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거래의 공법적 환경
국제통상·거래의 공법적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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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1.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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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섭 국제무역학부 교수
부산대학교 하부국제통상법연구센터 소장

필자는 국제통상·거래법에 관한 국제적인 연구와 중재 및 자문 등의 실무에 대한 적용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움을 느껴왔다.

그 중의 하나는 우리 한국 기업의 실무자들이 미국이나 일본 등의 기업 실무자들에 비하여 숲속의 나무에 해당되는 개별적인 거래에 적용되는 세부적인 법규의 내용 자체에 대하여는 잘 이해를 하고 있으나, 숲에 해당되는 개별 법규가 위치하고 있는 전체의 법적 환경이나 규범 체계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심의 상대적인 결여 때문에 기업의 국제적인 거래 활동이나 의사 결정을 하는데 있어 불리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아 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필자는 앞으로 본 칼럼에 우리 기업들이 국제 거래를 하는데 있어 기본적 이해가 요구되는 국제통상·거래의 전문 용어에 대한 풀이를 실무적으로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시초적 단계로서 현재 국제통상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WTO체제하의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우리 한국 기업들이 반드시 직면하게 되는 국제통상·거래의 법적 환경을 공법(公法)적 환경과 사법(私法)적 환경으로 구분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1948년 발효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은 국제무역의 기본질서를 규율하는 국가간의 협정으로서 자유무역의 기본원칙을 준수하면서 세계무역을 확대·발전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GATT체제하에서 국제무역질서의 진행과정은 1960년대의 자유무역시대에서 1970년대의 신보호무역주의시대, 1980년대의 관리무역시대를 통과하여 1995년 이후 WTO의 신무역질서(new economic order)의 모색기를 거쳐왔다.

GATT는 이러한 무역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여덟차례의 다자간무역협상(multilateral trade negotiation)을 타결시켜 국제무역의 자유화를 도모하여 왔다. 이중 제1차 협상부터 제6차 다자간 협상인 케네디라운드(1948-1967)까지는 국제무역의 무대에서 압도적인 위치에 있던 미국의 대폭적인 양허에 힘입은 선진국들간의 관세인하가 주요내용이었다.

제7차 협상인 동경라운드(1973-1979)는 관세인하 이외에 비관세장벽(non-tariff barrier)의 완화를 본격적으로 다룬 결과 보조금상계조치 협정 등 9개의 복수국가 무역협정(pluri lateral trade negotiation)은 1994년 우루과이협상이 타결되기까지의 국제무역질서를 주도하여 왔다.

GATT는 공산품을 중심으로 하는 상품교역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한 국가가 다른 회원국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특혜를 주어야 한다는 최혜국대우의 원칙, 국내에서 외국의 수입상품과 국산품간에 차별대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내국민대우의 원칙 그리고 국내산업의 보호는 수입금지 또는 수량제한과 같은 직접적인 보호수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간접적인 관세부과에 의해서만 해야 한다는 수량제한 금지의 원칙 등에 의하여 국제교역을 규제해 왔다.

그러나 국제통상법으로서의 GATT는 여러 규정상의 불완전성 때문에 국제교역시장에서 회원국에 대한 구속력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국제적인 분위기속에서 GATT체제의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다자간 무역규범을 재정립하기 위한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결과 1995년 국제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가 탄생하였다.

WTO는 GATT에 기원하고 있으나 교역분야에서 자유무역을 확대·강화하기 위하여 다자간 무역협정의 이행과 감독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인 국제경제기구로서, 다자간 협정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GATT와는 차이가 있다.

즉 GATT는 통상 규정의 집합체인 다자간 협정인 반면 WTO는 법적인 기구이며, GATT는 지난 50여년간 다자간의 잠정적인 약속을 규율해 왔음에 비하여 WTO의 약속은 영구적이다.

또한 GATT는 공산품을 중심으로 하는 상품교역에만 적용되어 왔으나 교역과 관련한 여타의 분야까지 포괄하고 있다.
GATT체제하에서는 회원국(체약국)들이 여러협정중에서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었으나 WTO는 일부의 복수국간 협정(plurilateral agree ment)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자간협정으로 모든 회원국을 구속하고 있으며, WTO의 분쟁해결절차는 GATT체제에 비하여 효율적이고 자동적이어서 구속력이 강한데 그 특징이 있다.

