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사태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부안사태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 에너지데일리
  • webmaster@energydaily.co.kr
  • 승인 2003.12.15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관성 없는 시책은 저항감 일으킨다는 사실 입증
원자력발전소 중심 발전체계에 관한 근본의문 대두

<부안사태 관련 일지>


5월 1일 정부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신청 공고
7월 9일 부안군 의회 원전센터 유치 반대 결의
7월 14일 김종규 부안군수 산자부에 원전수거물센터
유치신청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출
7월 16일 부안 일부학교 첫 등교 거부
7월 24일 정부 위도를 원전센터 후보지로 최종 결정
8월 5일 핵폐기장 백지화 전라북도 범도민대책위 결성
8월 23일 부안 주민 격렬 시위
9월 8일 김종규 부안군수 내소사에서 주민들에게 집단폭행
11월 20일 촛불시위 원천봉쇄
12월 2일 정부와 반대 대책위간 대화 재개. 주민투표방안 거론
12월 4일 원전수거물센터 유치 찬성 단체 등장
12월 10일 원전센터 부지 유치신청 추가 접수 결정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
지난 7월 14일 김종규 부안군수의 원전수거물 관리센터 유치 신청에 의해 촉발된 부안사태는 지난 10일 윤진식 장관의 전면 재검토 천명에 의해 진정단계에 접어들었다. 5개월에 걸쳐 ‘민란’이라고까지 표현된 부안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의해 결국 정부가 한 발 물러난 것이다.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안 위도의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과정에서 부안 군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이 ‘주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일을 이제껏 밀어붙였다’고 고백한 것이다. 물론 윤 장관은 지난 5개월간의 행적을 사과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부안에서는 주민 의견 수렴에 문제가 있었으나 앞으로는 그러하지 않겠다는 점을 말하고자 했다. 이런 맥락에서 윤 장관은 “주민투표 과정을 도입하는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새로 타 지역의 유치신청도 받기로 했다”고 후속조치를 밝혔다.

이런 후속조치는 부안에서의 주민투표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 11일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11일 부안에서 주민투표는 반드시 실시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부지 신청을 허용하되 부안군에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된 뒤 반대측주민들 사이에 이를 백지화로 받아들이는 여론이 있다”고 전제한 후 “부안군은 지난 7월 정부 고시에 따라 적법하게 관리시설을 유치 신청했고 이런 신청은 유효하기 때문에 부안군이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최종 부지 선정절차를 당초 계획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부안 원전수거물관리센터는 완전 백지화된 게 아니라 주민투표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것이다. 이런 꼬리표는 정부당국이 물러날 명분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조원의 개발 지원금을 약속하고 한수원 직원을 현지출신으로 채용했으며 본사 이전을 밝혔고 치안 유지를 위해 8천명의 경찰까지 동원한 정부로서도 그냥 물러날 수는 없을 터이다.

(주민투표를 단순한 명분으로 보지 않으려는 시각도 부안 현지에서는 존재하고 있다. 근래 들어 유치 신청을 표방하는 단체들이 늘어난 데다가 국무총리가 부안군 아닌 전라북도 전체의 투표를 한때 거론하기도 해서 그 진위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지난 10일 산자부장관의 발표로 인해 국민은 ‘반대측 부안주민들의 뜻이 관철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원전수거물센터가 부안에 들어서지 않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부안사태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이번 사태로 대두된 첫 번째 문제는 ‘전력산업이 원자력발전소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한가?“에 관한 질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환경론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그 이전부터 환경론자들은 부안의 새만금간척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따른 대안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요구는 부안 대책위측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부안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산자부와 부안대책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해서 ‘부안지역 현안해결을 위한 공동협의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부안측 대표들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낼 기구, 즉‘국가 에너지 정책수립을 위한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공동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여기에서는 부안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의 중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의 방향과 핵에너지 정책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발전 중심의 정책 전환은 핵반대 측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김종규 부안군수는 원전센터를 신청하면서도 새만금 지역에 친환경에너지단지 조성을 요구했다. 이런 요구는 그 근저에 환경론자들의 반발 무마를 위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일 수도 있으나 요구 사항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것은 에너지 정책의 다원화에 관한 요구이다.

