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3분의 2, 신속한 행동 필요 “2050 넷제로 달성, 비용보다 편익 커"
2075년 기후변화 대응 비용 연 30조원, 전 세계 GDP 5% 수준 달할 전망
[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전 세계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치러야 할 비용이 머지않아 연간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을 신속히 감축할 경우 그에 수반되는 비용 대비 얻게 될 편익이 클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기후미디어허브가 30일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 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Integrity)는 기후변화에 정통한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성’을 묻는 연구조사를 진행했다 .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 대부분은 기후변화 대응이 더딜 수록 전 세계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 외에도 국가 내 불평등 및 국가간 격차를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하는 이들도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각 분야별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에 기후 관련 연구를 발표한 경제학자들에 설문을 보내 응답을 취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는 총 738명으로,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관한 경제적 전망을 조사했던 연구 가운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번 연구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데렉 실반 뉴욕대 정책 연구소 전략책임자는 “경제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신속히 감축해야 한다고 답했고,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위해 필요한 여타 기술 비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며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해 즉각 대응하고 에너지를 전환하는 편이 비용대비 편익이 크다는 데 다수의 경제학자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지난 2015년 연구소에서 같은 조사를 실시했을 때와 비교해, 기후변화로 인한 비용을 보다 심각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냈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 중 74%가 “즉각적이고 과감한” 행동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5년 응답자 50%만이 같은 응답을 했던 데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또 설문에 응한 경제학자 중 압도적 다수(98%)는 지금 당장 과감한, 또는 “일정한 수준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뉴욕대 정책 연구소의 경제학 책임자인 피터 하워드는 “경제 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대가가 상당하며, 재앙적인 수준으로까지 커질 수 있다는 데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는 신속히 기후대응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데 대한 경제적 근거를 제시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신속한 행동 필요, 2050년 ‘넷 제로’ “비용 대비 편익 커”
기후변화 대응에 소요되는 비용은 기후 행동을 늦추거나 회피하는 핑계로 이용되곤 한다.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근거로 이를 반대하거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라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학자들의 예측을 종합하면 2025년 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연간 손실은 1조7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 대로라면 2075년 기후변화로 인해 연간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30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전 세계 GDP의 5%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한 응답자의 76%는 기후변화가 해마다 경제적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 성장률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속한 배출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제 전망이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한편 온실가스 감축에 드는 비용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생산가격이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65%는 태양광, 풍력 외 여타 청정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도 생산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 동안 기후변화 대응에 소요되는 비용과 대응을 통한 편익을 예측하기 위해선 기존의 경제 모델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주요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방식이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고 비판해왔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미국이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모델링하는 방식을 재검토하는 중이다.
국내 경제적 불평등, 국가간 격차 확대
이번 조사의 또 다른 중요한 결론은 기후변화가 각국의 경제적 불평등과 국가간 경제력 격차를 확대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 극복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 기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입게 되는 피해 규모는 이들 국가가 선진국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응답자의 89%는 기후변화로 인해 국가간 격차가 다소간, 혹은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응답자의 70%는 기후변화가 각 나라 내부의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각국에서 소득 하위 3분위와 상위 3분위의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3분의 2의 응답자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 0(넷 제로) 목표를 이룰 경우, 그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그것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이번 세기 말까지 기온 상승폭을 1.5°C~2°C 로 억제하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