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원전센터 시나리오
해를 넘긴 부안 원전센터. 올해 부안 원전센터 상황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2004년 원전센터 시나리오
해를 넘긴 부안 원전센터. 올해 부안 원전센터 상황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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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1.05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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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지역 상반기 주민투표 결과가 향후 방향타 될 듯

원자력 중심의 발전 체계 근본의문 제기는 계속 될 전망

지난해 2월 4일 산자부가 영광, 고창, 울진, 영덕 등 네 곳을 핵폐기장 후보지로 발표할 당시에는 그 누구도 ‘부안사태’를 예견하지는 못했다. 예측 프로그램의 하나인 시나리오를 작년 초에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부안사태가 들어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출변수가 많은 원전센터를 놓고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것은 암중모색(暗中摸索)에 불과하다. 그렇기는 해도 올해 원전센터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전기산업계의 최대 현안이며 나아가 국민들의 관심사항이다.

2004년도 원전센터와 관련해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한가

구랍 12일 윤진식 산자부 장관의 퇴임사에는 향후 원전센터와 관련된 발언도 있었다.

그는 “이제 원전센터부지 선정절차를 새롭게 보완해 주민투표를 공식 절차화하고 다른 지역도 유치신청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출발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추가지역이 어디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특정 지역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2-3곳과 협의하고 있다는 걸 시사했다.

산자부는 부안 이외의 카드를 과연 가지고 있는가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부안 이외의 카드는 실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산자부측은 부안에서 이뤄질 주민투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 ‘2조원에 이르는 지역 개발비가 부안 아닌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드러내려는 계산에서 그런 발언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해석은 ‘핵페기장 백지화를 위한 부안군민 대책위’ 측에서 제기하고 있다.

원전센터 건설을 찬성하는‘범부안군 국책사업유치추진연맹’측의 해석은 다르다. 그들은 산자부 장관이 퇴임하는 자리에서 계산에 의한 발언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자부로서는 부안사태가 악화일로를 걷자 최악의 경우 타지역을 후보지로 선정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물밑 접촉을 해 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자부가 부안 한 지역에 한정된 카드를 가지고 있든, 부안 이외에 두세 지역의 후보지가 더 존재하는 히든카드가 있든 일단 ‘2004년도 원전센터 시나리오’는 부안의 주민투표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정부로서는 부안을 후보지로 추진하든 물러나든 일단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하며 이것이 주민투표이다.

주민투표는 작년에도 정부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당시 김두관 행자부장관이 이를 언급함으로써 추진이 구체화되는가 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법률적인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렸다.
이런 ‘법률적 뒷받침’은 구랍 23일 국회산자위의 회의에서 ‘지방자치단체 등의 주요정책에 대해 주민투표를 시행할 수 있게 한다’는 주민투표법안이 가결돼 법사위로 넘겨짐으로써 분명하게 보장받게 됐다.

정부로서는 부안 원전 센터에 관한 찬반 주민투표가 실시될 법적 토대가 마련되는 마당에 더 이상 이를 미룰 만한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주민투표법안의 골자를 보면, 주민투표의 대상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중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하되, 예산 및 재산관리에 관한 사항, 조세에 관한 사항, 행정기구의 설치.변경에 관한 사항 등 주민투표에 부치기에 부적합한 사항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핵페기장 백지화를 위한 부안군민 대책위’ 측으로서도 주민투표를 놓고 (일정이나 방법론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뒤로 물러날 수는 없다.

이미 주민투표를 요구했고 또한 그것이 현재로서는 현실 가능한 최선의 방법임을 인정한 상태이다. 더구나 합법적인 투표인만큼 가능한 한 빨리 실시하여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주민투표 실시 시기를 확정짓지 않고 미룰 경우 독자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관심을 사고 있는 사항인만큼 정부 측이 참여하는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투표 분위기가 무르익은 구랍 16일 노무현 대통령은 “주민투표는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이 가급적 동시에 치를 수 있도록 연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노 대통령은 향후 일처리에 있어서 “정부가 직접 협상 대상자가 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만큼 찬반 양측이 협상의 당사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으며 실시 시기와 관련해서는 “정치적 이유로 총선 전에 투표를 끝내야 한다는 요구가 있으나, 이는 고려의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아주 중요한 사항이 내재돼 있다.

