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풀어보는 주5일 근무제
김상무와 노조 위원장
소설로 풀어보는 주5일 근무제
김상무와 노조 위원장
  • 에너지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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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1.19 0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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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주형 공인노무사
HR Firm HaeRin Senior Consultant
노무법인 해인 이사

2003년9월15일 공포된 근로시간단축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은 기업의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 그 성패를 가름하게 될 중대 이슈라는 점을 부인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이제 반년 남짓인 2004년 7월부터는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 사업장의 인사제도가 주5일근무제를 소화해 내야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라는 물음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이야기는 내년 많은 기업에서 있음직한 Non-sense의 상황을 재구성해 본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막연한 걱정으로 한 쪽에 밀어두었던 주5일제 이슈가 다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장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첫 기고를 시작하고자 한다.




인사담당 김상무가 사장의 급한 호출을 받은 것은 2004년 나른한 봄날 월요일 아침의 인사/총무부문 회의가 막 끝나자 마자였다.

월요일 아침부터 무슨 일일까? 괜히 신경이 쓰이는 김상무는 사장실 여비서에게 사장님의 오전일정을 확인하는 전화를 먼저 넣었다.

"사장님이요, 오늘 아침 상공회의소에서 조찬간담회에 참석하신 후 지금 막 들어오셨는데요."
"조찬간담회라...... 또 무슨 유언비어를 들으셨나보군?" 김상무는 이런저런 회사의 경영수치를 확인하고 사장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상한 우연인지 다음 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노동조합 황위원장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황위원장, 거참 오랜만이야. 그러고 보니 올해 교섭도 슬슬 준비해야 겠네. 올해도 쓸데없는 힘 빼지 말고 쉽게 쉽게 하자고......"

김상무의 말에 황위원장은 씨익 웃으며 "그럼요. 올해는 임금교섭만 할 건데 뭐, 별거 있겠어요."라는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어, 임금교섭만이라니......" 말을 마무리 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그럼......"하고 황위원장이 휘익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거참, 항상 교섭시즌이면 목에 힘이 꽉 들어가던 위원장이 이게 왠 조화지?"라고 잠깐 생각을 하다보니 엘리베이터는 맨 꼭대기층 임원실에 다다랐다.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어, 김상무 내가 하도 기괴한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야. 우리 지금 연월차를 써서 주5일제 하고 있잖아. 그런데 올해 7월이 되면 그 연월차를 돈으로 보상해야 된다던데......"

"아닙니다. 사실 개념상 월차휴가가 없어지고 토요일 근무시간이 4시간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는 연차휴가부분만 보상하면 되고, 그것도 내년부터는 사용을 강제할 경우 굳이 돈으로 보상할 필요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지, 지난번에 자네가 그렇게 보고 했잖아. 그런데 오늘 상공회의소에서 조찬간담회에서 누가 그러던데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의 월차휴가를 폐지해 주지 않으면 월차휴가가 그대로 존속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서 말이야."

"뭐, 그런 의견도 있긴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올해 임단협에 그런 문제를 모두 해결하려고 이미 계획하고 있습니다."

"하긴 김상무가 어련히 잘 하겠어. 그래 올해는 임금인상을 얼마나 요구할 것 같아...... 한번 황위원장 만나봐야 하지 않겠어......"

사무실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김상무는 이마에 촘촘히 맺혀진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훔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임금인상 재원을 충분히 부른 거야. 그럼, 지난번에 황위원장이 올해는 8%면 두말 않고 OK라고 했잖아. 적어도 10%는 감수해야 한다고 사장에게 반 승락은 얻었으니 8%는 임금인상으로 해주고 월차를 없애는 조건으로 한 2~3% 더 올려준다면 뭐, 이번 교섭은 다 된거나 마찬가지네.'

자신감이 생긴 김상무는 노무팀 양부장을 불러서 황위원장과 저녁식사나 한번 해야겠다고 약속을 잡으라고 이야기를 했다.

벌써 해가 뉘엇뉘엇하는 퇴근시간이다.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한 김상무는 최고급 메뉴로 먼저 주문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김상무님." 굵직한 목소리의 황위원장이 저쪽에서 손을 휘저으며 들어왔다.
"어, 오랜만은.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에서도 봤잖아?"

"하긴, 그렇네요.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이렇게 좋은 음식점까지 저를 불러주십니까?"
"사실 요즘 내가 이런저런 회사일로 바빴네 그려. 좀 격조하기도 하고 해서 한번 시간을 냈어. 그리고 이제 슬슬 교섭준비도 해야잖아?"

"그렇네요. 시간도 참...... 올해 연말이면 집행부 선거도 있고 하니 이번에는 좀 밀어주셔야 합니다. 작년에는 저희가 좀 수월하게 해 드린 거 인정하시죠?"

"그럼, 그래서 말인데 황위원장, 지난번에 임금인상율 8%선에서 이야기 한거 지금도 유효한거지?"

"사실 동종업계 동향을 보아야겠지만 임금인상률은 그 정도 언저리 되지 않겠어요. 물론 저희야 많을수록 좋지만......"

"그래, 내가 한번 사장님께 이야기해서 8%는 꼭 설득하도록 함세. 참, 그리고 7월부터 시작되는 주5일제도 시행과 관련된 생리휴가, 월차휴가 문제도 이번에 한꺼번에 해결해야지. 사실 우리야 이미 주5일근무는 시행하고 있으니까 특별히 바꿀 것도 없는 것이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연월차휴가제도는 폐지하고 새로 제정된 연차휴가를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면 되는 거지?"

김상무가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에 황위원장의 안색이 굳어졌다.

"김상무님, 노총 임단협 지침 아직 못 봤습니까? 저희는 단협의 월차휴가는 손 못대요. 아니 근본적으로 올해는 특별히 단체교섭을 요구할 계획이 없어요."

"아니, 황위원장 그게 무슨 소리야? 개정법은 반영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야?"

"뭐, 그렇게 깊이 생각은 안 해봤는데. 이미 주5일근무는 시행하고 있으니까, 그냥 지금까지 토요휴가로 소진되었던 연월차만 별도로 보상해 주시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참, 이거 완전히 똥배짱이구먼, 그래 알았어 그럼 폐지되는 월차휴가만큼 더 보상해 주면되겠네. 그거 임금인상률로 계산해서 한 2~3% 정도 추가로 인상하면 되는 건가?"

"아니 그게 아니라, 단협에 들어있는 월차휴가 자체를 손댈 수가 없다니까요. 그건 임금인상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에요. 두개가 바터가 될 사항이 아니라니까요. 참, 김상무님도 저 이 바닥에서 매장 당하는 거 보시려고 그러는 겁니까?" 황위원장은 이런 이야기가 부담스럽다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혼자서 덩그러니 소주잔을 바라보는 김상무는 눈앞이 깜깜했다.

'내일 아침 이 이야기를 사장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오늘 밤은 왠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김상무는 혼자서 쓴 소주를 한병이나 비워 버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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