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3) 주5일 근무제에 관하여...
오는 7월 강제적용 노사관계의 최대 갈등요소
기획연재(3) 주5일 근무제에 관하여...
오는 7월 강제적용 노사관계의 최대 갈등요소
  • 에너지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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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2.09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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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회에 걸쳐 우리는 주5일근무제라는 매력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으로 대중적 관심몰이를 통해 입법화된 근로시간단축에 대해 노사 양측의 동상이몽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2004.7월로 강제적용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이러한 동상이몽은 단순히 우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올해 노사관계의 최대 갈등요소가 될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이번호에는 지난 연재에 이어 과연 2004년 노사관계에서 대다수 기업이 직면할 수 밖에 없는 문제를 있음직한 상황으로 재구성해 보기로 한다.




이른 아침 김 상무는 찌뿌등 기지개를 켰다.

‘어제 자작한 술이 과했나 보다.’라는 생각과 함께 어제 저녁 황위원장과의 대화가 주마등처럼 김상무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올해는 단협은 하지 않으시겠다. 결국 월차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든 교환할 수 없다는 완곡한 이야기군.”

김 상무는 아침에 사장에게 보고할 생각을 하면서 어제의 노동조합 황 위원장과의 대화를 정리해 보았다.

① 황 위원장 : 임금교섭은 8% 정도면 합의할 의사가 있다.(단, 동종업종의 임금교섭 참고)

② 김 상무 : 임금교섭은 최대한 수용하겠다. 단, 바뀐 법을 반영하는 방안으로 이미 주5일근무는 시행하고 있으니까 특별히 바꿀 것도 없는 것이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연월차휴가제도는 폐지하고 새로 제정된 연차휴가를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③ 황 위원장 : 올해는 특별히 단협을 요구할 생각이 없으며, 법이 바뀐 사항에 대해서는 이미 주5일근무는 시행하고 있으니까, 그냥 지금까지 토요휴가로 소진되었던 연월차만 별도로 보상해 주는 방식으로 정리하면 될 뿐이다.

④ 김 상무 : 그럼 폐지되는 월차휴가만큼 더 보상해 주는 것으로 하고 그것을 임금인상율로 계산해서 한 2~3% 정도 추가 인상하도록 하겠다.

⑤ 황 위원장 : 단협에 들어있는 월차휴가 자체를 손댈 수가 없다. 그건 그건 임금인상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두가지 사안이 바터가 될 사항이 아니다.

⑥ 교섭결렬......

이건 뭐가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되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어제 오후만 하더라도 노동조합의 8%인상 수용안을 감지하고 사장에게 조합이 보전을 요구할 월차감소분까지 감안해 넉넉하게 10% 마지노선을 받아 놓는 재주를 부린 김상무는 하루밤 사이에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김 상무가 누구인가? 이 험하기로 둘째라면 서러운 인사바닥에서 상무까지 올라간 사람 아닌가? 김 상무는 바로 이번 일이 얼렁뚱땅 사장을 속이면서 넘어갈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직감적으로 파악했다.

그날 오전 임원실이 있는 22층은 사장의 찌렁찌렁한 목소리가 넘쳤다. 일단 사장은 김 상무의 보고를 듣고 책상 위에 있는 두툼한 보고서를 바로 김 상무에게 던졌다. 서류뭉치가 마치 연처럼 펄럭펄럭 날렸다.

그다음 사장은 황위원장에게 육두문자를 썼고, 그 다음에는 대한민국의 노사문제를 원색적으로 개탄하다가 결국 현재 문제가 모두 무책임한 정부의 탓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마지막으로 다시 김 상무에게 “어쨌든 당신이 책임지고 해결하시오”라는 짧은 말로 긴 고문을 끝냈다.

사무실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김 상무는 이마에 촘촘히 맺혀진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훔쳤다.

‘그래도 그 자리에서 짤리지는 않았잖아?’ 평소 성질이라면 한 성질하는 사장을 잘 아는 김상무로서는 사장이 그만한 정도에서 면죄부를 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래, 사장은 이미 이런 사태를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도 몰라. 그럼 어제 일은 오히려 나를 시험에 들게 한 건가? 하여튼 이번에 주5일제 단체교섭에 대해서는 내 생각이 순진했어. 분명히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Information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었는데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인지한 결과야.’

김 상무는 바로 양 부장을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인사/총무부문에서 노동조합업무를 담당하던 이 대리와 함께 현사태를 파악해서 오후까지 자기 방으로 오라는 미팅을 소집했다.

대책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은 생각보다 끔찍이 많았다. 사실 그만큼 많은 Information이 숨겨져 왔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김 상무는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지금과 같은 사태는 이미 2004년 1월 노동부에서 지침을 내 놓으면서부터 예견되기 시작한 일이었던 것이다.

노동부는 주5일근무제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시행지침에서 다음과 같이 개정근로기준법과 기존의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 간의 효력을 규정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한 법으로 노사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을 통해 이보다 상위의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고 법이 개정되었다는 이유로 개정법과 다른 종전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내용이 자동적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종전의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이 변경되지 않는 경우 개정법 보다 상위의 근로조건을 정한 부분은 그 효력이 그대로 인정되고 개정법 보다 하위의 근로조건을 정한 부분은 무효가 된다.

그리고 그 내용은 노동조합 업무를 담당하는 이 대리가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간략하게 나마 이미 보고를 했던 사항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일이 이 지경까지 왔을까?

결론은 “설마 그런 극단적인 일이야 죽자살자 싸움질만 하는 노사관계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지 우리 회사와 노동조합에서 그런 일이......”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이 대리가 비공식적으로 파악한 노동조합 집행부 간부들 분위기도 바뀐 법을 적용하긴 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과연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였던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가 막상 년초의 금속, 공공 노동조합 쪽에서 노총의 임단협지침을 관철시키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반전되었고, 결국 금년도 단체교섭의 최대의 투쟁성과를 단체협약상의 월차, 생휴조항 유지로 평가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꼬장꼬장한 사장을 생각할 때 “어차피 수당으로 보상하면 된다”는 말로 월차휴가를 유지하겠다는 말은 씨도 먹히지 않을 것이고, 노동조합 황 위원장이야 이미 “이바닥에서 매장......”까지 운운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이니만큼 주5일근무제에 대한 년초의 극단적 예측이 남의 회사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회사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이제서야 사태파악이 제대로 된 김 상무, 양 부장, 이 대리는 결국 올해 단체교섭이야말로 건곤일척의 대회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바야흐로 10여년간 조용했던 우리회사의 노사관계에도 전운이 몰아쳐 오고 있는 것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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