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설의 의미 되새겨야
‘함께 하는’ 설의 의미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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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1.1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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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 하나

초등학교 입학전, 설을 앞둔 어느 날로 기억한다. 오전부터 친구들과 뛰어놀다 들어와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방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평소 북적대던 하숙생들도 없었고 당연히 있어야 할 부모님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대범해야지' 하면서도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무서운 마음에 눈물을 훔치며 집밖으로 나가 부모님을 찾았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배회하기를 얼마나 했을까.

저쪽에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부모님과 하숙생들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 어머님께 안겼다. 옆을 보니 아버님과 하숙생들은 가래떡을 담은 그릇을 들고 서 계셨다. 설을 준비하기 위해 함께 방앗간에 다녀오시는 길이었던 것이다.

당시 하숙생들 가운데는 여러 사정으로 고향에 가지 못해 그냥 우리 집에 있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럴 때면 우리는 서로 가족처럼 나름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 풍경 둘

작년 설, 터미널에는 고향에 내려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전 직장은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연휴 하루 전에 쉬고 마지막날 출근하는 방침이었기에 고속도로가 주차장이라는 말의 의미를 잘 몰랐었는데, 제대로 걸린 것이다.

간신히 임시차를 구해 차에 올랐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못된 것을 느껴야 했다. 차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 것이다.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한숨 자두는 것이라는 생각에 간신히 눈을 붙였다. 2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눈이 뜨였다. 하지만 창밖은 일반 고속도로의 풍경이 아니었다. 설마 하는 마음과 강한 부정이 교차했다.

그러다 1시간쯤 지나자 톨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톨게이트를 벗어나는데만 3시간 넘게 걸린 것이다. 당시 고향에 도착하기까지는 10시간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이후에는

우리는 아직 ‘나’라는 말보다 ‘우리’라는 말에 더 익숙하다. 기자는 ‘우리’라는 말속에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이 녹아있음을 발견한다. 또 ‘우리’라는 말속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 숨어있다고 해석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국가다. 명절이면 전국의 고속도로와 국도를 가득 메운 차들. 거기에서 불필요하게 소요되는 시간과 자원… 한번만 뒤로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낭비를 줄이고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명절에 고향에 찾아가는 것은 ‘함께’ 하기 위해서 임을 다시 새겨봤으면 한다.


/ 송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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