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자동차가 불편한 사회를 바란다
[E·D칼럼] 자동차가 불편한 사회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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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0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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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연 / 주한덴마크대사관 선임상무관 - 에너지·환경분야

우리 집에서 서울역 부근에 위치한 대사관까지의 거리는 약 13~14km이다. 대중교통으로는 한 시간 정도 소요되고, 자가용으로는 출퇴근 시간대에 조금이라도 길이 막히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기약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값비싼 주차 비용 문제가 있기도 하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에 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최고의 정시율, 쾌적한 환경, 최근 코로나 상황에서는 최상위 수준의 방역까지, 서울시만큼 대중교통이 잘 정비된 도시도 세계적으로 찾기 쉽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늘 꽉 막혀 있는 도로를 볼 때마다 과연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묻게 된다.

우선, 원인의 실마리는 서울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들의 공통된 도시 교통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차량 중심의 도로 정비와 각종 보급사업 및 편의시설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대도시는 차량을 기본으로 하여 도로와 토목사업은 물론, 대중교통 확충 및 편리성 확보에 주력해 왔다. 그리고 향후 정책적 방향은 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 및 공유 교통의 확산과 보급, 그리고 도로의 다목적 사용 등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자동차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다. 정책이 애초에 차량 이용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부과하는 세금만 150% 수준에, 차도가 자전거 도로나 인도보다 폭이 좁다. 도심 내 주차 시설은 얄미울 만큼 적고 비용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렇듯, 자가용을 타고 다니기가 만만치 않다 보니 덴마크인 10명 중 자동차 소유자는 불과 4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향후 교통정책 또한 친환경 차량 보급보다는 자전거와 같은 인간 동력을 쓰는 교통수단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그로 인해 자전거 이용은 더 이상 편할 수가 없다. 덴마크인 10명 중 9명이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다는데, 실제로 코펜하겐에서 출퇴근 시간마다 도로 위를 신나게 달리는 자전거 행렬이 이를 증명한다. 덴마크 전역에 자전거 전용도로만 1만2000km가 놓여 있다. 그중 각 지자체를 연결하는 자전거 전용 고속도로는 총 45개로, 총 길이는 746km에 달한다. 주차시설 공간 확보 또한 자전거가 우선이고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안전을 고려하여 자전거 도로는 차로보다 지대가 높고 경계 가 명확하게 표시되며, 날씨가 궂은 날에는 자전거 도로가 가장 먼저 정비된다. 물론 신호등 체계에도 자전거가 포함되어 있다.

자전거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즉각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코펜하겐 시내에서 10km 내·외의 거리 이동은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자전거가 이용하기 쉽고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그간 통근·통학 교통편으로 자전거를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약 도시 인구 50%에 달하게 되었고, 자가용 이용은 27%에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이다. 아이들은 걸음마를 떼면 기저귀를 한 채로 자전거를 배우는 광경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이 모든 것에는 환경, 건강, 비용에 대한 고려도 물론 있었겠지만, 시민 대다수는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느끼는 일상 속 편리함에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택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코펜하겐시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0’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덴마크는 자전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당한 사회, 경제, 환경적 이익을 보고 있다. 2018년 덴마크산업연맹(Dansk Indstri)은 수도권 내 자전거 통근 증가가 건강에 대한 사회 비용 및 교통 혼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그 결과, 자전거 교통량이 10% 증가하면 통근자 개개인의 건강이 향상되어 연간 총 10만9000일의 병가를 줄일 수 있고, 이를 기업·정부·개개인의 건강 비용 등 총괄적인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했을 시 편익은 약 4억6700만 덴마크 크로네(한화 845억원)로 확인되었다. 아울러 자전거 교통량을 10% 늘려 그만큼 자동차가 도로 위 차지하는 공간을 줄일 경우, 시내 교통 혼잡은 약 6% 감소해 연간 1억 8,400만 덴마크 크로네(한화 333억원)의 비용 편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수송이 차지하는 부분은 20% 정도 되고,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사용량이 30%에 육박한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블랙 에너지를 그린 에너지로 단순히 대체하는 것이 아닌, 사회 전면의 대대적인 생활양식 변화로 이루어진다. 교통 분야 또한 에너지 전환 및 탈탄소사회 진입을 위한 중요한 분야임을 인식·공유하고, 다른 분야에서의 노력과 함께 발맞춰 능동적으로 전환해 나아가야 하는 부분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멀리, 더 편하게……’ 우리의 욕망은 미세먼지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우리에게서 맑은 하늘을 빼앗았다. 현시대에 대한 근원적 성찰과 과감한 개혁, 깨어있는 시민의 공동체 의식과 연대, 그리고 나부터 실천하는 일상 속 작은 행동들이 하나하나 모여 맑은 하늘을 되찾는 힘이 될 것이다. 매일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공기를 만날 새로운 욕망을 동력으로 다 함께 자동차가 불편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