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에너지전환과 전력산업구조개편
[초점] 에너지전환과 전력산업구조개편
  • 송병훈 기자
  • hornet@energydaily.co.kr
  • 승인 2020.11.0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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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으로의 재통합, 로드맵과 통합적 대응 필요하다"
"국가 전략 차원의 '경쟁 위한 경쟁' 도입, 최선 아님 시사"
"공기업은 '비효율' 색안경 벗어야… 여러 이점 보유하고 있다"

[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지난 2004년 6월, 우리나라 전력분야는 물론 에너지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중대한 결정이 나왔다. 바로 IMF 상황속에서 진행됐던 전력산업구조개편 추진을 중단한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이미 1단계인 발전분할이 이뤄졌던 것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후 우리나라의 전력분야는 시장 자유화와 공공성 확보라는 명제를 두고 확실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정부의 철학과도 연관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가 기형적이며 비효
율적이라는 진단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떠한 방식으로는 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5일 국회에서는 '에너지전환과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고, 관심을 클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발표된 주요 내용을 담았다.

5일 국회에서 진행된 '에너지전환과 전력산업구조개편' 토론회 시작에 앞서 주요 내·외빈과 발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5일 국회에서 진행된 '에너지전환과 전력산업구조개편' 토론회 시작에 앞서 주요 내·외빈과 발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 = 최근 국내에서 실시된 연구들은 2020년대 후반기가 되면 대형 태양광과 원전간에는 그리드 패리티가 달성될 수 있다는, 보다 긍정적인 결론을 제시하고 있으나, 연구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긍정적인 결과는 유휴부지에 건설된 대규모 태양광발전의 경우에만 가능하며, 이는 곧 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과제임을 의미한다고 분석된다.

지역별·발전사별 연료 특화는 효과적인 에너지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효과적인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전력공기업의 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통합적인 컨트롤 타워로서 한국전력의 역할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또한 장기에 걸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전력·에너지 산업의 공익적 관리기반을 강화한 후 그 기반 위에서 순발력 있는 민간기업의 기여를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달성을 위해서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투자가 필수적이다. 대형 발전시설은 건설의 효율성 측면에서 중소형 시설보다 우위에 있고, 발전시설 규모 증가에 따라 발전비용도 감소한다.

현재 지역주민과의 갈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빈히 발생하고 있고, 지자체도 단기적인 관점에서 허가여부 결정하는 비율이 높다. 이같은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적이고 중앙집권화 제도를 갖출 필요하다.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공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주저하는 사이, 세계경제의 판도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다른 국가들이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선진국들이 RE100을 통상장벽화 한다면 수출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재생에너지가 소규모, 분산형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규모의 경제도 작동하는 에너지원이다. 공기업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할 능력이 있으면서, 민간대기업과 같이 이윤극대화에 좌우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전환이 과도한 이윤추구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안현효 대구대학교 교수 = 기존의 전력산업구조개편은 경쟁적인 시장메커니즘을 전력시장에 도입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 경쟁적 시장의 실현 가능성, 정책적 목표, 목표와 방법에 대한 사회적 동의 등이 결여됐다고 판단된다. 북유럽이나 미국은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서로 연결된 전력공급망을 갖추고, 시장을 형성할 유인과 필요성이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공통적으로 존재했지만, 우리나라는 그와 같은 필요성이나 사회적 공감대 없이 성급하게 민영화 중심의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시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의 전력산업은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전력의 공급 ▲에너지전환 대응 ▲세계 에너지시장 대응능력 제고 ▲공공성의 확보 ▲전세계적인 탄소배출 저감 노력, 자원민족주의 심화, 실리적인 전력산업 운영 필요성의 인식,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급격한 수요 변화 가능성 증대,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ICT 와의 융합 강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 등에 대해 깊게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전략적 차원에서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통합적 전력공기업의 대안으로는 수직재통합과 부분통합이 존재하겠으나, 가장 현실적인 전력공기업 재통합 방안은 발전자회사들의 한전으로 재통합이다.

