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대한민국, '화(火)비확산조약' 선봉에 서라
[E·D칼럼] 대한민국, '화(火)비확산조약' 선봉에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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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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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2020년, 화석연료가 타면서 나오는 기체는 여전히 지구를 덥히며 대기에 쌓이고 있다. 석유와 가스 생산량이 늘면서 작년 세계 온실기체 배출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각국의 탄소배출 감축은 물 건너가고 있는 듯하다. 석탄, 석유, 가스를 다 합치면 산업혁명 이후 방출된 탄소량의 80%에 가깝다. 수소연료 또한 탄소는 안 나오지만, 질산화물을 뿜어낸다. 결국, 원자력과 신재생으로 만든 저탄소 전기만이 21세기 구세군이다.

이쯤 되면 50년 전 출범한 핵비확산조약만큼이나 국제 ‘화(火)비확산조약’의 체결이 시급하다. 즉, 구체적이고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목표치를 정해 세계 각국이 화력발전을 절제하자는 것이다.

해빙, 폭염, 열파(熱波), 폭풍을 동반한 여섯 번째 대멸종의 전조일 수도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지구, 세계는 하지만 여전히 석유와 가스 중독을 끊을 생각은커녕 되려 목말라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우리나라 예산의 3배에 가까운 1500조원이 유전 개발에 쏟아지고 있다.

만약 현재의 궤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 기후변화는 재앙 수준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포함해 여러 나라가 기후변화협약을 부정하거나 위반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화석연료 확산금지 조치가 시급하다. 화석연료의 수요를 줄이려면 사용 확대를 억제함으로써 공급을 줄여야 할 것이다. 애석하게도, 공급 감축 정책은 국제 기후협상이나 국가 정부계획에 반영되지 않았고, 석탄을 가스로 대체하고자 하는 국내 상황도 별반 디를 게 없다. 갈탄 대신 가스로 가는 독일의 아시아 판이다.

막대한 화석연료 생산량과 미약한 기후협약 구속력의 배합은 이미 지구촌에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전쟁보다 기후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더 많다. 미 중앙정보국과 세계경제포럼 등은 기후변화를 세계 최고 위협의 하나로 꼽았다.

수십 년 전 핵전쟁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최우선 집단적 위협으로 지목되었다. 냉전이 한창일 때, 국제사회는 핵위협을 감축하기 위해 상호 협력해왔다. 대량살상무기를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기존 비축량을 점진적으로 감축하고, 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조약을 체결하고 시행했다. 다양한 경로의 노력을 통해, 세계 핵무기는 1986년 6만4449기에서 오늘날 1만기 정도로 감소했다.

오늘날 화석연료의 지속적 생산과 사용은 생태계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국제협력을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인류 존재론적 위협을 대변한다. ‘화비확산조약’은 핵비확산조약처럼 폐기, 감축, 전용(轉用)의 3축이 관건이다.

폐기는 신규 탐사와 생산을 막을 것이다. 감축은 기존의 비축량과 생산량을 벗어나, 파리 협정에서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후목표에 맞춰 화석연료의 공급을 조율할 것이다. 인력과 기술의 전용은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로 지속 가능한 대전환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경제기반의 다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화비확산조약’은 석유 공급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온실기체 감축에 대한 파리 협정을 상기시킬 것이다. ‘화비확산조약’은 안정적이고 저렴한 저탄소 에너지 대안을 찾는 데 필요한 인적, 물적, 지적 자원을 풀어줄 것이다. 불의 행성 화성을 구하기 위해 휘발유를 들고 갈 것인가? 화석연료는 이제 버려야 할 때다.

미래세대는 존재론적 위험을 예지하고 있다. 거리를 행군하고, 과학을 존중하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전언(傳言)을 경청해야 한다. 화석연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는 화력 발전을 자제해야 하는 최전방에 서 있다. 핵비확산 모범인 한국이 ‘화비확산’ 선봉에 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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