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경이로움! & 야누스의 땅
대자연의 경이로움! & 야누스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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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1.1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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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개미의 행렬을 본적이 있다. 길가의 풀 섬에서 시작된 행렬은 길을 가로질러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진다.

반대편 아름드리나무 아래까지 띠를 둘러 놓은 듯 긴 행렬이 이어져있다. 쌀 한 톨 크기도 안되는 개미 한 마리가 자신의 몸집보다도 훨씬 커보이는 짐을 힘겹게 끌고 있었다.

아이의 손이 덥석 개미를 집어 들었고 개미는 짐과 함께 개미대열의 맨 뒤로 옮겨졌다. 개미는 영문도 모른 채 다시 무거운 짐을 끌고 집으로 가야하는 수고를 해야했다.

이때 또다시 무슨 날벼락인가? 개미들의 머리위로 뜨거운 소낙비가 쏟아져 내렸다.

질서정연한 행렬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몇몇은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심술궂은 요정이 요술방망이를 휘둘렀던 것일까? 아니다. 뜨거운 비는 아이(어릴적 본기자)로부터 발사된 오줌이였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은 개미와 같다. 작년 여름에 보았듯이 불어 닥친 태풍매미, 지진,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를 겪고 나면 특히 그렇다.

자연 앞에서는 세속의 귄력이나 부와 명예는 무용지물이 되고 학력이나 높고 낮음의 차별도 사라진다. 오직 자연과 일대일로 대면할 뿐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자연에 대항에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쏟아지는 뜨거운 비를 천재지변의 기적처럼 받아들여야 했을 개미들처럼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은 하나의 개미에 불과하다.

본기자가 특집취재차 일본남쪽지방 규슈의 중심에 위치한 구마모토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도 그랬다. 자연풍광의 위력에 그저 감탄 그 자체였다. 장미에 돋아난 가시처럼 지표가 품고 있는 뜨거운 열기는 긴장감마저 주고 있었다.

화산활동이 아직도 활발한 ‘아소산’은 모락모락 화산연기를 내뿜으며 금방이라도 폭발해 터져 나와 화산재를 흩날리고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릴 것 같았다. ‘화구가 튕겨낸 돌에 머리를 부딪히면?’하는 자연의 위대한 경외감들이 교차되어 지나간다.

천하의 아름다운 자연이 꾸며낸 진주 ‘규슈’. 신년특집취재계획을 구마모토로 정했을 때, 몇십년 전 한번 가보고 아름다움에 매료 됐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구마모토에 갔을 때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도무지 알 수 가 없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시골마을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고작이었다.

본기자가 두 번째 찾아가는 구미모토! 한국과는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이지만 일본의 변방인 혹까이도, 나가사끼, 오사까, 쓰시마, 후꼬오까와 시모노새끼 등을 가보았을땐 반나절도 안돼는 짧은 시간들을 나누어 머물렀던 기억이 본기자의 일천한 일본여행이었던 경험이고 보니 도쿄나 교또 같은 대도시가 아닌 구마모토라는 이름이 어느 작은 시골마을을 연상케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일본 귀족들이 살았던 성채 등이 있고 다채로운 볼거리와 먹거리는 구마모토를 매혹적인 곳으로 느껴지게 한다.

연기를 내품는 위풍당당한 아소산과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이루는 해안풍경이 아름다운 ‘아마쿠산’ 일본제일로 평가받고 있는 구로가와 온천과 곳곳에 들어선 골프장은 구마모토가 이제는 어느 시골마을 풍경이 아니라 휴양지와 관광지를 겸해 발전하고 있었다.

미야자키현의 세계 최대, 전천후 실내 수상공원인 ‘오션돔’ 이나 오사카의 유니버션스튜디오, 나가사키현의 ‘하우스텐보스’ 등이 일본인 특유의 인공미로 즐거움을 주고 있는 반면 구마모토는 천해의 자연만으로도 충분히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아시아나 항공이 최근 직항편을 마련한 것도 구마모토의 깨끗한 자연경관과 온천, 골프장, 등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2월의 구마모토는 달갑지 않은 차가운 기온으로 몸을 움츠리게 한다.

아직도 산과 들에는 누런 금빛을 띠며 유혹하지만 아소산지역의 한번 달아오른 열기는 하룻밤이 자나도 식지 않았다.

아소산봉오리들 뒤로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아소산 길가에는 말들이 뛰어놀고 소들이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차량을 잠시 멈추고 소들이 누렇게 빛바랜 초원을 거닐며 한참동안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스자카 쇠고기와 함께 입안에서 살살 녹는 일본최고의 육질을 자랑하는 히고 쇠고기와 구마모토대표 요리인 ‘바사시‘(말고기회) 는 바로 이곳 아소메서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도로에 소들이 나오면 소들이 지나갈 때까지 차가 기다려야한다. 소들에게 조그만한 스트레스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아소지역은 세계최대의 칼데라로, 다카다케 나카다케, 에보시다케, 가시마다케 등 아소5악(아소고가쿠)을 배경으로 주변에 6개 마을이 들어서 있다.

이곳 10여명의 주민들은 60만년 전에 시작해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 중인 아소산이 위험하지만 고마운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아소산의 낮은 지대에는 관목들이 우거져 있으며 위로 오를수록 키가 작은 관목들은 사라지고 초원지대가 펄쳐진다. 활화산의 뜨거운 열기와 유황성이 나무의 식생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소산을 조망해보면 마치 잘 다듬어진 동자승의 머리같기도 하고 여인의 매끄러운 살결같기도 하다. 아소산 정상으로 가는 길 오른편으로 누렇게 변한 초원잔디는 처녀의 봉긋한 젖무덤을 빚어 놓은 것 같은 고메츠카가 보인다. 아소산의 신이 쌀을 빻아 만들었다는 전설만큼이나 신비스러움을 주는 곳이다.

‘고베츠카’의 분화구에는 직종 100m의 함몰구가 옛 분화구의 흔적이 있다.

걷히지 않는 오전 안개 탓에 사진도 찍을 수 없을 정도이다.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지 않아서인지 더욱 신비스럽기만 하다.

낭만적으로 보이던 ‘나카다케’의 화구주변으로 다가갈수록 연기가 커지며 실체를 드러냈다. 풀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화산재로 뒤엎인 불모의 땅인 유황성분을 머금은 산은 노란색, 갈색, 검정색이 뒤섞이며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구옆으로 바짝 다가서서 안전밭뚝에 기대고 시선을 한참 아래로 향하자 자욱하게 피어오른 유황증기 속으로 뽀얀 푸른 연기가 내려다보인다. 붉게 타오르는 용암을 상상했던 탓에 화구의 모습이 조금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지구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분화구는 경이로웠다.

분화구에서 유황증기를 내뿜을 때는 분화구 주위로 접근이 금지되어 있지만 다행이 이날은 유황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오래 들여다 보고 있으니 깍아지는 절벽과 화구의 푸른 연기가 현기증을 자아낸다.

대자연을 만든 하느님께 대한 경의감을 느끼면서 새해에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와 한국전기산업신문 모든 독자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한 축복이 함께 하길 바라면서…

일본 구마모토에서




윤호철 기자 yaho@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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