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학부 교수
GATT체제하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결과 1995년 출범한 WTO는 다자간 무역체제를 규율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인 기구로서 교역분야에서 자유무역질서를 확대·강화하기 위하여 WTO 회원국가간의 다자간 무역협정의 이행과 감독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다자간 무역협상의 공개토의장로서의 역할과 무역마찰·분쟁 발생시 이를 해결하고 경제정책과 관련된 국제 기구와의 협력을 도모하는 국제통상기구이다.
1947-1994년까지 지속된 GATT체제하의 다자간 무역협상에서는 주로 각국간의 관세인하교섭을 주로 하면서 비관세장벽의 철폐도 추가적으로 다루어졌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은 관세인하와 비관세장벽의 철폐 이외에도 GATT체제가 규율하지 못했던 분야의 흡수, 규율의 근본적 강화라는 점에서 과거의 협상과는 크게 다른 포괄적 협상이었다.
WTO이전의 GATT체제에서는 GATT협정을 제외한 반덤핑, 보조금 및 상계관세조치, 기술장벽 등 관세이외의 무역장벽에 관한 개별 협정이 GATT협정에 포함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복수국간 협정으로서 임의로 참여한 체약국 사이에만 적용되었다.
이에 비하여 WTO협정 하에서는 이러한 복수국간협정들을 WTO회원국들이 일괄 수락하여야 하기 때문에 WTO회원국 전부가 이 협정들을 포함하는 모든 WTO협정을 준수하여야 한다.
즉 상품협정(GATT 1994),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 무역관련 투자협정, 서비스협정, 그리고 반덤핑 등에 관한 개별협정 모두가 모든 회원국에게 적용될 뿐만 아니라, 회원국들의 관련법규는 원칙적으로 모두 이러한 WTO 협정에 조화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한국의 농업부문을 비롯한 모든 산업분야에 있어서의 시장개방은 WTO협정에 포합되어있는 우리정부의 양허일정에 따라야 하고, 식품위생이나 동식물에 대한 검역제도, 안전에 관한 표시등 기술관련 제반의 규정과 제도, 무역과 관련한 외국인투자에 관한 정책 및 조치, 수입허가절차제도의 시행, 또는 국내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조치 등을 입법하고 시행하는데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WTO협정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통상과 관련한 WTO 규정의 많은 부분은 미국의 통상관련 규범으로부터 유래하고 있어, 결국은 한국의 제반 통상관련 법규중 많은 부분은 미국의 법규와 원칙적으로 동일해 지는 결과가 된다.
이는 다른 WTO회원국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이렇게 하여 통상관련 각 국의 규범과 제도는 결국은 통합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전의 GATT체제가 국제무역시장의 연식통합(軟式統合) 체제였다면 현재의 WTO체제는 경식통합(硬式統合)단계로 진입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최혜국대우원칙, 내국민대우원칙 등 국경장벽의 제거에 주요 초점을 맞추었던 종래의 GATT체제 규제범위를 훨씬 넘어서 국경을 넘어온 외국기업에게 국내시장에서의 제도·법 및 관행을 적용하는데 있어서도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보다 적극적인 시장경합성의 개념을 실현시키고 있다.
다음으로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성과를 포괄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공동의 제도적인 틀이 마련됨으로써 WTO는 법인격을 가진 공식적인 국제무역기구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WTO의 강력한 구속력 아래 각종 협정상의 분쟁해결, 각국의 무역정책의 검토 등을 포함한 협정이 운용되고 이행됨으로써 무역자유화와 공정한 무역을 위한 규율이 그 이전의 GATT체제에 비하여 강화·확충되었으며 이를 위한 다자적 무역협상이 정기적이고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WTO는 WTO의 모든 협정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다툼을 다루는 통합된 분쟁해결절차와 무역정책검토제도를 가지고 있다.
분쟁해결의 신속화·자동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WTO분쟁해결절차가 적용되면서 소규모개방경제체제를 가지는 한국으로서는 커다란 위협수단으로 인식되어온 미국의 통상법 제301조 등에 의한 일방적 통상 제재조치의 발동, 反덤핑, 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무역규제조치의 남용이 억제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된 한국을 비롯한 철강제품의 수출국들에 대한 미국 세이프 가드 조치의 시정을 요구한 WTO분쟁해결기구의 판정이 이러한 여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WTO는 명실공히 국제통상문제를 총괄하는 국제기구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데, 이러한 국제기구로서의 WTO는 이미 2차대전이 끝날 무렵부터 미국 등의 주요 통상국 등이 추진해온 계획이 장장 50여 년 만에 결실을 맺은 셈이다.
그 역사적 추진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전개되어질 WTO의 발전방향을 추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