 여부가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가차원에서 이러한 기술적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첫 번째 사업으로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모여 다부처사업 형태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 '사용후핵연료 저장·처분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핵심기술개발사업'이 지난 12월에 예타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점을 꼽았다.

이와 관련 김경수 회장은 "그동안 부처별로 독립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해 오던 방식에서 탈피, 이제부터는 범부처적으로 힘을 모아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효율적으로 긴밀한 협업을 시작하게 된 기반을 마련한 것은 원자력연구개발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번째 사업으로는 (가칭)원전해체기술개발사업이 올해 상반기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게 되며, 이 역시 2개 부처(산업부, 과기정통부)가 공동으로 기획, 해체기술 자립을 위한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원전사후관리정책의 투명성, 신뢰성과 더불어 이와 같은 기술개발사업은 국민의 수용성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학회에서는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준위방폐물 임시저장시설(맥스터) 건설과 관련된 물음에 대해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확보는 원전의 안정적 운영과 원전의 해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2021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포화상태에 이르고, 원전해체를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를 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맥스터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면 월성 2~4호기도 발전을 정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한국수력원자력측이 운영변경허가 신청을 한 상태이며, 아직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결론을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차질없이 건설이 진행되더라도 약 19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올 상반기 중에는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식의 경우 관건은 '부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스웨덴, 핀란드, 일본 등 선행국들과 우리나라는 부지 확보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선행국들의 사례를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바람직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는 국민과 투명하게 소통하고, 과학기술자들은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다 경제적으로 처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해체-저장-처분'으로 이어지는 원전사후처리 과정 중 해체부분은 그동안의 준비를 통해 인력과 기술 등에서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으나, 저장과 처분 분야는 인력이나 기술 모두 많이 미흡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학회는 방사성폐기물과 관련한 다양한 국가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기술적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데 지혜를 모으고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