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7년간 손 놓은 해외자원개발, 다시 시동 걸어야 한다”
[특별기획] “7년간 손 놓은 해외자원개발, 다시 시동 걸어야 한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0.01.10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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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해외자원개발 사업 축소… 자원개발 공기업, 신규 사업 중단
해외자원개발 융자 등 각종 지원제도 축소… 업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
전통 에너지·자원 수요 꾸준히 증가… ‘해외자원개발 추진 필요’ 이견 없어
저유가 때 저가에 자산 확보·고유가 때 수익 창출 ‘선순환 구조’ 만들 기회

미국 공습에 의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인 솔레이마니 사망과 이에 대응한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 등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세계의 눈이 다시 중동으로 쏠리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자제함에 따라 일단 긴장이 수그러드는 분위기지만 중동은 지구촌의 화약고로 언제든지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석유·가스 시장 동향을 재차 긴급 점검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리나라의 중동 수입 비중은 원유 70.%, LNG 38.%로 중동 지역 상황은 우리의 석유·가스 수급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언제든지 위기 국면에 돌입할 수 있는 중동 지역 의존을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해외자원개발에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MB정권 때의 부실 사업 여파로 올스톱 돼 있는 상황이다.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는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민간기업의 투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렇다보니 그동안 우리가 쌓아왔던 해외자원개발 노하우를 모두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실을 털어내는 구조조정은 하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이제는 해외자원개발에 다시 나서야 한다는 중론이다. <변국영 기자>

 

▲진퇴양난 빠진 해외자원개발

2010년 초반 고점을 기록한 자원 가격은 생산 능력 증대, 중국 등 신흥 국가의 경제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미국의 셰일 혁명(석유)에 따른 과잉 공급으로 하락했다. 원유 가격의 경우 2014년 상반기 배럴당 100 달러를 상회했으나 이후 급락해 2016년 초에는 배럴 당 20 달러 대까지 1/4 수준으로 하락했다. 광물의 경우 기간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자원 가격 폭락으로 해외자원개발 기업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자원 가격의 하락에 따라 자원개발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전 세계적 현상이었으나 우리나라 기업은 자원 가격이 낮은 시기에는 외환위기를 겪어 구조조정을 위해 자원 관련 자산을 매각하고, 외환위기 이후 자원 가격 상승기인 2005년 이후 자원 확보에 뛰어들어 2010년대 초·중반의 자원하락의 여파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자원 가격 하락에 따른 사업 수익성 악화로 많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자산을 매각하고 신규 사업을 중단하는 한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공기업의 경우 추진했던 사업 부실로 신규 사업이 중단됐다. 민간기업도 채산성 악화, 인식 악화, 지원 정책 축소 등에 따라 신규 사업 참여를 축소하거나 기존 사업을 매각해 해외자원개발 사업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 축소에 따라 관련 부서의 구조조정으로 인력도 줄고 있다. 일부 기업을 제외한 상당수의 민간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 관련 부서를 통폐합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자원개발 공기업의 신규 사업 추진 중단으로 민간 기업의 사업 발굴 기회마저 상실되고 있다. 소규모의 사업 추진을 하는 민간기업은 통상 공기업과의 동반진출(지분 참여)을 통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자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하던 금융지원, 조세제도 등 기존 지원 정책도 축소돼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사업 투자 의사 결정을 이끌어 내는 설득력도 떨어졌다.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공기업 출자, 해외자원개발 융자, 해외자원개발 조사, 조세 지원 제도 등의 정책 수단을 통해 업계를 지원했으나 2010년대에 들어서 관련 지원 정책과 예산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특히 해외자원개발 융자의 경우 2016년 융자 예산 폐지 후 ‘해외자원개발 특별융자’로 제도가 개편되며 부활됐으나 지원 조건이 축소 최대지원 비율과 감면 범위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성공불융자 비율은 21% 수준이다. 조세지원제도도 2013년부터 순차적으로 일몰돼 지난해 12월부로 모두 일몰됐다.

공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일부 부실사업으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인식도 급격히 나빠졌다. 과거에는 자원빈국에서 자원 확보를 위한 개척, 도전 정신, 오지에서 고생하는 역군으로 인식됐던 해외자원개발이 지금은 사자방, 혈세 낭비, 배임, 적폐 등으로 인식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이미지 악화로 기업의 대외 이미지에 신경을 쓰는 의사결정권자가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결국 수익성 악화와 이미지 추락, 공기업의 신규 사업 중단, 지원제도 축소 등 여러 부정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해외자원개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공기업 역할 ‘필수’

해외자원개발은 초기에 많은 투자금이 소요되고 사업 실패 확률도 높다. 여기에 외국기업에 대한 진입 장벽도 높다. 그래서 국내 자원개발 현장이 없고 해외자원개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민간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자원개발 공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공기업 중심에 민간기업이 합류하는 이른바 ‘한국형 해외자원개발 모델’을 만들어 추진했었다. 자원개발 공기업은 민간기업 만으로는 진입이 어려운 국가 또는 위험 지역 등에 진출해 자원 확보의 첨병 역할을 했고 사업을 발굴할 경우 민간기업과 동반 진출해 민간 자원개발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발생한 자원개발 공기업의 부실로 구조조정 국면이 장기화됨에 따라 공기업의 신규 사업 투자는 중단됐다. 당연히 자원개발 공기업은 자원 확보, 민간기업 투자 유인, 자원개발 생태계 활성화 등 자원개발 분야에 필수적인 공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1997년 이후 민간 자원개발 기업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해외 자산을 매각할 때도 자원개발 공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로 민간 업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외환위기 시절과 비교해봤을 때 현재 상황은 그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에 보유자원이 없고 후발주자로 경쟁력이 낮은 우리나라 자원개발 산업 입장에서는 자원 안보를 위해서는 공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주도해야 할 국내 대기업들조차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들에 비교하면 중소기업 수준에 불과하다. 자원 선진국들도 초기에는 공기업의 역할을 통해 자원개발 기업이나 기술 등 생태계를 육성했다.

 

▲일관된 정책 지원 필요

해외자원개발은 정부 노선에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추진됐던 국가적 아젠다였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위축된 해외자원개발 재개의 모멘텀을 마련했고 제1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 안정적인 해외자원개발 추진 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는 공기업 대형화 정책과 종합적인 지원체계 구축, 인력양성 정책 등 해외자원개발 확대를 위한 정책을 만들었다.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전통 에너지·자원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부분의 에너지·자원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한 해외자원개발 추진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은 산업기반 조성 초기단계로 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질 때까지는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꾸준하고 일관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와 같은 저유가 시기는 상대적으로 저가에 자산을 확보해 고유가 때 수익을 거두는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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