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Vs 전기공사업체
파트너로서의 관계 정립 위한 진지한 모색 필요
한국전력 Vs 전기공사업체
파트너로서의 관계 정립 위한 진지한 모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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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1.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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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지시 감독 필요성 내세우며 군림하는 자세 견지

공사업계, 미운털 박혀서는 일할 수 없다는 현실론 부담




한국전력과 전기공사업체, 이 두 분야는 전력산업계의 핵심이다.

한수원과 발전소들이 한국전력에 소속돼 있었으며 이 분야의 건설업체들 역시나 공사업체의 범주에 드는 것임을 고려할 때 ‘한국전력과 전기공사업체가 곧 전력산업’이라고 정의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이렇게까지 확대해석할 필요없이 말 그대로 한국전력과 전기공사업체(여기에서도 단가업체)만 놓고 보더라도 이 두 분야는 한국전기산업계의 중심축에 해당한다.

한국전력과 전기공사업체의 관계를 두고 많은 이들이 애증(愛憎)이라고 표현한다. 신파조의 표현을 써서 ‘한국전력과 전기공사업체 사이에는 애증의 강이 흐른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 속담으로 하자면 ‘미운정 고운정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둘 사이는 어떤 관계였으며 향후 무엇이 필요한가? 한국 전기산업 분야의 발전, 그리고 전력문화의 정립을 위해 절대 필요한 명제이다.




“전기공사업체는 제2의 한전이 돼야”

- 한국전력



한국전력과 전기공사업체가 어떤 관계가 돼야 하는지에 관해서 질문을 받으면 한국전력 직원들이 가장 많이 거론하는 구절은 바로 ‘전기공사업체는 제2의 한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제2의 한전이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를 담고 있지만 대략적인 의미는 한전의 일에 있어서 업무지시 내용대로 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업무처리를 위해서 한전이 요구하는 것은 규모이다. 규모에는 장비와 인력이 포함된다.

“12월 하순에 한전은 단가공사에서 낙찰된 공사업체를 상대로 실사를 벌입니다. 우리 지점 관내는 네 개 업체가 실사를 받는데 한 업체는 연기를 요청했습니다.

낙찰 서류까지는 하자 없이 만들었지만 실제 일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인력은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소규모이고 부실한 업체에게 내년도 일을 맡기려 드니 걱정입니다. 공사업체는 제2의 한전이 돼야 하는데 아직도 그게 정착되려면 멀었어요”

2004년도 단가업체 실사가 진행중인 구랍 23일 한 지점장은 장비와 인력을 한전의 요구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업체를 두고 그렇게 말했다.

한전과 전기공사업체의 공식적인 관계는 ‘배전공사 협력업체 업무처리지침’에 근거한 단가공사 계약에 의한다.

여기에는 장비와 인력이 세세하게 규정돼 있음은 물론이다.

“2004년도부터는 장비를 빌릴 수 있다는 규정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래서야 언제 전기공사업체가 제2의 한전이 됩니까?”

그 지점장은 ‘2004년도 배전공사 협력업체 업무처리지침’에서 필수 장비까기 임대해서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대 가능한 장비의 경우, 필수장비에는 고가크레인, 활선작업차, 바이패스케이블차, 이동용 변압기차 등이 포함된다.)

전기공사업체가 제2의 한전으로서의 규모와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전으로서는 ‘지시와 감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전의 지시와 감독은 현재 윤리경영이라는 단어로 수렴돼 있다.

한전은 강동석 사장이 지난해 4월 29일 “부패 방지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내년에도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사장직을 사임할 각오이다"라고 말한 이후 청렴도 제고를 회사의 제1 목표로 내세웠으며 한전 부패 원천으로 지목돼 온 공사관련 금품수수와 관련해 한전은 '청렴계약 이행각서'와 '청렴계약 특수조건'을 내용으로 한 각서 작성을 공사업체에게 요구해 왔다.

청렴계약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곳은 공사업체들이므로 그들에게서 각서를 받아 둔다는 것인데 ‘청렴계약 이행 각서’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돼 있다.

“입찰, 계약체결 및 계약 이행과 관련하여 관계 직원에게 금품 향응 등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는 계약체결 이전의 경우에는 낙찰자 결정 취소, 계약 이행 전에는 계약 취소, 계약 이행 이후에는 당해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 해지하여도 감수하겠으며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한전은 공사업체를 부패의 원인제공자로 지목하는 듯한 인상이다.

한전에서는 공사업체에 관해 ‘지시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제2의 한전이란 단순히 규모에서만이 한전을 만족시키는 업체가 아니라 한전의 충실한 하부기관이어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한전이 상전으로 군림하는 행태 여전”

- 전기공사업체



전기공사업체는 한전에서 일을 도급받아 처리한다. 단가공사업체인 것이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배전공사 협력업체 업무처리지침’을 보면 명확해진다.

