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방사능물질 방출, 설계와 다른 설치·운영이 원인'
'원자력연 방사능물질 방출, 설계와 다른 설치·운영이 원인'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20.03.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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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조사결과 발표… "외부로 미친 영향은 미미 판단"
원자력연, "정부 조사 등 적극 협조… 시민 여러분께 죄송"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원장 박원석)에서 발생한 자연증발시설 방사성물질 방출사건의 원인은 시설의 배수시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승인받은 설계와 다르게 설치·운영돼왔기 때문이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이와 관련 원자력연구원은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엄재식)는 지난 1월21일부터 실시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자연증발시설 방사성물질 방출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같은 결과를 20일 해당시설의 지정권자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와 KAERI 측에 통보하고 후속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자연증발시설은 원자력안전법 제35조제2항에 따라 舊)과기처가 사용후핵연료처리사업으로 승인(1989년)한 시설로, 과기정통부가 동법 제36조제1항 등에 따라 행정처분을 검토 조치할 계획이며, KAERI는 안전성 강화대책의 세부이행계획을 수립해 원안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원안위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 손재영) 조사팀을 현장에 파견, 인허가 단계부터 최근까지 검사기록, 시설운영 기록, 방사선환경 조사기록, CCTV 영상, 재현실험 등을 활용해 조사한 결과를 종합하면,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이 방출된 근본원인은 시설의 배수시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승인받은 설계와 다르게 설치·운영돼왔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자연증발시설은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185Bq/ℓ 이하)을 지하저장조(86만ℓ)에 이송받아 이를 끌어올려 3층의 공급탱크에서 2층에 길게 늘어뜨린 증발천에 흘려보내 태양광에 의해 자연증발 시키고 남은 방폐물을 다시 지하저장조로 보내는 폐순환 구조로 설계하여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는 인허가 받은 설계에는 없는, 지하에 외부배관으로 연결된 바닥배수탱크(600ℓ)가 설치됐으며, 1층의 일부 배수구가 바닥배수탱크로 연결된 상태로 건설 및 사용(1990년 8월)돼 매년 4월~11월 경 운영돼 왔다.

그간 운전자들은 지하저장조(86만ℓ) 외에 바닥배수탱크(600ℓ)가 별도로 설치된 상황을 몰랐고, 1층의 모든 배수구는 지하저장조와 연결돼 폐순환되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원안위는 설명했다.

또한 CCTV 영상과 재현실험 등을 통해 방출량을 조사한 결과, 2019년 9월26일 필터 교체후 밸브를 과도하게 개방한 상태에서 미숙한 운전으로 2층 집수로에서 넘침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약 510ℓ의 액체 방폐물이 외부로 누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매년 11월경 시설 가동후 동절기 동파방지를 위해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액체 방폐물을 지하저장조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필터하단 배수구로 일부 방폐물(연간 470~480ℓ)이 바닥배수탱크로 유입돼 외부로 누출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매년 정기적으로 KAERI와 KINS가 각각 독립적으로 측정한 방사선환경조사 기록을 검토한 결과, 그간 매년 11월경 방사성물질이 방출됐음에도 하천수에는 모두 최소검출농도 미만으로 확인됐고, KAERI 정문앞 하천토양 방사능 농도는 ‘19년 4분기에 확인된 25.5 Bq/kg 이라는 특이값 외에는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로 미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INS 조사팀은 그동안 분기별 KAERI 주변 방사선환경조사에서 특이사항이 없었던 이유가 세슘-137 등이 토양 등에 잘 흡착되는 특성에 따라,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출된 후 KAERI 부지내 우수관, 10개의 맨홀 등을 거쳐 정문앞 덕진천까지 약 1.5km를 흐르는 동안 KAERI 부지 내 토양에 흡착돼 덕진천 등 하천수 및 하천토양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다만, 2019년 9월26일 운전 미숙으로 방출(510ℓ)후 측정된 2019년 4분기 측정에서 특이값을 보인 이유는 2019년 10~11월 사이 강수량(200mm)이 많아 일부 방사성물질이 부지 외부로 흘러나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방출된 세슘-137 등 방사성물질은 대부분 연구원내 우수관 표면, 맨홀 토사 등에 흡착돼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방사성물질이 전량 외부환경으로 방출되었다는 가정 하에 연간피폭선량을 평가해 본 결과, 일반인 선량한도(1 mSv)의 약 300만분의 1에서 370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동 사건의 근본원인을 KAERI가 사업자로서 원자력안전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전사적 관리체계와 설계기반 형상관리 미흡, 수동식 운영체계, 안전의식 결여로 분석하고, KAERI의 100여 개 원자력 및 방사선이용시설의 인허가 사항 및 시공도면과 현재 시설 상태간 차이가 없는지 전면조사를 실시하고, 연구원내 환경방사선(능) 조사지점 확대와 방폐물 관련 시설의 운영시스템 등을 최신화할 것, 그리고 안전관리 조직의 총괄기능 강화와 외부기관이 주관하는 안전문화 점검을 실시하는 등 KAERI 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의 세부이행 계획을 수립, 차기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이와 함께 자연증발시설 등 핵연료주기시설에 대한 정기검사 횟수를 두 배로 확대하고, KAERI에 대한 현장 상시점검을 위한 전담조직 설치와 핵연료주기시설에 대한 원안위의 안전규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성물질 방출 관련 시민여러분께 드리는 사과문'을 통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모든 임직원은 원안위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그 동안 연구원은 방사성물질 취급시설을 중심으로 안전관리에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시설에 대한 관리와 점검에는 부족했던 점을 확인했다"면서 "연구원은 이와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수립해 원안위에 보고할 예정이며, 원안위의 모든 추가 조사와 안전규제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이어 "연구원의 안전은 시민 여러분과 직원 모두에게 가장 중대한 문제이며, 이번 사건에도 직원 모두가 큰 실망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원자력연구원은 모든 역량을 모아 다중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이며, 조속히 그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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