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에 걸친 ‘부안지역 현안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
■ 4차에 걸친 ‘부안지역 현안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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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1.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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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사태’에 관한 대화 계속에도 불구, 해법 큰 차이

고착된 상황에 변화 가져올 조정력 부재에 아쉬움


“대화는 현안을 하나, 하나 차분하게 풀어나가는 것이지요.”

지난 14일 서울 명동의 ‘서울YWCA’ 5층 이사실에서 한 시간 가량 대화를 가진 후 휴식을 위해 밖으로 나온 강동석 한전 사전이 한 기자의 ‘합의점 도출’에 관한 질문을 받고 나서 한 대답이다.

대화의 원칙론을 말한 강동석 한전사장의 이 대답은 결국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에 직결되는 합의가 없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말을 가운데서 자르지 마세요. 말꼬리 잡고 늘어지지도 말고.”

강동석 사장처럼 잠시 휴식하러 나온 김인경 대책위 공동대표 겸 원불교 부안교당 교무는 정부측의 한 인사에게 따졌다. 상대방의 대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화 방법의 원칙론을 말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대화의 분위기가 감정이 표출될 정도로 격렬하다는 걸 드러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사태의 근본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피차 맞서 있다는 뜻이다.

부안사태의 문제를 하나 하나 풀어나갈 것으로 기대됐던 ‘부안지역 현안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는 4차에 이르는 회담을 갖고도 ‘사태해결에 가시적인 진전’을 이룰 만한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부안 사태와 관련한 정부와 대책위간의 대화를 위한 공식기구인 ‘부안지역 현안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는 지난 14일 오후2시 서울YWCA 5층 이사실에서 4차 대화를 가졌다.

정부 측 인사로는 정익래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 배성기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 이형규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강동석 한전 사장 등이 참여했다.

대책위 측에서는 고영조 대책위 대변인, 김인경 대책위 공동대표 겸 원불교 부안교당 교무, 박진섭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이현민 대책위 정책실장 등이 나섰다. 사회는 이종훈 위원장이 맡았다.

4차 대화에서도 양측은 진지한 자세로 대면했으나 한수원과 산자부의 부안사무소 철수문제에 논란을 벌였고 주민투표 연내실시에 대한 입장을 간사를 통해 밝히기로 양측이 합의하였다.

부안 대책위측은 제5차 공동협의회에 대한 여부를 곧 결정하여 통보하겠다고 밝힘으로써 11월 15일로 돼있던 협상기간의 연장을 시사했다.

4차회의에서도 별다른 합의점 도출이 없었던 점은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양측이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미 예견된 바였다.

3차까지 계속됐던 대화에서 정부측은 주민의 이해와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대명제 아래서 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설명회 또는 공청회 읍·면별 개최(각 2∼3회), 찬반토론회(3∼4회), 국내외 관련시설 공동견학을 제안했다.

정부측은 부지선정에 있어서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필요하다면 주민 의견을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주민투표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대화 때마다 대책위 측은 부안 핵폐기장 건설 백지화 혹은 이와 관련된 행정 행위의 유보를 주장하면서 주민의 동의가 없이는 핵폐기장 건설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전제조건이 필수적이라고 못박았다.

이와 함께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낼 기구, 즉‘국가 에너지 정책수립을 위한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공동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여기에서는 부안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의 중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의 방향과 핵에너지 정책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팽팽한 자기 주장만 거듭해 온 양측이 지난 14일 4차 대화에 임했다.

특히 이번의 4차 대화는 지난 7일 이후 부안사태가 심각하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전개된 것이어서 더욱 더 관심을 끌었다.

지난 7일 부안군청 근처에서 핵폐기장 반대 부안주민과 경찰이 충돌해 50여 명이 부상했다. 이날 저녁 7시 40분께 주민 100여명이 부안수협 쪽으로 가는 것을 경찰이 막는 과정에서 10여명이 부상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부안 수협 앞에서 농성 중이던 주민 1백 50여명이 합세해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고 이런 와중에 50여 명이 부상한 것이다.이날 충돌과정에서 문규현 신부는 날아온 술병에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부안사태가 격화된 데 대해 여러해석이 가능하다.

한 언론인은 7일의 폭력사태와 관련 “지난 9월의 김종규 부안군수 폭행사건 이후 처음 발생한 이 날 사태를 두고 부안사태를 장기화해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외부세력의 움직임 때문이라는 등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와의 대화가 평행선을 긋고 있어 주민들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4차대화가 이뤄졌으나 타협점은 없었던 것이다.

양측의 대화는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17년간 이뤄지지 않은 일을 단숨에 처리할 수 없듯이 대화 역시 몇 번의 만남으로 합의점을 도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잠시 기억해야 할 사항은 대화의 장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화의 장에 나왔다는 것은 상대방의 주장을 듣기 위함이고 또한 그곳에서 받아들일 점은 받아들인다는 사전 약속이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번의 대화에서 양측은 진정으로 대화에 임했으리라. 그런 진정성도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대화에서 결코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으리라고 다짐하거나 명분쌓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이번 대화가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는 중재자의 부재에도 원인이 있다. 대화는 때로 고착상태에 빠지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이를 중재할 만한 중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대화는 공식적인 모임에서는 의장이 이런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이 공식석상에서 평행선만을 긋는 상황에서는 의장 이외의 인물이나 기관에 의한 비공식적은 모임도 있어야만 한다.

이번 대화와 관련해 비공식적인 중재가 있었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공개된 장소에서 ‘특정단체나 지역의 주장을 대표하는 이들’이 만났을 때 거기서 타협안이 나오리라고 기대하기는 솔직히 어렵다. 대화에 나선 이들은 ‘배후’의 주장을 자신이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지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하지 못할 경우 나중에 배후에게 추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안지역 현안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에 나선 대표들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분명한 사실은 험한 길을 지나야 좋은 세상이 온다는 점이다.

그것을 대화에 나선 양측 대표들 모두가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대화에 의해 합의점이 얻어지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북지역의 한 언론사는 대화 계속을 촉구했다.

“부안 방사성 폐기장 건설 문제는 정부와 대책위간에 대화를 포기하지 말고 끝가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대화가 결렬되면 지난날 똑같은 전철을 밟게 돼 또다른 희생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

대책위측도 막 가서는 안된다. 이렇게 되면 양측이 엄청난 희생을 겪게 되고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결론은 이성을 갖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 촉구가 여전히 유효하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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