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지역 태풍피해복구를 마치면서…
거제지역 태풍피해복구를 마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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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2.15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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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전력 신마산전력 김 완종 소장

지난 9월 12일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매미는 폭우와 돌풍을 동반한 가히 위력적인 메가톤급 태풍이었다. 우리 전력소는 태풍중심권이 지나는 경남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설비를 운영하는 사업소로서 가장 큰 피해를 겪어야 했다.

며칠간의 추석연휴를 보내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터를 떠난 상황이어서 복구에 참여할 인력동원과 사고 현장 접근이 힘든 초기 상황이었다. 추석을 서울에서 보내고 이튿날 아침식사를 서둘러 마친 후 마산을 향해 고속도로에 진입하였다.

다소 차량이 있기는 해도 대전을 지나 진주까지 오후 3시경에 도착했다. 이때부터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앞이 안 보이기 시작하고 도로의 차량은 정체되면서 시간당 10Km의 전진만이 가능했다.

억센 비바람으로 차체가 날려서 부딪치고 밀려서 겨우겨우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통신도 어렵고 핸들을 꼭 잡고 앞뒤 차량과 같이 움직일 뿐이었다. 마산시내의 도로는 간판과 표시물 들이 날려 아수라장이었고 캄캄한 암흑세계였다.

악전고투 끝에 회사에 도착하니 밤 10시였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비상 집결하였으나 바람과 비가 거세어 이동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거제 지역은 송전선로사고로 전지역 정전이었다. 악천후를 무릅쓰고 현장을 확인하고 이튿날부터 우선 긴급복구 작업에 돌입했다.

철탑 2기가 쓰러져 비상자재인 가 철주를 세우기로 했다. 철탑의 위치가 산악이어서 작업원과 장비가 들어갈 수 있는 진입로를 내는 게 급선무였다. 마을 이장에게 긴급복구 작업을 위해 농로의 사용과 지주에게 알려 줄 것을 요청하고 우선 진입로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공사를 하면서 지주를 만나고 공사 후에 합당한 보상을 하기로 양해를 구했다. 지주들도 재해현장을 보고 모두들 협조를 해주었다. 진흙길이라서 일반차량은 다닐 수 없고 굴삭기만이 중량물을 거북이 걸음으로 수도 없이 철야로 운반했으며 70여명이 동시에 작업장에 투입돼 3일간의 비상작업으로 가 복구를 완료하고 송전을 개시하게 됐다.

안전수칙은 많이 생략된 채 현장기술인의 인력과 소규모장비에 의존하는 위험성이 높은 작업방법이었다. 천만다행히 안전사고 없이 전력을 공급하고 고생한 작업원 들에게 사장님의 수고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모두는 힘껏 박수를 치고 산길을 내려왔다.

거제지역은 전 정전으로 국가적인 초미의 관심사였고 복구현장에는 정부, 언론, 지역 기관, 민원인, 지주 등이 쉴 사이 없이 현장을 찾게 되어 안내와 상황설명이 그치질 않았다. 이제는 본 복구를 서둘러야 할 형편이다.

가 복구 설비는 취약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고장이 생길 수 있어 안심할 수가 없었다. 마침 다른 용도로 제작중인 철탑을 우선 차용하기로 하고 기초굴착을 주야로 진행하는데 산악정상의 암반굴착은 어려운 공정이었다.

공기단축에 모든 힘을 다하면서 철탑조립까지 마쳤다. 거제지역의 조선소작업일정을 조정하면서 휴전일정을 협의하여 가선작업을 마치니 이제는 태풍 매미가 또다시 와도 공급에는 지장이 없겠다는 생각이 내심 들었다.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수출에 크게 기여하는 경남지역의 주산업인 조선 산업은 그야말로 국가경제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아닐 수 없다.

휴가기간과 피해현장이 넓어 장비와 인력동원이 힘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일을 수행해준 시공업체, 한전기공 관내사업소 직원 , 관리처와 진주 전력소 직원, 마을주민과 지주, 관공서, 당사자인 신마산 전력소 전 직원이 땀 흘린 보람으로 큰 피해 속에서 이보다 더 빠를 수는 없는 복구공사를 해내었다.

