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OPEC+ 합의 결렬… 사우디와 러시아는 어떤 계산을 하고 있나
[분석] OPEC+ 합의 결렬… 사우디와 러시아는 어떤 계산을 하고 있나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0.03.31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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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유시장 주도권 장악 위한 유가 전쟁 시작됐다”

사우디, OPEC+ 회의 협상 결렬 후 돌연 감산에서 증산으로 전환
4월부터 일 1000만 배럴 이상 생산… 5월부터 사상 최대 하루 1060만 배럴 수출

러시아, 미국 셰일가스 견제·자국 석유회사 시장 점유 확대 위해 감산안 거부
“외환보유액 줄임으로써 향후 6∼10년간 25∼30 달러 유가 커버할 수 있다”

사우디·러시아 협상 성공할 경우 OPEC+ 회의 6월 아닌 4월 개최될 가능성
“셰일오일 견제 전략 효과 있지만 미국 정부가 셰일업체 파산 방관하지 않을 것”
OPEC+ 합의 당분간 성사되지는 않는다는 전제 아래 국제유가 20∼30 달러 예상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상반기 글로벌 원유 수요 급감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5일과 6일 열리 OPEC+ 장관회의에서는 원유 추가 감산 합의안 도출이 실패했다. 사우디 주도의 OPEC 회원국은 기존 감산량인 하루 210만 배럴 이외에 170만 배럴의 추가 감산(OPEC 회원국 100만 배럴, 비회원국 50만 배럴)을 제안했으나 러시아 등 비회원국의 반대로 합의가 결렬됐다. 그리고 그 이후 사우디의 증산 정책 전환 등으로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쳤다. 과연 사우디와 러시아는 세계 석유시장 헤게모니 싸움에서 어떤 셈법을 하고 있는 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사우디 한국대사관과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은 OPEC+ 합의 결렬 후 양국의 대응 및 국제유가 동향에 대한 자료를 내놨다. <변국영 기자>

 

▲사우디

OPEC+ 회의 협상 결렬 후 지난 7일 사우디 Abdulaziz 에너지부 장관은 사우디 아람코에 감산이 아닌 증산을 요구했다. 이와 동시에 사우디 재무부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20 달러까지 하락하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모든 부처에 이 시나리오에 기반해 예산을 삭감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 7일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4월 원유 공식 판매가격을 전격 인하(4∼8 달러)했으며 인도 HPCL 및 BPCL 등 최소 4개 이상의 아시아 정유사들과 인하된 가격에 4월 계약을 체결했다.

아람코는 원유 판매가격 조정을 통해 아랍 경질유 북서부 유럽 물량에 대해 가장 많이 가격을 할인해줬다. 이 가격은 오만·두바이산 평균가격 대비 배럴당 3.1 달러 할인된 가격이며 3월 판매가격 대비 배럴당 6 달러가 싼 것이었다.

사우디는 OPEC+의 감산 합의가 종료되는 3월 31일 이후 4월부터는 일 1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할 예정이며 필요 시 최대 생산량인 하루 1200만 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우디는 자국 내 비축분 및 네덜란드(로테르담), 일본(오키나와), 이집트(시디케리르)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초단기에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30일 5월부터 하루 원유 수출량을 사상 최대 규모인 1060만 배럴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국내 원유 소비량과 발전용 연료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하루 60만 배럴 정도 수출량을 상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우디의 최대 원유 수출량은 1980년 하루 922만 배럴이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의 조치에 대해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면서 셰일가스 등과의 경쟁에서 저유가 국면에 대비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요 감소가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사우디의 증산 정책은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이를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국내외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행위로 해석하기도 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복형인 Abdulaziz 에너지 장관에게 러시아와의 합의 결렬에도 연말까지의 급격한 감산안을 지시함으로써 사우디의 유가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

