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저유가 계속되면 세계 석유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분석] 저유가 계속되면 세계 석유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0.04.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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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업·미국 자원개발 기업 자본지출 삭감·인력 감축 돌입
사우디가 할인된 가격에 원유를 공급하면 미국 원유 수출 ‘타격’
대형 유조선 용선료·수송비 급등… 사우디 산업다각화·현대화 차질
우드매킨지 “저유가 지속 시 세계 원유 생산량 10%가 수익 못 내”

러시아와 사우디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로 추가 감산에 실패한 후 9일 열리는 OPEC+ 긴급회의에서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에 합의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으나 미국의 감산 참여가 불확실해 낙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수 기관들은 유가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세계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변국영 기자>

 

▲자본지출 잇따라 삭감

OPEC+ 감산 논의가 결렬되고 사우디-러시아 유가 전쟁이 시작되면서 에너지 기업들이 자본지출 삭감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미국 엑손모빌은 2020년 자본지출을 330억 달러에서 30% 감소한 230억 달러로 줄였으며 석유 전공 또한 운영비용을 15 % 절감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이탈리아 Eni사는 4억 유로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철회한다며 브렌트유 가격이 60 달러 이상으로 반등 시 자사주 매입을 다시 고려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사우디 아람코사도 2020년 자본지출을 삭감해 250억∼300억 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9년 자본지출은 328억 달러에 달했다.

프랑스 토탈사는 신규 고용을 중단하고 지출을 삭감하고 당초 예정했던 자사주 매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당초 토탈은 금년 약 180억 달러의 순투자와 약 2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계획했으나 모든 투자를 20% 삭감하고 4억 달러 규모의 추가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국 쉐브론사도 금년 지출을 당초 계획 대비 20% 삭감한 160억 달러로 축소하고 5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Equinor사도 당초 100∼110억 달러로 책정한 2020년 자본지출을 85억 달러로 하향 조정하고 미국 셰일지대에서 개발 활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E&P 기업도 삭감

미국 자원개발(E&P) 기업들도 2020년 자본지출을 일제히 삭감하고 생산 활동을 축소하겠다고 나섰다.

Apache사는 당초 16∼19억 달러로 잡았던 금년 예산을 37% 이상 삭감해 10∼12억으로 축소했다. 또한 향후 수 주 내로 Permian Basin에서 모든 시추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Devon Energy사도 금년 예산을 18억 달러에서 13억 달러로 약 30% 삭감하기로 했다. 오클라호마주 Stack 셰일 플레이와 와이오아주 Powder River Basin에서 활동을 크게 줄이고 Permian Basin에서의 생산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QEP Resources사는 오는 5월 초부터 9월까지는 Permian Basin 지역에서 유정 완공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Hailliburton사 등 유전 서비스 기업과 관련 기업들이 저유가에 대처하기 위해 무급 휴가와 일시 해고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Apache사는 중부 지역 사무소에 근무하는 노동자 85명을 해고할 예정이며 FTS International Services사는 뉴멕시코주 Fort Worth와 Hobbs 지역에서 각각 35명과 85명의 근로자를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파이프라인 제조 및 관련 서비스 제공 기업 Tenaris S.A.는 오는 4월 17일부터 미국 전역에서 인력 900명을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코로나19와 유가 전쟁에 의한 예측 불가능한 사업 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 셰일기업들의 자본지출 삭감 및 생산 활동 감소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석유・가스 리그 수도 감소하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 전문 기업 Enverus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미국 내 석유 리그 수는 667개로 전주 대비 20개 줄었다. 가스 리그 수는 2개 감소해 146개다. 석유 리그 수가 가장 크게 감소한 지역은 Permian 지역으로 한 주간 12개가 줄었고 Eagle Ford Shale 지역에서는 3개가 감소했다.

Enverus의 Bob Williams는 에너지 기업들이 지난 2주간 발표한 자본지출 삭감 소식을 감안할 때 앞으로 두 주 동안 리그 수가 50여개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원유 수출 감소

사우디가 대폭 할인된 가격에 원유를 공급하면 미국의 원유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400만b/d에 달한 바 있으나 사우디 수출원유 가격 하락 및 공급과잉에 의한 브렌트유 가격 하락으로 미국산 원유 수출이 불리해졌다.

현재 미국산 원유의 4월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수출은 5월에 크게 감소할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 내 원유 재고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년 4월과 5월 미국의 원유 수출이 약 100만b/d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유 및 정제제품 연구 전문 회사 Morningstar의 Sandy Fielden는 “브렌트유 대비 WTI 가격이 떨어지기 전까지 미국의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며 “구매자들이 미국산 원유 구매를 위해 사우디나 다른 국가의 원유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세계 원유 시장에 500만b/d가 과잉 공급되고 있는데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용선료·수송비 급등

사우디가 산유량 확대를 예고하고 신규 구매자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대형 유조선 용선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용선료 및 수송비가 급등했다. 최근 초대형 유조선의 일일 이용료가 20만 달러 이상으로 오르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해 사우디에서 유럽까지 원유 수송료가 배럴당 3∼4 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사우디는 당초 대형 유조선 19척을 용선하려 했으나 3월 14일 기준 31척으로 확대했으며 이중 12척은 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유조선은 모두 최대 200만 배럴의 석유를 수송할 수 있는 VLCC(very large crude carriers)급이다. 계약이 완료된 12척 중 5척은 미국이 목적지인데 사우디는 미국으로의 원유 수송을 위해 최소 4대를 추가 계약할 예정이다.

 

▲사우디 현대화 노력 차질

사우디는 Mohammed bin Salman 왕세자 주도로 석유・가스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 관광, 의료 부문 등으로 산업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번 저유가가 현대화 전략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석유 수출 수입은 사우디 경제에 매우 중요한 원동력”이라며 “OPEC+ 감산 논의 결렬에 따른 유가 폭락으로 사우디 정부가 지출을 삭감하고 프로젝트 추진을 연기하고 대출을 늘리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 부처는 이미 지출을 축소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정부 고문은 은행들과 향후 정책 선택지를 논의했다. 현재 사우디의 외환보유고는 5020억 달러로 단기 충격은 견딜 수 있으나 저유가가 장기화된다면 결국 외환보유고를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우디의 국가 부채는 GDP의 25%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나 유가 급락으로 대출 이자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나 경제 다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부다비 Commercial Bank의 Monica Malik는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되고 사우디 정부가 지출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한다면 사우디 정부 적자가 두 배로 불어나 10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 생산 수익 못 내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우드매킨지는 유가가 25 달러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세계 원유 생산 중 최소 10%는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가가 반등하지 않을 경우 원유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전략적으로 생산량을 감축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생산비가 높은 지역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중질유를 생산하는 베네수엘라와 멕시코 등이 특히 저유가에 취약한데 이들의 손익분기 유가는 55 달러이며 캐나다 오일샌드는 45 달러다. 반면, 사우디와 러시아 등 생산비가 가장 낮은 국가는 10 달러 또는 그 이하이지만 정부 재정을 석유 수출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4년 저유가 시기에는 생산이 대체로 유지됐다. 그 이유는 생산 중단을 위해 추가 비용이 소요되고 매장지의 생산성도 낮아지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생산자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만 현재와 같이 공급 과잉, 수요 감소, 시장 점유율 싸움 등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동시에 기업들이 낮은 투자로 생산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하면서 효율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나 신규 프로젝트 승인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기업들이 감염 예방을 위해 현장 근무자 수를 최소화하면서 생산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 재개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저유가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는 지역 중 일부에서는 생산이 아예 재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