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10)
WTO 협정 상의 지역 경제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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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협정 상의 지역 경제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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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2.16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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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섭 국제무역학부 교수
부산대학교 하부국제통상법연구센터 소장

국제 통상 분야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국경무역이나 제한적인 지역적 협정은 협정에 가입한 회원국들간에 특혜를 상호 부여하는 것으로서 이는 WTO 협정을 구성하는 GATT 1994의 무차별적인 최혜국대우의 정신에 위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ATT에서는 예외적으로 지역적 경제 통합이나 자유 무역 협정을 예외적으로 인정하여 왔으며 이미 GATT 성립 이전에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브르크 3국간에 관세동맹이 성립된 일이 있었다.

일정지역에 있어서의 이러한 지역 경제 통합체제를 GATT에서 인정한 논리적 근거는 “한 지역 내에서의 자유무역의 긍정적인 혜택은 그 지역의 생산성과 부를 향상시켜 결국 그 통합 체제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들로부터 보다 많은 구매를 하게 함으로써 전세계적인 부를 향상시키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즉 이러한 통합체제들이 체제 내에서의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무역을 함으로써 여타국가들과의 무역을 위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무역을 새로이 창출(trading creating)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는 GATT가 추구하는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었다.

지역 경제 통합은 크게 관세 동맹과 자유 무역 지역의 두 가지 형태로 이루어진다. 관세동맹이란 체약국이 상호간의 무역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무역장벽을 만들지 않고 역외국가와의 무역에 대하여는 공통의 관세나 기타의 통상규칙을 적용하는 경제통합의 형태이다.

자유무역지역은 체약국이 상호간의 무역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무역장벽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관세동맹의 경우와 같으나 역외국가와의 무역에 있어서는 각 체약국은 각각 독자적인 기존의 관세나 기타의 통상규칙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제통합의 형태이다.

즉 관세동맹은 가맹국 사이에 무역제한조치(관세 및 제한적 통상규칙)가 실질적으로 동맹국들간의 모든 무역에 있어서 폐지되고, 비가맹국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단일의 무역제한조치를 적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관세동맹이 공통의 역외관세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가맹국의 입장에서는 관세가 인상되고 또 다른 가맹국으로서는 관세가 인하될 수도 있기 마련인데 만약 어떤 관세율인상이 GATT의 양허 의무를 저촉하는 경우에는 보상적 양허를 다시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자유무역지역의 경우에 역외국가에 대한 공통의 관세와 통상규칙을 적용할 필요가 없는 점과 관련하여 원산지 문제가 있다.

자유무역지역에서는 공통의 역외관세를 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정 상품에 대하여 저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어떤 자유무역협정 가맹국이 역내의 무관세혜택을 이용하여 동상품을 수입한 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역내의 타국가에 재수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지역은 이 같은 관행을 방지할 수 있는 규정을 충분히 마련하여야 한다.

그러나 자유무역지역 등 경제통합은 반드시 무역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와 동시에 배타적인 무역 체제를 유지하는 무역전환(trading diverting)의 효과도 가져온다. 예를 들면 한국과 일본이 자유무역지역을 형성하여 한국이 역외지역인 미국으로부터 수입해 왔던 재화를 면세혜택으로 인해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올 경우 미국으로서는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무역 특혜는 GATT의 최혜국 대우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으며 통합에 참가하지 않는 역외국가들의 무역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은 지역 경제 통합 협정들은 참가국들에게 교역상의 우대조치를 부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정하고 있고 이러한 속성 때문에 지역협정에는 GATT의 최혜국 대우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물론 지역경제통합에 있어서 경제적 효율성 제고가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정치적인 동기도 지역경제통합을 추진하는 중요한 목적의 하나이며 지역경제통합은 당해지역의 정치 외교적인 안정과 방위력을 증진시키는데 있어 바람직한 수단으로 인식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GATT의 기본 원칙인 최혜국 대우의 원칙에 반하는 지역 경제 통합을 인정한 것은 이것이 경제적으로 무역 창출 효과가 많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현재의 EU와 같은 경제통합은 단순한 무역 창출의 긍정적 효과만 가지고 그 당위성을 설명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이 문제를 실증적으로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지구상의 한 두 나라를 제외하고는 지역 경제 통합을 형성하고 있음이 현실이다. 특히, 세계 시장의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WTO 체제는 GATT 체제보다도 훨씬 강력한 무역 규범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 경제의 통합은 WTO 협정의 제일 원칙인 최혜국대우와 무차별의 원칙에 기본적으로 상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ATT 체제에서보다 WTO 체제 출범 이후 지역 경제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즉 자유 무역 원칙이 보호 무역보다 인류의 후생 복지 수준을 높일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본다면 세계 모든 나라들이 (2004년 2월 16일 현재 한국과 몽골을 제외한) 크게는 WTO 자유 무역의 혜택을 누리면서 동시에 지역 경제 통합 내에서의 이중적인 자유 무역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것에 비하여 우리는 WTO 체제에서의 모든 의무는 타회원국들 이상으로 부담하면서 지역 경제 통합으로부터 오는 자유 무역의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 국민이나 정부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국제 통상 환경은 우리 나라의 독자적인 단일 경제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우호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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