유치 희망 지역이 함께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부안 이외의 지역에서 신청을 받은 후에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렇게 해석할 경우 총선 전에 투표할 필요가 없다는, 다시 말해 주민투표는 ‘천천히’ 해도 된다는 발언과 맥이 통한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부안 한 곳만을 놓고 주민 투표에 들어갈 경우 정부가 찬성을 얻어낼 공산이 적고, (두세 지역이 함께 투표에 들어갈 경우 지역개발금을 얻고자 하여 찬성 쪽이 설득력이 높아진다) 투표에 의해 부결될 경우 정부가 받는 타격이 너무 크며, (향후 원전센터 관련 투표에서 정부는 계속 패배할 수도 있다.

또한 부안만의 선거일 경우 환경단체들의 결집된 힘에 의해 승리하기 어렵다는 (환경단체의 활약에 관한 부담은 노무현 대통령이 전북지역 언론인들과의 대화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점이 고려되고 있다.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주민들끼리 의견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위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방식이다.

이런 발언에 힘을 입었는지 방폐장 유치에 찬성하는 ‘범부안군 국책사업유치추진연맹’이 구랍 19일 출범했다. ‘범부안군 국책사업유치추진연맹’은 부안경제발전협의회(부경협)와 부안사랑나눔회, 부안군자유총연맹 등 8개 단체가 함께 한 통합단체이며 이들은 원전센터를 위도에 세우기 위해서 조직적인 홍보활동에 나서기로 천명했다.‘범부안군 국책사업유치추진연맹’는 이사회와 사무처 산하에 정책개발분과, 사업추진분과 등등 6개 분과위로 구성돼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전개 속에서 원전센터 문제는 해를 넘겼다.

2004년에 원전센터 문제는 어떤 궤적을 그을 것인가? 이는 간단히 요약해서 찬성이냐, 반대냐의 문제이다. 현재의 분위기를 보면 찬성보다는 반대가 더 많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원전센터 문제로 부안이 민란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평가되던 지난해 11월 24일 중앙의 한 일간지가 자체 조사원을 동원해 부안주민들을 대상으로 하여 주민 투표를 실시할 경우 찬반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일간지 측에서는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집회 장소는 피했으며 취재팀이 부안읍 상설시장과 터미널, 부안성모병원 인근 등지에서 직접 설문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의견을 개진하는 상황에서의 투표라는 것이다.

이 결과 88%가 반대를 하겠다고 대답했다는 조사가 일간지에 실렸다.

물론 이런 결과는 부안이 반대 시위가 극도로 심할 때 행해진 것이라서 조사의 객관성에도 불구하고 부안 주민들의 마음이 과연 주위의 분위기에서 자유로웠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정부의 입장대로 총선 전이라는 시간 제약이 아니라 그 후까지 ‘넉넉하게’ 일정을 잡아서 찬반 양측의 입장 개진이 이뤄진 후에 선거가 이뤄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투표 결과에 따라 원전센터의 시나리오는 부안건립이냐, 타 후보지 찾기냐로 줄거리가 나누어질 것이다. 그 이후의 시나리오를 지금 현재로서는 유추해 내기 힘들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투표의 결과에 관계없이 존재하고 있는 주민들의 반감이다.

구랍 17일 ‘한·미 재생가능에너지정책 국제세미나’참석한 존 번 델라웨어대학교 교수는 방사성폐기물처리장과 관련해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 상황에 관해“미국도 네바다주 유카산에 핵폐기장을 지으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12년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이 1978년 이후 핵발전소를 짓지 못한 것은 핵폐기물 처리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시사받을 수 있다. 핵폐기물(그것을 원전수거물이라는 모호한 말로 변형한다고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에 관한 주민들의 저항은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은 2003년 부안에서 입증된 바 있다. 주민들은 (그 숫자가 얼마이든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원자력발전과 그 부산물인 핵폐기물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찬성이냐 반대냐의 결과보다 더 중요한 점은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발전 체계가 근본적으로 도전 받고 있는 분위기의 변화이다. 2004년도 원전센터 시나리오의 기저를 흐르는 것은 ‘주민들의 저항’일 게 분명하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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