김종철 녹색평론 대표도 부안사태에 관해 단순히 핵 반대만은 아니라고 얘기했다. 이런 점은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대다수 환경단체의 공통적인 시각이었다.

11월 25일과 26일 부안성당에서는 ‘반핵 국제포럼 in 부안’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도 참석자들은 핵발전 중심의 전력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대안은 재생에너지였다. 독일의 Oda Becker 씨는 핵발전의 대안인 재생에너지 활성화돼야만 핵발전이 줄어들고 그 결과 핵폐기물의 원천적인 처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안사태가 남긴 두 번째 사항은 환경단체들의 활동력이다.
‘부안은 계엄령 상황’이라는 말이 나돌던 11월 26일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전북지역 언론인들과 만나서 부안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여기서 노무현 대통령은 ‘부안에서 환경단체들의 힘을 과소평가했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정익래 민정수석보좌관도 지난 12월 2일 “부안주민이 환경운동가들에게 배후조종 당하고 있으며, 환경운동가들이 윗선의 지령을 받아 대책위를 구성하고 있어 주민대표성이 없다”고 환경단체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배후조정’이란 구절에 부안 대책위 측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정 비서관의 발언은 정부 측에서 부안사태의 뒷심으로 누구를 지목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실례이다.

부안은 원전수거물센터 이전에 새만금사업을 통해 환경단체의 주목을 받은 곳이다. 또한 많은 환경단체가 새만금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부안을 방문했고 시위도 벌였다. 이번에 산자부에서 전면 재검토를 발표하게 된 것은 정 비서관의 관점을 빌리자면 ‘배후조정한 환경운동가들의 승리’인 셈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환경운동단체의 영향력이 부안에 미쳤다고 여기고 있다. 이런 사실은 부안에서 환경단체에 의해‘반핵 국제포럼 in 부안’이 개최된 데서도 입증되고 있다.

원전수거물관리센터 후보지가 또 어디서 거론되든 산자부와 한수원은 주민의 의견만을 수렴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환경단체도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안사태가 남긴 사항 중의 하나는 정부의 대응 태도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관성의 부재는 주민들의 불신을 낳는다. 이는 격렬한 저항으로 이어진다.

원전수거물센터 유치 신청을 앞둔 지난 여름 산자부는 후보지역을 돌면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영광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한 주민은 “한수원과 산자부는 이제껏 우리를 속여 왔다”며 그 항목을 열거했다. 여기에 참석했던 정부측의 한 인사는 “원전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알았으므로 이를 향후 시책에 반영하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안사태와 관련해 한수원은 말바꾸기를 계속해 왔다. 가장 민감한 현금 보상문제와 관련해서도 윤 장관은 보상 가능성을 이야기했고 그 직후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는 식이었다. 정부의 태도가 일관적이지 못할 때 또다른 후보지에서도 제2의 부안사태를 막을 길은 없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의미들이 앞으로 산자부와 한수원의 원전센터 추진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알 수 없다. 환경단체들이 이제껏 실패를 거듭해 온 산자부와 한수원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더 크게 들린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명칭 : (주)에너지데일리
  • (우)07220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38길 13-7 주영빌딩 302호
  • 대표전화 : 02-2068-4573
  • 팩스 : 02-2068-45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병훈
  • 제호 : 에너지데일리
  •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719
  • 등록일 : 1999-07-29
  • 인터넷등록번호 : 서울 아 01975
  • 등록일 : 2012-02-16
  • 발행일 : 1999-09-20
  • 발행인 : 양미애
  • 편집인 : 조남준
  • 에너지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에너지데일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nergy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