WTO는 기존의 GATT가 공산품의 교역에 대해서만 규제한 것과는 달리 서비스 및 지적재산권 등 무역상품으로 새롭게 등장한 소프트 부분을 포함하여 각국의 정치적 이해가 예민한 농산물 분야까지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 대하여 규제하고 있다. 즉 GATT에서 규제하여 오던 공산품은 물론이고 농산물, 서비스, 기술, 인력 등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것은 거의 모두 WTO협정의 적용대상으로 된다. 따라서 국제 경제질서가 그동안 GATT체제하에서 특정한 상품의 분야에만 한정되어 있던 국지전(limited warfare)체제의 형태로 형성되어 왔다면 WTO시대는 경제전분야에 걸친 전면전(all-out war)의 시대로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WTO체제하에서는 관세와 관세이외의 각종의 수입장벽이 대폭 낮추어졌으며 GATT체제에서는 최근까지 규제를 하지 않았던 섬유제품과 농산물에 대해서도 무역장벽을 낮추었다.

또한 WTO에서는 지금까지 각국에서 남용해 오던 GATT체제의 각종 규제, 예를 들면 덤핑에 관한 협정이나 긴급수입 규제제도 등의 운용을 명확하게 제한하고 각국간의 통상마찰을 해결할 수 있는 객관적인 분쟁해결기구와 절차를 도입하여 각 국가에서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수입규제를 할 수 없도록 정함으로써 자유무역을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최근 국제무역에서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금융, 통신, 운송, 보험 등의 서비스 교역과 지적재산권분야에 대하여도 각국의 시장을 단계적으로 완전히 개방하도록 하고 있다.

WTO체제가, 세계경제질서속의 한국경제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관련하여, GATT체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GATT체제하에서 2차대전후 50여년간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주요 선진국들은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에 대하여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양보하고 줄 것은 과감히 주는 너그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이는 미국과 소련이 중심이 되는 냉전체제 하에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확대와 결속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였다. 당시 개발도상국의 대우를 받던 한국은 적어도, 제7차 동경라운드에서 체결된 복수국간 무역협정에서 선발개도국들에게 과다한 의무를 부과하기 전까지는, 선진국들로부터 관세나 수량규제 등의 면에서 많은 혜택을 입으면서 거의 아무런 제한 없이 수출확대를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WTO체제하에서는 특히 미국의 경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화되면서 국제교역의 질서체제에 있어서 강력한 구심점을 잃게 되자, 나머지 선진국들도 국제적인 결속이나 관계개선 등을 위한 명분보다는 실리주의를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우리 한국은 현재 개도국으로서의 특혜를 더 이상 누리지 못하고, 선진국과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WTO체제 편입이나 WTO의 자유무역주의 자체에 대한 비난이나 반대의 움직임이 활발하며 WTO체제에 대한 평가문제는 지역별, 산업별 또는 논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현재의 체제 내에서 소규모개방경제체제를 가지면서 무역의존도가 극히 높은 우리나라는 자유무역의 수혜자로서 WTO 국제무역규범을 충분히 활용할 경우 한·미통상마찰 과정에서 경험한바와 같은 선진국들의 일방적인 통상압력과 규제조치로 인한 불이익을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WTO체제하에서는 우리의 각종 법령, 제도 및 관행 등이 모두 최소한 WTO가 제시하는 국제수준에 맞도록 변화되었거나 조정과정에 있어, 우리 경제사회의 선진화를 상당부분 앞당기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WTO체제에 편입된 이상 우리나라의 국제통상관련 제반의 규범이 원칙적으로 WTO의 규범으로부터 벗어나서는 안되며, WTO의 규범을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 특히 취약한 무역구조를 가지는 우리의 경우 WTO의 규범으로부터 이탈해서는 국제교역시장에서 잠시도 머물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1995년 이전의 GATT체제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우리 나라는 지구상에서 WTO협정을 가장 충실히 지키는 회원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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