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세계는 에너지효율 개선에 사활 걸었다
[초점] 세계는 에너지효율 개선에 사활 걸었다
  • 변국영 기자
  • bgy68@energydaily.co.kr
  • 승인 2020.05.25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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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인센티브·투자 3박자 갖춰야 에너지효율 개선

기술효율 개선, 에너지 소비 절감·국가 예산 절약·기후변화 대응 도움
에너지효율 개선되면 에너지소비 큰 변화 없이 부가가치 키울 수 있어
에너지효율 인센티브 위한 공공지출 중 보조금·융자 큰 비중 차지
2018년 에너지효율 개선 투자 2400억불… 전년비 성장률 1% 미만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효율 정책 업데이트’ 현안분석 자료

앞으로의 세계에서 에너지효율은 가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제1의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소비 감소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감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세계 에너지효율 정책 업데이트’라는 제목의 현안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에너지효율 개선으로 어떤 효과를 거뒀으며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는 무엇인지 정리해본다. <변국영 기자>

 

▲효율 개선=CO₂배출 감축

2015∼2018년 기간 동안 기술효율 개선은 에너지 소비를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예산을 절약하고 기후변화 대응에도 상당한 도움을 줬다. 2018년에는 에너지 기술효율 개선으로 약 4%의 에너지 소비를 추가 절감했다. 이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1차 에너지 소비를 합한 것과 비슷한 규모다. 기술효율 개선이 없는 경우와 비교해 2018년 세계 1차 에너지 원단위는 2배 이상 개선됐다.

2000년 이래 이뤄진 기술효율 개선은 2018년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의 13% 가량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절감량을 환산하면 인도, 독일, 브라질, 캐나다 4개국의 1차 에너지 소비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IEA 회원국의 경우 2000년부터 기술효율 개선으로 2018년 에너지 소비액을 6000억 달러 이상 줄였고 2015년 이후 기술효율 개선 효과는 1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2015∼2018년 기간 동안 기술효율 개선은 같은 기간 일본의 누적 에너지부문 배출량 수준인 35억톤 가량의 CO₂ 배출량을 추가 감축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효율 개선은 세계 배출 목표 달성을 위해 요구되는 양과 실제 에너지 연소 기원 배출량과의 차이를 줄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국 내 에너지소비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의 경우 에너지효율 개선은 에너지 안보와 무역 균형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에너지효율 개선으로 인한 수입 절감 효과가 가장 큰 에너지원은 석유다. 2000년 이후 에너지효율 개선으로 인한 2018년 석유 절감량은 1억6500만toe에 달했고 IEA 회원국의 절감 효과는 50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가스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에너지효율이 가스 수입 절감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져 2000년 이후 기술효율 개선으로 인한 2018년 가스 절감량은 1억1500만toe를 기록했다.

일본은 기술효율 개선으로 2018년 석유 20%, 가스 25%의 추가 수입량을 절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 및 트럭의 효율성 개선과 함께 난방과 산업 공정의 효율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 유럽과 중국에서도 건물 성능과 난방 효율의 지속적인 개선으로 가스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IEA는 에너지효율 개선이 이뤄진다면 2040년까지 에너지소비에 큰 변화 없이 ▲수송부문 수송량 두 배 증가 ▲건물 바닥면적의 60% 증가 ▲산업부문 에너지 한 단위당 부가가치의 두 배 증가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에너지효율 개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차 에너지 원단위 개선률은 연평균 3%에 이르러야 하지만 현재는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앞으로 상당한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기술효율의 지속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성장, 자동차 판매 대수의 증가 등과 같은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에너지소비 증가가 1차 에너지 원단위 개선 둔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해서는 기술효율 개선과 함께 구조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 정책은 모든 최종 소비부문에서 에너지효율적인 가전제품, 장비, 건물 및 차량의 개발 및 채택을 가속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에너지효율 규제 정책 강화

