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전력산업과 경제적 접근 -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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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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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발전
- '전력과 경제' 시리즈를 마치며

이창호 / 가천대학교 교수 (경제학박사)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1970년대 산업화에 접어든 이후 양과 질에서 커다란 발전을 이루었다. 전력은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국민생활의 필수재로 역할을 하였고, 전력수요는 수십배 늘었다. 그동안 발전소와 송전망을 적기에 건설하여 공급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공급비용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 수십년간 전력산업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대규모 전원개발과 이를 통한 비용최소화가 전력산업을 움직이는 동력이자 기준이었다.

2010년 이후 우리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끝없이 늘어날 것만 같은 수요 증가가 꺾이기 시작하였다. 지난 10년 동안 전력수요는 7, 80년대의 한해 증가율과 비슷한 15% 증가에 그치고 있다. 한편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문제가 대두되면서 1990년부터 시작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규범의 제약과 이행의 필요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제까지 전력산업을 지탱해오던 견고한 틀이 수요와 공급에서 동시에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산업 나아가 에너지산업에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양적인 성장에 익숙해진 전력산업은 수년 전까지도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송전망 구축에 힘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전력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여러 가지 변수들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급변하였다. 전력수요는 과거와 같은 제조업 중심의 증가에서 벋어나 IT화, 전기차, 저장장치, 전기에너지로의 전환 등으로 수요의 구성이 바뀌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수요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전력공급에서는 전원 구성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원전은 기피설비로 석탄은 온실가스 주범으로 낙인찍혀 줄줄이 퇴출되는데 반해, 태양광과 풍력단지 개발은 이제 흔한 뉴스가 되었다.

신재생발전이 늘면서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 풍력은 환경파괴와 출력 불안정, 바이오는 연료 대량수입이 그리고 연료전지는 높은 비용과 화석연료 사용이 발목을 잡고 있다. 줄어드는 원전과 석탄발전의 역할을 가스복합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가스는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과 비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앞으로 원전, 석탄이 계속 줄어든다면 재생에너지와 분산전원이 메꿔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용률이 낮고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진다면 이를 보완하는 백업 전원이나 저장시스템도 늘어날 것이다.

전력산업은 이제 기술의 종류와 운영방식은 물론 의사결정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전력산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표방해오던 전원의 선택기준도 이제 환경, 안전, 복지, 기술, 지역문제로 넓어지고 있다.

근래 들어 전력이 뜨거운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으며, 아마도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온실가스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 신재생에너지, 신기술 확산과 더불어 이해당사자가 늘다 보니 대립된 주장과 소모적인 논쟁도 늘고 있다.

객관적 관점에서 보면 일방적인 주장이 적지 않고, 억지 논리도 많다. 가장 심각한 것은 국가적인 문제가 몇 사람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현상이다. 수십년 국가 에너지시스템의 미래가 걸린 문제를 몇몇 집단의 기득권 유지나 사적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앞으로 전력산업은 진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등장하는 새로운 사업과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하도록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넓혀나가야 한다. 정부, 지역, 소비자, 전력회사, 발전사, 혁신적 투자자 등이 새롭게 참여할 수 있게 산업생태계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

투자에서 판매에 이르는 전주기 밸류체인을 통해 시너지 효과 발생하고 대규모 전력소비자가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신규투자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다. 글로벌 트랜드가 되고 있는 RE-100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생태계 조성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전력산업이 이제 '한국형 통합에너지시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단순히 지엽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전력시장 개편보다는 전력산업에서 새로운 기술진입을 허용하는 산업구조와 이에 필요한 새로운 규제체제를 마련하여야 한다. 기존의 RPS, ETS와 준비 중인 HPS, EERS가 연계될 수 있도록 에너지통합시스템 관점에서 설계하여야 한다.

유럽의 전력-가스시장 개방, 미국의 유틸리티 시장 등 외국에서는 이미 통합적 에너지산업으로 재편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 에너지산업의 흐름 또한 재생에너지, 분산에너지, 수요자원의 확산으로 공급과 수요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남을 때 전기나 열 또는 수소로 저장하고, 부족할 때 이를 다시 활용하는 전기-가스-열에너지의 통합화를 통해 지역 에너지자립과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신기술, 새로운 에너지시스템, 산업생태계의 흐름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발밑에 와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산업도 생기고 있다. 과거와 같은 경제적 기술적 잣대만으로는 산업도 일자리도 만들기 어렵다. 이제라도 새로운 관점에서 산업의 미래를 직시해야 한다.

지난 일년 반 동안 10회에 걸쳐 ‘전력과 경제’시리즈를 게재하였다. 전력산업에서 수요를 예측하고 설비를 짓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등 일련의 정책 및 의사결정과정에 기술적 기준과 더불어 경제적 지식과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를 전달코자 하였다.

흔히 말하는 전력정책이나 전력경제가 배경 지식이나 연구 없이 어느날 갑짜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관련 지식과 이론이 정립되었고 이를 통해 선행연구와 정책적 검토가 이루어져 왔음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도 있었다.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시키고 완성도를 높여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다만, 필자의 부족한 지식과 무딘 글솜씨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전력과 에너지 분야에서 많은 전문가가 육성되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시리즈를 접는다.

※ 이창호 교수님의 '전력과 경제' 시리즈는 여기에서 막을 내리지만, 칼럼의 집필과 연재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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