러시아는 OPEC+ 회의에서 감산안을 거부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세계 석유 수요 감소 전망에 따른 유가 하락 문제를 공급량 조정(감산)으로 해결하려는 사우디 측의 입장에 대해 러시아가 미국 셰일가스 업계에 대한 견제 및 러시아 자국 석유 회사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고려해 반대한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 셰일가스 업계는 석유 수요 감소 문제에 대해 시장 자율 해결을 선호하고 있고 유가 보전을 통한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감산을 지지하고 있다.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9일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연방 예산 보전을 위한 외환 판매를 시작해 유가 하락과 루블화 가치절하로 인한 손실을 매울 것이며 외환보유액을 줄임으로써 향후 6∼10년간 25∼30 달러 유가 수준을 커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4월부터 어떤 국가도 감산 요구를 받지 않는다고 발언했고 러시아 석유회사들이 단기적으로 하루 20∼30만 배럴, 길게는 하루 50만 배럴 증산도 가능하다며 증산 가능성을 시사함과 동시에 향후 새로운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루블화 환율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유가가 30 달러 선에 머무를 경우는 70∼75 루블선, 20 달러 대로 떨어지거나 코로나19 사태, 외국인 투자 이탈 등이 가세할 경우 80 루블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즈프롬뱅크는 유가 30 달러에 달러당 환율은 75 루블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 등의 외화 수요가 폭증할 경우 85 루블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알파뱅크는 유가 35 달러 선에서 적정 환율은 달러당 약 75 루블이며 추가 유가 하락이 없을 경우 중앙은행의 외화매입 중단 결정으로 환율은 달러당 70∼75 루블 선에서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BKS Premier는 중앙은행의 조치만으로는 추가 환율 인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으며 시장 변동성이 크고 긴장도가 고조된 상황에서 중앙은행 조치는 루블 약세를 억제하는 데 부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현 세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유가가 25∼35 달러까지 하락한 다면 루블은 달러당 75 루블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으며 러시아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의 상당한 급락 및 외화 유출을 예상했다.

 

▲협상 및 향후 전망

사우디 전 에너지 장관이자 현 투자부 장관인 Al-Falih가 러시아 Alexander Novak 에너지 장관과 감산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Al-Falih 장관의 중재가 성공할 경우 OPEC+ 회의는 예정된 6월이 아닌 4월에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Novak 장관도 OPEC과의 추가적인 협의가 배제된 것은 아니라고 언급함으로써 향후 감산 합의 가능성을 암시했다.

전문가들은 OPEC+ 합의가 당분간 성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 아래 국제유가 수준을 당분간 배럴당 20∼30 달러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러시아와 사우디가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수입 감소 부담과 셰일 업체 수익성 악화에 대한 미 정부 개입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OPEC+가 장기적으로는 합의에 이를 것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2∼3분기 브렌트 유가가 배럴당 30 달러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고 모건스탠리는 2분기 브렌트유 전망을 57.5 달러에서 35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Bank of America는 브렌트유 전망을 당초 배럴당 54 달러에서 45 달러로 하향 조정했고 사우디가 향후 3분기 동안 재고를 대폭 늘릴 수도 있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브렌트유가 향후 몇 주 동안은 일시적으로 20 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다는 차더드는 유가전쟁 장기화 전망으로 브렌트유 기준 당초 배럴당 64 달러에서 35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BKS Premier 투자사는 러시아 원유 생산 원가는 15∼17 수준으로 유가가 40 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러시아 정부의 석유업체들에 대한 증세 요구가 대두될 수 있다고 평가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유가는 배럴당 50 달러까지 조정될 수 있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 리스크가 커지면 유가는 30∼40 달러 선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 국제신용평가사는 러시아는 사우디와 가격경쟁을 벌이기 어려우며 러시아와 사우디 모두 미국 셰일오일을 견제하려고 하지만 사우디의 증산 결정이 미국 세일오일 업체 견제를 위한 조치인지, 러시아를 OPEC+ 회담장에 다시 앉히기 위한 결정인 지는 불분명하다고 언급했다.

ING 투자사는 러시아 예산은 유가가 50 달러 선에서는 재정 적자가 발생하지 않으며 사우디의 경우는 80 달러이나 사우디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자금 여력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콜코보 경영대학 에너지센터는 유가 시장은 OPEC 산유국 및 기타 산유국으로부터의 상당한 공급 증대가 예상되며 2020년에는 사우디(최대 공급한도 일 1250만 배럴 추정) 전략에 따라 일 200∼390만 배럴의 공급 증가가 전망된다고 봤다.

AKRA 신용평가사는 미국 셰일오일 견제 전략은 중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이며 유가가 25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을 줄이겠지만 이들 업체들이 대거 파산하는 것을 미국 정부가 방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5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전화해 증산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미 상원의원 6명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최근 보낸 서한에서 “사우디와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경제 전쟁을 시작해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이 위협받게 됐다”며 “사우디에 대한 관세, 무역 제한부터 세이프가드, 제재까지 더 많은 대책도 고려해야 한다”며 강경한 보복성 대책을 주문했다.

KPMG 컨설팅사는 가격 경쟁의 승자는 없으며 단기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추후 OPEC+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서 시장 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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