2018년 세계적으로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규제 정책이 강화됐다. 가전기기 최저 에너지성능기준(Minimum Energy Performance Standards, MEPS), 건물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건축요건, 자동차 수송연비 기준 및 산업부문 에너지효율 목표관리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규제 정책 적용대상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중은 2017년 34%에서 2018년 35%로 늘어났다. 2018년 적용범위 증가율은 전년 대비 1.4%를 기록하며 지난 10년 평균 성장률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에너지효율 증진을 위한 규제 대상 확대에 따른 에너지소비 비중 증가의 98%는 자동차 연비 규제 및 가전기기 효율수준 강화에 부합하는 신제품 대체에 의한 효과였으며 2%는 효율기준의 적용범위를 새로운 범주로 확대한 것에서 비롯됐다.

2018년 주요국가의 에너지효율 관련 규제 정책 적용대상이 전체 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확대됐다. 의무정책이 적용되는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많은 국가인 중국은 2018년 에너지 소비량의 62%가 에너지효율 관련 규제정책 적용대상이 됐다. 2017년도 대비 2018년의 규제정책 적용대상 비중이 확대된 지역으로는 유럽(3%P), 캐나다(3%P), 멕시코(2%P) 한국(1%P), 남아프리카(1%P)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다수 국가와 지역에서 무배출 자동차 등의 신기술 차량의 비중을 규정하거나 특정 차량기술을 금지하는 정책을 새롭게 시행했다.

중국은 무배출 자동차에 대한 국가 차원의 규제가 마련돼 있는 유일한 나라로 2020년까지의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돼 있다 . 미국(10개주), 캐나다(퀘벡, 브리티시 콜롬비아)는 주정부 차원의 규제가 시행되고 있고 네덜란드 등 국가나 많은 도시에서 향후 10년 동안 전기버스 배치에 대한 목표를 설정했다.

여러 지역에서 전기자동차 보급 목표는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또는 등록을 종료하는 정책에 의해 보완됐다. 내연기관 금지를 발표한 국가는 2019년 8월까지 15개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여러 지방정부에서는 내연기관 차량이 도시 중심의 비즈니스 구역 등 특정지역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내연기관 차량 금지구역이 설정된 도시는 2019년 19개에 달했다.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내연기관 2륜차의 사용 금지에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해 이미 3억대의 전기 2륜차가 보급된 것으로 분석된다. 암스테르담과 같은 유럽의 도시는 행정기관에 한해 2륜차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2018년 에너지효율 관련 규제 강도 증가율은 지난 2년보다는 높은 0.4%를 기록했으나 지난 5년간의 평균치인 0.72%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2018년 에너지효율 규제 강도는 미국의 상업용 차량과 승용차에 대한 연비기준 강화와 캐나다의 중앙 냉난방 시스템 MEPS 강화로 세졌다. 규제 정책 적용범위와 규제 강도의 변화로 에너지효율 규제 강도가 0.6% 이상 증가했는데 대부분은 비주거 부문에서 발생했다.

 

▲직접 보조 선호도 높아

2018년 세계 각국이 에너지효율 개선 활동을 위해 실시한 재정정책으로는 보조금 지급, 조세 감면 혜택, 지분투자, 자금융자 및 채권, 보증지원 등이 있다.

2018년 세계 17개국 정부가 에너지효율 증진을 위해 투입한 재정 규모는 120억 달러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에너지효율 인센티브에 대한 공공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지출형태는 보조금(40%)이었으며 융자(20%)가 그 뒤를 이었다. 2018년 인센티브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정책수단은 보조금으로 채권·대출 형태보다 두 배나 많았고 2019년에는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 및 직접보조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정책 입안자와 집행자의 선호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조금 지급 방식이 가지는 직접성, 관리의 용이성, 지원금 결정 과정에서의 의사소통 용이성 등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개별 수혜자가 받는 인센티브의 42%는 1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 사이로 이러한 규모의 인센티브는 주로 산업, 상업용 건물, 아파트단지, 대중교통 프로젝트에 제공됐다.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19%는 수혜자 당 평균 1000 달러에서 1만 달러를 받았는데 대부분이 주거부문에 적용됐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는 전년 대비 72% 증가한 150억 달러 수준으로 전기차 판매 성장률(68%)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북미에서 데슬라 모델3가 출시되고 중국의 고급 전기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전기차 판매에 대한 재정 지원이 증가했다. 2019년에는 미국과 중국 등이 전기차 인센티브를 조정함에 따라 이러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2륜차 및 3륜차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되고 있다. 인도는 14억4000만 달러 상당의 4년 예산의 일부로 상업용 전기 3륜차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다양한 투자 방안 등장

