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壬申年)에 만나는 원숭이
갑신년(壬申年)에 만나는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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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1.05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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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띠 사람은 대부분이 총명하고 영특한 재주꾼
인간과 원숭이는 유전학적으로 분리될 수 없는 사이

우리 역사 속의 원숭이


올해는 갑신년이다. 12간지로는 원숭이해이다.
우리나라에는 원숭이가 살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가 원숭이와 가까이 지내는 것은 중국문화의 영향이다.

우리에게 원숭이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때는 고려 때로 여겨지고 있다. 고려중엽, 그러니까 무신정권으로 들어서기 전 백성들은 현실의 어려움을 종교에 귀의하고자 했으나 기존의 불교는 그들의 고통을 보듬어주는 데는 인색했다. 고려 불교는 왕실과 조정의 후원자였다는 점이 그런 인색함의 원인이었다. 백성들은 새로운 종교, 즉 도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도교에서 제시하는 유토피아에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있었다. 이곳에는 원숭이가 살고 있다. 도교에 접하면서 고려 백성들은 원숭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 원숭이는 서민들의 놀이에 등장한다. 까탈춤놀이에서 원숭이는 마을의 재앙을 막아 주고 구경꾼을 웃기는 재간꾼이다. 이곳의 원숭이 탈은 송파 산디놀음과 양주 별산디놀음의 원숭이탈, 강령 탈춤의 큰원숭이탈, 은율 탈춤의 원숭이탈, 봉산 탈춤의 원숭이탈 등으로 전승되고 있다.

근래에 들어 원숭이는 애완동물로 길러지고 있다. 먼곳의 동물이 아닌 우리의 동물로 대접받고 있다.

이런 역사에도 불구하고 원숭이가 우리에게 가장 깊이 각인되게 된 데는 12간지이다. 원숭이해에 태어난 사람은 평생 원숭이를 마음에 두고 살게 되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12간지가 인간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원숭이해에 태어난 사람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우리나라에서는 (중국과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원숭이해에 태어난 사람은 재주가 많고 총명하며, 영특하다고 하다고 알려져 왔다. 흔히들 얼굴이 원숭이와 닮은 사람을 두고 ‘영리하다’고 여기는 것은 이런 사고에서 연유한다.

원숭이는 월건(月建)으로 치면, 만물의 성장이 모두 이뤄져 익기 직전의 이른 음력 7월이다. 이런 점에서 원숭이는 만물이 무르익을 때까지 교만하게 굴지 않고 영특하게 기다리는, 지혜 있는 동물을 상징한다. 원숭이해 사람은 참고 기다리면 크게 공을 이룬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고래로 우리나라에서는 자식이 원숭이해에 태어나면, 재주가 많고 총명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옛날 선비들은 원숭이의 총명함과 재주를 기리어 그들이 사용하는 벼루·연적등에 원숭이를 새겨 넣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입증해 주는 문화재로는 청자모자원형연적(靑磁母子猿形硯滴)이 있다. 여기에는 원숭이 어미와 새끼가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이야기 속의 원숭이


원숭이는 인간과 비슷하게 생겨서 신화에 자주 등장해 왔다. 우리가 잘 아는 서유기의 그 유명한 손오공은 바로 ‘원숭이인간’으로서 인간과 원숭이가 얼마나 닮았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의 소설가 후즈는 서유기의 손오공은 인도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손오공의 모험담은 인도의 고대 서사시 ‘라마야나’에 나오는 ‘하누만’의 이야기에 그 원형을 두었다는 것이다. 손오공의 원형이 어디에 존재하든 그것은 중국화되었고 서유기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있어서도 우리의 것이 돼 있다.

원숭이가 있는 곳에서는 원숭이 신화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원숭이를 타락한 혹은 퇴화한 인간으로 여기는 신화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원숭이에게서 인간으로 진화해 왔다는 다윈의 진화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신화가 과학 법칙을 역행한다는 점에서 퇴행한 인간으로서의 원숭이는 설득력이 있다. 퇴화한 인간의 경우는 멕시코 아스텍족의 창세신화에서 찾아진다.

태초에 심한 태풍이 일어나 사람들을 모두 날려 버렸는데,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두 원숭이가 되었다고 이 창제신화는 전하고 있다. 마야계 인디오인 키체족의 신화집에서는 창조주가 최초에 나무로 만든 인간의 후예가 바로 원숭이라고 돼 있다.