송전은 되었어도 거제도의 배전설비 피해로 정전기간이 더 긴 고객이 많았다. 한순간이라도 단축하여 공급 예정시간을 앞당기려는 게 성급하게 와전되어 일을 잘하고 하루가 늦어진 것으로 비쳐져 고생이 조금 퇴색한 것이 아쉬움이다.

불확실한 예상보다는 확인하고 공급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다소 여유를 둔 다음에 일찍 송전하는 방법이 작업자는 물론 고객에게도 심리적으로 낫다는 게 지역공무원이나 주민들의 견해이다.

피해지역을 가보면 한마을의 농장과 어장이 폐허가 되고 불법비자금뉴스 보다는 채무와 이번 겨울을 어떻게 버티고 살아 갈 것인가가 절실한 생사의 문제이다.

열매는 다 떨어지고 가지는 반쯤 꺾인 과수, 찢겨진 비닐하우스, 물에 잠기고 흙더미에 덮인 벼농사, 몇 개라도 매어 달린 들밭의 콩을 수확하고 있는 백발의 농부, 양식하던 물고기는 다 빠져나가고 쓰레기더미화 한 연안어장, 해일과 토사로 매몰된 해안가의 주택과 어시장 상가들, 연일 쓰레기 치우기가 계속되어도 아직도 쌓여있는 거리, 파손된 건물의 잔해, 뚝뚝 부러진 큰 나무들, 초등학교 전교생이 운동장에 흩어진 나뭇가지와 쓰레기들을 며칠째 줍고 나르고 이러한 풍경이 남해지역의 태풍피해로 인한 보이는 것들이고, 보이지 않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더욱 엄청났으리라.

당장 수만 명의 작업자가 전력이 없어 제작소 일을 못하고 있는 조선소와 거제시 관계자도 복구현장 옆에서 온종일을 위험을 무릅쓰고 고소에서 힘든 가선작업을 하고 있는 현장을 몸소 지켜보고는 말도 못하고 그저 무사히 끝나기만을 고대하기도 했다.

평상시에 물처럼 편리하게 쓰는 전기는 이렇게 악조건을 무릅쓰고 우리집까지 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765KV 송전설비 인수, 운전, 불량개소 정비와 중부지역의 태풍폭우로 인해 765KV 송전설비의 기초와 진입로가 유실되고 산사태로 인한 농경지 유실이 막대하여 피해복구와 민원해결에 전력을 다하였다.

설비를 관리 운영하는 사업소는 어떠한 경우에도 공급이 끊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자연재해라고 하지만 무언가 시공이나 관리가 완전한지 깊이 되새겨보아야 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어리석은 일이다.

전력설비 사업소장은 설비사고예방에 최우선을 두게 되는데 조직원들의 남다른 노력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개인과 직원간의 여가활동이 중요하다. 문제점을 찾아서 개선하고 업무능률을 향상하려면 발상의 전환과 실천이 필수적인데 종종 반감을 가지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불건전한 소수인의 저항을 이겨내는 리더의 노력을 경영자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나로그 시대에는 입력에 비례해서 출력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이 가능했다. 지금은 디지털 정보화 카오스(CHAOS)시대로 미소한 입력 값의 변화가 출력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고 예측이 불확실한 세상이다. 계획과 실행이 더욱 정확해야 곤란을 덜 겪을 것이다.

성실, 공정, 책임, 사명감, 신뢰 등이 나 자신이 사회생활에서 항상 실천하고자 하는 덕목들이다. 내가 다녀간 사업소가 떠난 후에 제일의 일터가 되게 있는 동안 직원이 힘들어도 자신이 솔선수범하면서 열심히 뛰고 있다. 나만큼 개선하고 일한 사업소장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할 정도로 내심 은근히 생각하고 있는 데 나만의 오만인지도 모르겠다.

떠난 후에 남은 직원의 여론을 들어보면 판명날 일이지만, 항상 학습하고 준비하고 좋은 서적을 가까이 하도록 직원을 격려하고 나 자신도 그렇게 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가꾸고 몇몇 사업소에는 특별히 진도개를 희사해서 직원들의 정서에 도움을 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소유를 실천하는 법정스님과 어린왕자를 평생의 벗으로 여기고 있는데 그 들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던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맡은바 사명을 다하는 다수가 있음을 잊지 말자. 모두에게 밝은 희망의 갑신년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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