‘2004년도 배전공사 협력업체 업무처리지침’은 그 목적을 놓고 “배전공사의 적기시공과 고장 발생시 신속한 복구체제를 확립하고 협력업체의 책임의식을 고취함으로써 공사 시공품질 향상을 통한 배전설비의 건설 및 유지관리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목적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적기 시공, 신속한 복구, 사후 책임이다. 한전 공사에 필요한 모든 사항이 망라돼 있다.

이런 모든 사항을 전기공사업체가 처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전이 지시대로 일하고 감독받는 것이다.

목적에 이어지는 “재해 등 돌발고장에 대한 긴급복구가 필요한 공사에 대해서는 상기 추정가격에 관계없이 선 시공지시 할 수 있다”는 규정이야말로 한전의 권한이 어떤지를 웅변해 준다.

‘2004년도 배전공사 협력업체 업무처리지침’에는 “재해 등 돌발고장에 대한 긴급복구가 필요한 공사에 대해서는 추정가격에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시공지시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는 긴급상황에서 신속한 복구를 위한 것이지만 이런 대목에서 전기공사업체는 ‘상전으로서의 한전의 모습’을 읽는다.

공사업체에게 한전은 여전히 군림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지만 한전의 군림에 관해 느끼는 공사업체들의 체감 온도는 제2의 한전이나 전기산업분야의 동반자 아닌 무서운 상부 기관인 것이다.

이와 같은 군림과 복종의 관계에서, 다시 말해서 약자인 공사업체로서는 청렴을 지키기도 어렵다. 상부기관을 대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한전은 공사업체에게 청렴하겠다는 각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각서를 두고 공사업체의 어떤 대표이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병원에서 수술을 앞두고 환자에게 수술동의서를 받는다. 수술동의서를 읽어 보면 의사가 책임지겠다는 말은 없는데 청렴이행 각서에서 한전도 그렇다. 모든 일은 공사업체가 하고 책임도 공사업체가 져야 한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전기공사업체가 가입해 있는 공사협회나 전력인들이 회원인 전력인협회에서 한전을 상대로 하여 상황의 변화를 추진하지는 않고 있다. 한전에게 미운털이 박혀서는 전기공사업을 할 수 없다는 자가 진단 때문이다.

파트너로서의 관계 정립 모색 서둘러야


한전과 전기공사업체가 매일 만나는 곳은 한전 지점의 배전부이다. 이곳에서 한전으로 파견된 공사업체 직원은 ‘준한전직원’으로서 공사의 설계부터 담당한다.

이런 설계에 의해 한전 배전부는 작업지시서를 내리고 이에 따라 단가업체는 공사를 실시한다. 공사업체는 공사비를 청구하고 한전 총무부에서 이를 지급하면 공사는 마무리된다.

하루도 빠짐없이 한전 임직원과 공사업체 직원이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한전 지점의 배전부장들은 한전과 공사업체의 사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실제로 한전지점 배전부장들에게 물어보면 대개는 이렇게 대답한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입니다”
멀지 않다는 것은 공사를 하는데 있어서 둘이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가깝지 않다는 것은 업무 이외의 ‘오해를 살 만한 거래’가 없다는 걸 내세우는 말이다.

매일 만나는 한전 직원과 공사업체직원이 이렇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면 이는 사실 문제이다. 둘 사이는 아주 가까워야 되는 것이다.

구랍 12일 한 사회단체는 한전 직원에게 상을 주었는데 수상 이유 중의 하나는 ‘한전 직원과 전기공사업체 직원들이 함께 어울리는 문화마당을 개최해온 공로’였다.

이런 상이 한전이나 공사업체에도 존재해야 한다. 물론 공사협회에서는 총회 때 한전의 고위층에게 공로상이나 특별상을 수여하기는 한다. 이런 상은 한전 고위층의 대접이지 한전과 공사협회 사이의 문화 정립에 기여한 공로로 주어지는 상은 아니다.

한전과 전기공사업체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부재한 것이다. 공유 문화의 부재는 둘 사이의 관계 정립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20여 년이 된 한전과 단가공사업체와의 관계에서, 한전은 언제까지 ‘지시 감독’만을, 공사업체는 ‘하청업체로서 어쩔 수 없는 몸사리기’만 거듭해야 할 것인가?

둘 사이의 관계 모색을 위한 진지한 방안은 검토되지 않고 있다. 그 흔해빠진 세미나나 워크샵이 20여 년 동안 한번도 없었다.

올해에는 둘 사이의 관계정립을 위한 진지한 모색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전기산업계의 내실화 나아가 한국 경제의 건강을 위해서 필요하다.




정법종 기자 power@epow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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