한전은 발전부문을 운영했던 경험, 한국의 전력인프라에 가장 많은 투자와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현재 지분 일부가 민간에게 이양됐으나, 여전히 잔여지분을 통해 정부의 지배력과 공공성이 유지할 수 있는 부분적으로 민영화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또한 수직재통합은 한전의 적자 해소 및 연료 도입 등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충분하며, 안정적·안전한 송전 배전망 관리에 더 적합하다. 한전의 기업가치 상승과 공공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지배력을 통해 재통합을 추진할 수 있으나, 구조조정을 포함한 효율성 제고 방안 또는 통합을 통한 경영개선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그리고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는 중복기능 조정과 이에 따른 인력재배치가 수반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갈등 발생 가능한만큼 한전이라는 단일회사로 다시 재통합하는 과정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현재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적지 않은 딜레마에 놓여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전력산업은구조개편의 계속 진행도 아니고 분할 이전 상태로의 복귀도 아닌 진퇴양난의 상태에서 20년 가까이 불안정한 상태이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선진화 및 정상화 정책 아래 사실상의 우회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전력산업의 불안정은 더욱 심화됐다.

또한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는 2011년 이명박정부 하에서 시장형공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예산·감사 등 경영전반이 정부의 직접통제 하에 놓이게 됐고, 한전 사장과 발전자회사 사장 간에 이루어지던 경영계약 역시 지식경제부 장관과 발전자회사 사장 간에 이루어지게 됐다. 한전의 자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모회사로서의 경영 지휘와 조율이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 및 국회로부터 모회사로의 책임 이행 및 역할 수행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전은 발전자회사의 경영실적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부담하고 있는, 모회사로의 실질적 권한은 없는 반면, 책임만 부담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단기적으로 발전자회사만의 통합이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평분할된 발전회사의 통합이라는 의미는 있지만, 수직분할된 전력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방편으로 분석된다. 한국 전력산업의 수직재통합이 연료구매 및 인력운용에서의 규모의 경제 뿐만 아니라 전력공급의 안정성과 효과적인 에너지 전환에서의 범위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구조를 에너지절감구조로 바꿔가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향후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원자력과 석탄의 발전 비중을 줄이는 만큼 재생에너지 발전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주는 공급 안정성의 확보와 함께 가격안정성의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세계적으로 에너지원 간 대체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산업 및 관련 산업 간의 시너지효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융합모델이 증가하는 경향을 주목하면서 에너지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New One KEPCO'의 공론화를 위해서는 ▲국민적 동의를 위해 국회, 언론, 학계 등의 여론 환기 ▲전력산업 당사자들의 내부 동의와 연대 활동 제고 ▲가칭 에너지전환과 전력재통합을 위한 전사적(全社的) 노사연석회의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과 연대 확대 ▲한전의 지역단위 및 발전회사별로 지역 주민과의 소통 및 연대 모색 등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 정혁 중앙대학교 교수 = 현 구조의 비효율성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속에 현 구조에 대한 평가 연구들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 경쟁을 위한 경쟁 도입은 반드시 최선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전력공기업 수직재통합은 연료구매, 인력운용, 연구개발 등에서 비효율을 제거하며 규모의 경제 효과, 전력공급의 안정성,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범위의 경제 확보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전력공기업 수직재통합을 통한 기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해당 공기업, 정부, 정치의 역할과 책임이 커져야 한다. 따라서 이들 세 주체의 대응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돼야 한다. 또한 일관성  책임 있는 구조개편 과정이 필요하다.

◎ 유승재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위원장 =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20년이 지났다. 이 기간 정부는 공기업선진화,
정상화 등의 관리·통제하는 식의 정책으로 전력산업을 손질해 왔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전력산업의 경영 비효율과 적자 지속 및 여러 형태의 사회적 갈등 유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전력산업의 민영화로 인해 에너지 주권이 거의 상실될뻔한 사례는 여러 EU 국가를 통해 찾아볼수 있다. 지금 EU는 민영화했던 에너지산업을 다시 공적 영역으로 가져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전력산업들은 경쟁력을 위해 수직적·수평적 통합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전력회사들도 글로벌 리더로서의 규모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수직적·수평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경쟁력이나 효율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 물론 이같은 색안경이 그냥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관료주의적 운영이 문제라고 한다면, 이 문제를 민영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전력산업의 수직적 통합구조는 공공성 확보, 보다 저렴한 전력가격, 해외진출, 연료구매, 기후협약 대응, 에너지 안보 대응 등 여러 측면에서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전력 본사 전경
한국전력 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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