퇴화한 인간이 아닌 원숭이 자체가 신성시되는 경우도 많다. 바빌로니아나 이집트에서는 원숭이가 달의 신이었다. 이집트에서는 태양신을 맞는 시종으로서의 원숭이가 등장한다. 이집트의 원숭이는 태양신의 벗인 친구로도 나온다.

중국에서 원숭이가 있는 곳은 남부이다. 따라서 양자강 남쪽에는 원숭이에 관한 다양한 신화가 존재한다. 원숭이 신화가 풍성한 곳은 중국 서남부의 티베트족, 강족(羌族)등이다. 이들은 또한 원숭이 숭배 혹은 원숭이 토템을 갖고 있었다.

원숭이와 관련된 우화는 참으로 다양하다. 이 또한 원숭이가 우리와 가깝게 지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재미있는 우화 중의 하나는 원숭이의 모습과 관련된 것이다.

옛날, 세상은 암흑시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해가 나타났다. 시간이 흐르자 신(神)인 원숭이가 긴 팔로 하늘의 해를 따서 엉덩이 밑에 깔고 앉았다. 그러자 밤이 시작되었다. 그 뒤 닭이 울면 아침이고, 원숭이가 해를 깔고 앉으면 밤이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원숭이의 엉덩이는 해에 타 털이 없어지고 화상을 입어 빨개져 버렸다.

우리가 아는 우화 중에는 원숭이의 영리함(혹은 교활함)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이리와 여우가 고깃덩어리를 놓고 자기 것이라고 다툰 적이 있었다. 그들은 원숭이에게 판결을 부탁했다. 원숭이는 고기를 반으로 나눈다며, 한쪽은 크게 다른 한쪽은 작게 나누었다.

큰 것과 작은 것을 똑같이 만든다면서 원숭이는 베어먹었다. 다시 고기의 크기에 차이가 생겼고, 원숭이는 몇 번이나 이 짓을 되풀이했다. 여기에서 원숭이는 눈앞의 이익을 갖고 다투는 이들을 이용해 먹는다. 이런 지나친 영리함은 원숭이에게 교활하다는 의미를 덮어 씌워 놓았다.

원숭이와 닮은 인간


실제의 원숭이가 이렇다고 말하는 것은 별 재미 없는 일이다. 내셔녈 지오그라픽 채널이 아니라도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원숭이를 만난다. 어떤 동물원이든 원숭이는 있다.

인간이 얼마나 원숭이와 닮아 있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재미있다. 원숭이를 관찰자로 삼는 게 아니라 원숭이 입장에서 인간을 관찰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인간과 유인원 사이의 밀접한 유연관계를 두 종 사이에 있는 매우 다양한 행동양식의 조사를 통해 이를 분석하여 보여준 바 있다. 그가 쓴 책은 인간이라는 동물 ‘The human anima’이다.)

인간의 유전자를 놓고 볼 때 95%이상 원숭이와 같다고 한다. 다윈의 진화론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인간의 다리는 여느 동물보다 길고 팔은 짧은 편이다. 그러나 인간의 팔은 참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여느 동물의 앞발과는 다르다. 이런 점에서 원숭이의 앞발도 참으로 많은 역할을 수행한다. 나무를 잡고 먹이를 집고 때로는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인간은 여느 동물처럼 털이 많은 것은 아니다. 특히 얼굴과 엉덩이는 미끈하다. 이는 원숭이도 그러하다. 털이 없는 점은 원숭이가 진화상으로 인간의 선조에 해당된다는 설로 이어진다.

털 없는 원숭이가 속해있는 원래의 영장류는 원시적인 식충류에서 좀더 진화하여 초식동물이나 육식동물로 진화하였으며 그 후 조상 원숭이로 진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잡식성이다. 인간이 생존해 오는 데는 이 잡식성이 큰 도움이 됐으리라고들 진단한다. 원숭이도 그렇다. 원숭이는 숲 속의 나뭇잎과 열매, 물가의 조개, 들판의 곡식을 먹는다.

원숭이는 침팬지, 고릴라, 긴팔원숭이, 오랑우탄등이 있다. 사람의 모습과 닮아 있음은 물론이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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