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러시아는 왜 OPEC+ 감산에 합의했나
[분석] 러시아는 왜 OPEC+ 감산에 합의했나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0.05.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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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정부, 3월 협상 시 “OPEC+ 협상 결렬돼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판단
러 기업 “저유가 타격 심각하지 않다”…유가 20불선으로 폭락 않는다는 전제
석유가스 수입 세수에 큰 비중 차지하나 저유가에서도 버틸 수 있는 능력 갖춰
올해 균형재정유가 40불… 저유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재정 버틸 수 있다” 결론
러 기업, 유연한 세금제도 등 정책 지원에다 건전한 재무상태로 저유가 버틸 능력
코로나19 인한 세계 수요 충격·대미관계 정치적 이익 도모 등 감안 입장 선회
OPEC+ 합의 따른 러시아 실질 감산량 하루 200만 배럴… 총 산유량 19% 해당
오래된 유전 우선적으로 감산해야 하지만 여려 요인으로 감산 어려운 실정

지난 4월 OPEC+ 감산 합의를 두고 러시아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감산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러시아가 4월 입장을 바꿔 감산에 합의한 배경은 무엇일까 궁금증이 작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이 ‘석유시장 신규합의 : 러시아 장단기 전략에 함의’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변국영 기자>

 

▲3월 협상 시 러시아 입장

보고서에 따르면 소로킨 러 에너지부 차관은 지난 3월 11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사우디 감산 제안에 반대 이유로 △미 셰일업계의 수익성이 낮은 투자 강행 등으로 글로벌 석유 과잉공급 △미국,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만 등 지역 일부 행위자들의 무임승차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전망 불확실성 등을 언급했다.

3월 협상 시 러시아 정부는 선제적인 OPEC+ 감산 합의 전격 폐기를 상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나 만약 OPEC+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러시아는 그동안 비축한 기금, 외환보유고 등을 통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3월 1일 자신이 주재한 회의에서 러시아의 2020년 예산은 배럴당 42.44 달러를 기준으로 책정돼 있으나 외환보유액, 국가복지기금 비축액 등을 감안하면 저유가로 인한 큰 고통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당시 러시아 기업들의 판단은 어땠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3월 12일 노박 에너지부 장관 주재 석유기업 대책회의 시 러 기업들은 저유가로 인한 타격이 심각하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판단에는 유가가 20달러 선으로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었다.

당시 회의에서 듀코프 가즈프롬네프트 회장은 배럴당 35 달러(OPEX 및 CAPEX 합이 배럴당 10달러), 마가노프 타트네프트사 CEO는 심지어 배럴당 8 달러도 기업 운영에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알렉페로프 루코일사 회장은 러 기업들은 저유가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확언하기도 했다.

3월 OPEC+ 감산 합의 결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세친 로스네프트 회장은 3월 20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은 단기적으로 그칠 것이며 미국의 제재로 이란, 베네수엘라 등의 석유 공급이 이미 감소함에 따라 OPEC+ 감산 합의 유인이 낮다”고 말했다.

 

▲4월 입장 선회 배경

상대적으로 저유가를 버틸 수 있는 경제구조와 감산 이행으로 인한 유전 손실 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4월 12일 OPEC+ 감산에 합의했다.

보고서는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충격을 이유로 꼽았다. 코로나19가 중국 등을 넘어 유럽, 북미권 등 세계적인 확산으로 번지면서 유가가 전례 없는 폭락을 기록하고 석유비축고는 단기간에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미관계에서 정치적 이익을 도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러 제재 완화 촉구 등 러미 관계 개선을 위한 방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감산 요구에 부응했다는 것이다.

책임 있는 국가라는 이미지도 고했다는 분석이다.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이미 판단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는 이미지 형성을 위해 감산에 적극 동참하게 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여기에 여름 중 감산합의 이행이 용이하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얘기다. 추운 겨울보다 여름에 감산이 경제적 손해가 덜하며 열병합발전을 이용하는 서부시베리아 등 지역난방에도 겨울보다 여름에 부정적인 영향이 적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저유가가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

2019년 러시아 석유가스 수입은 1280억 달러로 연방정부 총 세수의 41%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러시아로서는 안정적인 유가가 중요하나 저유가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능력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유가 하락을 겪고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래 루블 가치 하락을 외부충격에 대응하는 방패로 사용했다. 러시아 재무부/중앙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4년 이래 루블 환율이 상승(달러당 40 루블대→60 루블대)에 따라 러시아 석유가스 수입은 루블 기준 약 15조 루블(2014년)에서 20조 루블(2019년)로 증가했다.

러시아는 배럴당 40달러 초과분은 국가복지기금에 축적되는데 지난 3월 1 기준 국가복지기금은 1234억 달러(GDP 7.3%)에 달했다.

또한 러시아는 지난 몇 년에 걸쳐 수출세를 감세하는 반면 광물추출세를 늘려 석유 대외수출 감소에도 연방정부가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2020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균형재정유가를 40 달러로 상정하고 저유가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가스 수입 감소에도 러 재정은 버틸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러시아 기업들에게 저유가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고유가일 경우(40 달러 초과 시) 초과분을 가져가는 반면, 저유가 시에는 낮은 세율로 기업들을 보호하고 있다.

유가변동에 따라 상이한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배럴당 15 달러까지 0%, 15∼20 달러, 20∼25 달러 구간은 감면세율, 25달러 이상부터 원 세율을 적용하는 등 세율이 유가 변동에 연동되도록 하고 있다.

광물추출세 세제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러 석유기업들의 부담 세금 중 MRET가 주요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정부가 오래된 유전에 대해 제공하는 세제 혜택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변동환율에 따라 생산단가도 하락한다. 2012∼2019년간 생산단가(업스트림)와 유가는 높은 상관성을 보이며 환율 상승 시 수출기업들의 생산단가는 하락했다. 유가가 배럴당 43 달러에서 30이나 20 달러로 각 30%, 53% 하락 시 유연한 세제 및 루블화 하락으로 감가상각전영업이익은 각 15%, 21% 수준만 떨어졌다.

건전한 재무상태도 기업들의 저유가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순 채무액 대비 감가상각전영업이익 계산 시 러 석유 기업들의 경우 평균적인 순 채무액 대비 감가상각전영업이익 비율은 0.9이하로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로스네프트를 제외한 러 주요 석유기업은 단기채무액의 평균 167% 정도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채무도 필요 시 바로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산유량 감축 인한 손해·감산이행 장애 요인

가스콘덴세이트 미포함 시 러시아의 OPEC+ 합의에 따른 실질 감산량은 하루 200만 배럴 정도로 총 산유량의 19%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유 가운데 물 함량이 높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오래된 유전은 합리적인 판단에 따르면 우선적으로 감산해야 하지만 여려 요인으로 감산이 어려운 실정이다.

우선 낮은 기온이 생산 재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부시베리아 위치 물주입법 사용 유전들의 경우 낮은 기온으로 생산 중단 시 시추공 등 운용장비 재사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오래된 유전에 지속적인 투자를 조건으로 광물추출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기업들의 감산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유전 지역 전력 및 난방은 열병합발전을 이용하기 때문에 대규모로 감산하게 되는 경우 원활한 지역난방, 전력 공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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