2018년 건물, 수송, 산업부문에 걸친 에너지효율 개선 투자는 2400억 달러 규모로 2017년 2360억 달러 대비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건물부문 에너지효율 개선 투자는 2018년 2% 감소했으나 여전히 효율 개선에 대한 투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부문 에너지효율 개선 투자는 중국과 인도에서 각각 12%와 5%씩 증가했지만 미국에서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수송부문 에너지효율 개선 투자는 2018년에 주로 화물수송 부문에서 소폭 증가했지만 효율이 낮은 소형 트럭의 판매량도 늘어났다.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은 장기계약 기반의 효율 프로젝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에너지효율 개선 투자의 핵심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ESCO는 직접 또는 3자의 개입을 통해 초기 프로젝트 비용 자금을 조달하는 반면 고객은 사전에 자본을 지출하지 않는다. 효율 설비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막대한 초기 비용은 투자의 장벽이 되기 때문에 장기계약 구조는 ESCO가 보다 포괄적으로 에너지효율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세계 ESCO 시장은 2017년 286억 달러에서 2018년 309억 달러로 성장했다. 2018년 중국 ESCO의 매출은 2017년 대비 3% 증가한 164억 달러(1170억 위안)를 기록했다. 연평균 증가율 25% 이상을 기록했던 2011∼2015년 기간에 비해 시장의 확장 속도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 모기지는 주거용 건물의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주택담보 대출로 그린본드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EU가 자금을 지원하는 Energy Efficiency Mortgage Action Plan(EeMAP)은 2017년에 출범한 이후 지속 성장하고 있는데 다수의 민간 대출업자들이 참여해 표준화된 대출 방식을 확립해가면서 그린 모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녹색금융 전략의 일환으로 상업대출 기관의 녹색 모기지 개발을 돕기 위해 500만 파운드(610만 달러)의 기금을 마련했다.

녹색채권은 지속가능성 증진이나 청정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출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채권과 차이점이 있다. 녹색채권은 투자자와 에너지효율 개선 프로젝트를 연결함으로써 세계 금융시장에서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2018년 녹색 채권 발행액은 전년 대비 8% 감소한 45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녹색채권 발행액은 전년 대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14년 발행액(38억 달러)과 비교해 매우 빨리 늘어나고 있다. 이는 녹색채권이 금융시장에서 기반을 넓혀 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그린 모기지와 녹색채권의 발달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지만 관련 시장 개발 촉진을 위한 다각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 주도의 이니셔티브 외에 민간 대출기관도 모기지 포트폴리오를 녹색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 은행 ING는 파리협약 목표에 따라 6000억 유로(6550억 달러)의 녹색대출 포트폴리오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담보대출이 ING 대출의 50%에 달하기 때문에 그린 모기지는 ING 녹색 이니셔티브의 핵심이다.

세계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금융시장에서 녹색채권과 기타 지속가능한 투자 수단의 성장을 지원하고 에너지효율 개선 서비스 시장과 관련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2018년 EU 집행위원회는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에너지효율 개선 또는 지속가능 발전 관련 사업에 관해 명확하고 일관된 정의를 제공하는 녹색 분류체계와 녹색채권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7개 정부기관이 녹색 산업 지침을 작성해 6개의 광범위한 상품 및 서비스 범주에 대한 녹색 분류체계를 제시했다. 이러한 분류체계는 녹색채권에 대한 규제 지침을 보완하고, 녹색 금융의 확장 및 혁신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녹색 분류체계에 더해 건물 부문의 에너지효율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상업은행으로부터 더 많은 대출을 장려하기 위한 지침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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