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도 한전 단가계약 제도개선 업계파장 클 듯
2004년도 한전 단가계약 제도개선 업계파장 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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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0.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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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 축소 통해 공사업체 다수에 기회 제공
지역 구분 완화 등 전통적 단가공사 변화


입찰업체와 하도급업체 양분되리라는 우려



2004년도 한전 단가계약 지침 개정이 다음주 확정될 전망이다. 지난주까지 알려진 바로는 2004년도 단가계약에서 가장 큰 변화는 한전 사업소와 단가계약된 공사업체(단가업체)와의 공사 수의계약 한도액 하향이다. 올해까지는 한전사업소와 단가업체가 5000만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했으나 내년부터는 이것이 축소되는 것이다.

2000만원 이하 공사에만 수의계약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수의계약 한도액이 1000만원으로 알려져 왔으나 2000만원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2일 건교부가 산하 기관의 수의계약 한도액을 2000만원으로 결정하는 동시에 재정경제부에 같은 내용으로 국가계약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재정경제부가 건교부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한국전력의 단가공사도 여기에 준하게 된다.)

수의계약이 불가능해진, 2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한전사업소 발주 공사는 입찰에 의하게 된다. 입찰 방식 역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업소내 적격 등록업체간 전자공개 경쟁 수의계약’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려진 대로 2004년도 단가공사 계약지침이 이뤄질 경우 이제까지 사업소의 단가업체가 지녀 왔던 독점적인 지위는 사라지고 일정한 범위 내의 공사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게 된다. 이는 많은 공사업체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전의 단가공사는 실적을 중시함으로써 한번 단가업체가 다시 단가업체로 계약을 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전기업계에서는 단가공사를 한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로 나누어져 공사업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야기돼 왔다. 광주 전남의 경우 공사업체는 전기공사협회에 등록된 숫자만을 놓고 볼 때 631개업체인데 여기에서 상위 그룹은 단가공사를 맡고 있는 80개업체가 포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서울 경기 부산과 같은 대규모 민간 전기사업이 있는 지역을 제외한 기타 지역에서 발견된다. 전체 전기공사업체를 놓고 볼 때도 현재의 단가공사 업체인 838개사(고압 629사, 저압 209사)가 공사업체 상위 순위를 점하고 있다.

상위 순위 업체들은 단가공사만이 아니라 한전의 각종 공사도 실적을 앞세워 도맡아 하고 있다. 한전의 금년 단가공사 도급액은 1조4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하면 838개사가 1조 4000억원의 공사 대부분을 해치우는 셈이다.

이와 같은 단가공사업체들의 ‘장기 집권’이 2004년도 단가계약에 의해 와해되고 다수의 업체가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껏 단가공사를 해 왔던 업체들은 불안과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것은 원활한 공사를 위해서는 일정한 숫자의 기술 인력과 일정 수준의 장비를 보유해야 하는데 단가공사가 줄어들 경우 인력과 장비의 유지가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무정전 단가업체의 경우 배선활선전공 5명 이상과 기능 평가 유자격 배선전공 10명 이상이 필요하며 무정전 장비는 활선 작업 차량, 바이패스 케이블 차량, 이동용 변압기 차량 그리고 활선과 무정전 관련 공구 등을 상비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이제까지 단가공사에서 소외돼 왔던 업체들은 공사 기회가 많아지는 걸 크게 반기고 있다. 소규모업체들은 경기 불황에 의해 공사업체의 명맥마저 잇기 힘든 판에 한전이 5000만원 이하의 공사에도 입찰을 실시한다면 한 가닥 희망이 있다는 입장이다.

희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한전사업소의 공사 입찰 방식은 ‘사업소내 적격 등록업체간 전자공개 경쟁 수의계약’이 유력하다. 경쟁 방식이 최저가 낙찰이 될 거라는 예상까지 있다. 입찰이 단순한 기회 확대는 아닌 셈이다. 일부에서는 업체간의 과당 경쟁을 야기하는 상황이 도래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전 사업소들은 어떤 견해인가? 2004년도 단가공사 계약지침의 변화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한전 공사업무의 실무부서인 배전부이다. 사업소의 배전부에서는 5000만원 이하 공사의 입찰에 의해 ‘복잡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이제까지 한전 사업소의 배전부에는 단가공사업체에서 파견된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공사업체의 직원은 배전부 일을 돕는데 그가 공사의 설계까지 도맡아 할 정도였다. 앞으로 단가공사업체의 일이 줄어들면 이런 ‘파견 직원’이 사라질 것이다. 당연히 파견 직원의 업무는 한전에서 떠맡게 된다. (한전에서는 파견 직원이 해 오던 설계의 경위 지점 내에 능력자가 없을 경우 외부 용역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업무량의 증가를 배전부가 반길 리 없다.

