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6) - 건강의 신화와 건강을 위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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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3.2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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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진실

동반자살, 즉 자식과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이른바 가족 동반 자살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10년 전, 1년 전, 그리고 지금도 한치도 틀림이 없이 똑 같은 반응이다. 이러한 반응의 대표적인 예를 보면 “애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애들을 독립적인 인격체가 아니라 자기의 소유물로 생각하기에” 부모들이 동반자살을 꾀한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기의 소유물로 생각하기에 죽이고 죽은 것일까? 도대체 어린 자식들과 같이 죽는 부모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기에 어린 자식들을 죽이는 것일까?

동반자살에 대한 언론의 반응과 비슷한 이야기 중 하나가, 연말연시에 불우 이웃 돕기에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더 잘 돕고, 어려울수록 이웃 간에 정이 많다는 속설이다. 이러한 속설로 부유한 사람의 이기심이나 개인주의를 비판하고는 한다.

이러한 비판은 정당한 것일까? 동물에게도 이와 비슷한 이웃돕기가 있다. 남미에는 동물의 피를 빠는 흡혈 박쥐가 있다. 박쥐들이 흡혈을 하고 동굴에 들어오면 박쥐들 중에는 배부른 박쥐도 있고, 굶주린 박쥐도 생기게 된다.

그런데 이 박쥐들은 배부른 박쥐가 피를 토해 굶주린 박쥐에게 주어 굶어죽지 않게 한다고 한다. 이것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만약 배부른 박쥐가 굶주린 박쥐에게 피를 나누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피를 항상 충분히 얻기가 어려운 박쥐들은 결국은 모두 죽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박쥐들이 서로 이웃을 돌보는 것은 서로 살기 위한 최선의 전략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협동을 하는 박쥐만이 진화의 결과로 살아남은 것이다. 불우한 이웃들이 서로 잘 돕고 정이 많은 것도 생존의 전략일 수 있다.

반면 부유한 사람들은 자라면서, 그리고 현재에도 남에게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성장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어찌 이웃 간에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겠는가? 어떻게 보면 이웃 간의 정도 생존을 위한 전략인 것이다.

다시 동반 자살에 돌아가 보자.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겨진 가족에 대한 염려라고 한다. 결혼한 사람이 미혼보다 자살률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요컨대 책임감이 죽음을 피하게 한다는 것이다.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세상 살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합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어린 자식이 있는 자살하는 사람의 마음은, 험한 세상에 어린 자식들만 힘들게 살 것에 대한 우려가 차라리 같이 죽어 죽어서라도 어린 자식을 돌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작용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분석하면 과학과 의학은 굉장히 차갑게 느껴진다. 그 반면 소위 말하는 대체의학이나 보완의학, 민간요법 등의 비주류 의학은 따뜻한 인간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과연 무엇이 인간을 위하는 길일까? 동반 자살을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여야 할까? 단순히 어린 자식과 함께 죽는 가장을 비난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필자는 그래서 차가운 진실을 선택한다. 차가운 진실이 언뜻 보기에는 차가와 보여도 궁극적으로는 올바른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니, 진정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차가운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의사로서 냉정하지 못하고 감정에 휘둘린다면 환자에게 이보다 더 위험한 것도 없을 것이다.

김승열 / 강릉 동인병원 응급의학과장,
영동 응급의료 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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