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근무,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주 5일 근무,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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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1.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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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방이 아닌 모두라는 생각으로 풀어가야…
▲ 우 창수 노무법인 해인 공인노무사

주40시간 근로(일명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한 법이 통과된 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노사정 합의로 근로시간 단축을 합의한 지 5년6개월 동안 힘든 과정을 겪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법이 개정되고 난 이후에도 과정속에서 해결되지 못했던 미완의 숙제들이 더욱 산적해 가고 있으며, 이는 직접적으로 노사정의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한 지침을 통해 더욱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로간의 지침을 비교해 볼 때 과연 주5일 근무제가 제대로 정착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강한 의문을 제기하게 되고, 어떠한 해법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시간을 앞서보기로 한다.

첫째, 역지사지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노사 모두 각자의 절박한 상황은 각각의 사인을 담고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 휴가 등의 축소에 따른 임금축소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동 강도 강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고민, 증가하는 비정규직의 비율, 열악해져만 가는 사업장 근무 환경, 정리해고의 단행, 사용자의 가압류 조치, 실업률의 증가, 정년 보장의 어려움 등등 비단 주5일 근무제의 문제는 아니더라도 이러 저러한 생존과 결부된 절박한 상황에 맞서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강력한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는 어떨까. 세계가 걱정하는 경직된 노사관계, 이로 인한 투자의 망설임, 중국과의 경쟁력에서 밀리는 부분, 높아져만 가는 인건비 부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비용 상승, 절박한 경기 상황 등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 사용자 또한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이 먼저일까? 그 먼저를 결정하기 이전 한 발짝씩 떨어져 넓게 볼 수 있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보기 바란다.

둘째, 냉철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현실 인식이 비단 누구에게 유리, 불리를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 그 속에서 노동자와 사용자가 몸담고 있는 기업의 현실, 그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주5일 근무제 도입뿐만 아니라 여타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열쇠다.

당장 올 7월1일부터 10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는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게 되는데 언제까지 현실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 하는 것은 더더욱 문제를 어렵게 하는 것이다.

셋째, 믿을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한 번 생기면 오래가는 것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특성이다.

그러나 믿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한 항상 무언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다른 부분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 즉, 믿을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의 경우 처음 얘기기 나온 지 6년이 다되어 가고 있지만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넷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노사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지침을 내려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고민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누가 먼저 이러한 지침과 다른 합의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례로 민주노총은 “ 주40시간은 개정법대로, 연월차휴가는 기존 단체협약대로 적용해야 하고 굳이 단체협약을 개정하지 않아도 된다” 는 지침을 내려보낸 반면, 경총은 “개정법대로 단체협약을 개정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임금보전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내려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 속에서 손을 놓고 있을 경우 그 결과는 어느 누구 한쪽이 아닌 노사 모두에게 득이 아닌 실을 가져다 줄 것이다.

다섯째, 가장 중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중요한 것, 그것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을 선택하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만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모든 것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늘어나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단편적으로 몇 명을 해고시키고, 얼마나 일을 집중적으로 시킬 것인가를 걱정하기보다, 노동자가 줄어든 휴가일수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기존의 것을 바꾸는데 끝까지 거부하기보다, 먼저 자신의 주장이 장기적으로 얼마만큼 중요한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근로자 몇 명 줄이고, 일의 강도를 높인다고 하여 나아질 것인지, 기존의 조건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월급을 얼마나 더 받는 것이 더 나은 것인지 바로 앞만 볼 것이 아니라 1년, 5년 그 이후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요즘 정년이 의미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하나의 기업은 노동자, 사용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그 균형을 상실하게 된다면 그 기업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결국 정년은 누가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장해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노사간의 불신이 생기고 이로 인해 갈등을 빚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투명하지 못하고 어둠속에서 남모르게 진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주5일 근무제의 경우 서로간의 생존의 문제가 걸린 만큼 문제에 대해 그 원인과 서로간의 제안을 공개해야 한다.

기업이 추가적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부분이 얼마 만큼인지,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는 지 등의 내용 공개를 통해 상호 이해를 해야 한다.
이는 단지 산술적인 계산의 부분이 아니라 내재되어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에 대한 분석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제3의 기관을 통해 검증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어느 일방이 피해·불이익을 당한다는 느낌을 없애지 못한다면 주5일 근무제 도입이라는 게임에서 한 기업의 노사 모두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주5일 근무제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어느 일방에게 만족스러운 내용이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장된 표현일 수 있으나 개개 노동자에게는 삶의 문제이고, 사용자에게 있어서는 기업의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그렇다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니, 노력으로 끝나서는 안되며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결 방법은 아주 작지만 처음 출발에 있어서 상호 어떤 이해를 가지고 출발하느냐에 달려 있다.

쉽지만은 않다. 강요가 아닌 이해를 통해 시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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