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자력본부 제2발전소 김 학진 화학기술부장
태어나서 지금까지 원자력발전소 사택에서만 자랐던 딸아이가 지난해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타지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다.
기숙사 생활 때문에 주말에만 집에 오는데 얼마 전에는 집에 들어서면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다짜고짜 울분을 터뜨린다.
원전사택에 사는 것을 알게 된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원전에 관한 부정적인 질문을 집요하게 했단다. 심지어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장담하느냐?” 등등.
매사에 씩씩하게 자란 아이인지라 조금은 당돌할 정도로 선생님 질문에 당당히 대답을 했다지만 새로 사귄 친구들 앞에서 난생 처음 이상한 질문을 받고서 어린 마음에 무척 상심했나보다.
그러고 보니 원전에 근무한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스물일곱에 입사하여 줄곧 원전사택에서만 살아오면서 결혼도 하고 두 아이도 낳았다. 그래서 큰아이의 고향이 고리이고 둘째의 고향이 울진이다.
하지만 원전에 근무하는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기던 첫째가 객지생활을 하면서부터 아빠의 직업과 사는 곳을 밝히기 꺼리는 지경이 되었다.
부디 새해에는 상대방에게 꽁꽁 닫았던 눈과 귀를 활짝 열어 불신과 편견의 벽을 허물고 반목과 대립이 없는 새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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