한전 본사에서는 여러 어려움이 따르리라고 예상하면서도 수의계약 축소를 시행하는 것은 공사 투명성 제고에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처럼 한전 사업소의 공사를 단가공사업체가 독점할 경우 한전사업소와 공사업체의 유착에 의해 ‘공사 부풀리기’와 ‘시공상의 부실’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공사를 단가업체와의 수의계약에서 등록된 적격업체들의 입찰로 전환할 경우 한전사업소와 공사업체의 유착은 일정 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전 본사의 이런 입장에 소규모 공사업체들은 찬성하고 있다. 소규모 공사업체에서는 한전과 단가공사업체와의 유착에 의해 한전에 관련된 제반 정보가 차단돼 왔다면서 입찰이 이뤄질 경우 이전과는 다른 많은 정보의 공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전사업소 직원들은 유착이 사라지는 것은 쉽지 않을 거라고 고백한다. 2004년도 한전 공사에서 입찰 건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관련 한 배전부장은 이렇게 결론지었다. “서류만 복잡해진다.”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해석하자면 한 회사와 업무를 처리해 나가다 보면 서류가 간단한데 공사마다 회사가 달라지게 되면 그만큼 서류가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배전부장의 말은 서류가 늘어나는 단순한 상황을 말한 게 아니다. ‘서류만’이라고 못박음으로써 그는 다른 사항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의 말은 한전사업소와 공사업체들이 어차피 안면이 통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착은 여전하리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한전 배전부서의 한 직원은 설혹 수의계약 한도액이 2000만원으로 낮아지더라도 분리 설계를 통해 단가공사업체가 대부분의 일을 도맡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시 말해서 5000만원 해당의 공사는 2000만원 두 건과 1000만원 한 건으로 나누어서 설계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것. 이것은 업체와 한전이 유착돼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이런 편법에 의해 오히려 유착이 강화된다는 예상을, 그 한전 직원은 내놓았다.

어떤 견해가 옳은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객관적인 평가들에 의하면 수의계약의 범위를 대폭 하향시켰다고 해서 투명성이 확보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투명성 확보는 어렵더라도 다수의 공사업체에게 기회의 폭을 넓힌 것은 소규모업체들에게 환영받는 사항임에 분명하다.

다수 공사업체가 사업소의 공사에 참여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지역구분을 완화하는 것이 된다. 단가계약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독점해 온 영역(한전의 사업소)이 다수 업체에게 공개되는 것은 향후 지역구분이 더 희박해질 소지를 안고 있다. 한전 사업소가 있는 곳에는 단가 공사업체가 1개소 이상 존재한다는 단순한 방식에 변화가 오게 된다.

한전 사업소가 있다고 해서 거기에 따라 단가 공사업체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공사가 있어야만 공사업체가 있다’는 변화이다.

한전은 올해의 800여개의 단가공사업체가 내년에는 500여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의계약이 줄어드는 만큼 단가공사 계약업체도 줄어드는 것이다. 2005년이나 2006년에는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떤 한전 지점의 연간 공사 규모가 적으면 인근 한전과 공동으로 단가공사업체를 두는 경우도 고려될 수 있다.

이런 지역 구분 완화의 시작이 2004년 단가계약지침이 될 공산이 높아졌다. 2004년도 단가계약 지침이 현재의 예상대로 개정돼 사업소마다 많은 공사 건을 만들어내게 될 때 낙찰자가 모두 공사를 해 나갈지는 미지수이다. 공사업체에서는 낙찰자들이 공사를 하지 않고 음성적인 하도급을 주는 일이 성행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하고 있다.

한전에서는 음성적인 하도급의 경우 계약해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모 지사 관내에서 지난 7일 단가계약 위반으로 두 개 업체가 계약 해지됐다. 한전에서는 본사의 감사에 의거하여 해당업체들이 단가계약 사항에 금지돼 있는 하도급을 주었다는 이유로 2개 업체 모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던 것이다.

이번 조치는 변경되는 내년의 단가규정이 하도급을 음성적으로 유발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에 쐐기를 박는 동시에 한전의 윤리경영이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낳고 있다.

윤리경영을 내세운 한전 본사는 올해에는 작년의 두 배에 가까운 감사를 실시했으며 이런 과정에서 이번 해지 조치가 이뤄졌다. 공사업체에서는 내년에 한전의 공사 관련 감사가 더 강화될 것이므로 이런 경우 하도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내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도 하도급이 불법이지만 음성적으로 흔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한전의 감사 강화를 피해나가는 방식을 찾아내 하도급을 계속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도급이 성행할 경우 공사업계는 입찰업체와 하도급업체 양분되고 하도급 업체에서는 자신의 문제점을 감추기 위해 한전과의 유착을 꾀하게 돼 부실 공사가 우려된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2004년도 단가계약지침이 조만간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어떻게 결정되든 윤리경영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약지침을 만든다는 한전의 원칙이 적용될 것은 분명하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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