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칼럼] 탄소중립과 원전… '청와대는 응답하라'
[E·D칼럼] 탄소중립과 원전… '청와대는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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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0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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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올여름 미국 서부지역이 사상 최악의 가뭄에 헐떡거리고 있다. 지난 겨울 극심한 가뭄으로 시에라 산맥에 눈이 내리지 않은데다 혹서를 동반하는 열파가 지난해보다 한 달 일찍 찾아왔다. 캘리포니아주엔 대형 저수지가 아홉 개 있는데 여기저기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수력발전도 멈춰야 할 판. 대지와 산림도 말라가며 산불이 크게 번지고 있다. 올 들어 3373㎢ 넘게 탔는데 제주도 면적 2배에 가깝다.

대륙성 기후인 한반도에서도 폭염, 홍수, 가뭄은 일상이 된 지 오래,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이상할 정도다. 게다가 태풍까지 빠짐없이 닥쳐온다. 20세기 들어 서울에 폭염이 없었던 해는 아홉 번이니 폭염은 91% 확률로 한반도를 찾아왔다. 2011년 이후 여름은 1981년~2010년보다 더워졌다. 8월 상순은 1.8도나 올랐다. 명백하고 실존하는, 잠시도 잊어선 안 될 위협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기후변화 원인 중 하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세계는 ‘탄소중립’으로 나아가고 있다. 탄소를 만들어낸 만큼 빨아들여 대기 중 탄소량이 더는 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려면 화석연료를 떼고, 나무를 심고, 탄소를 어떻게든 없애야 한다. 합성연료로 만들어 땔 수도 있지만 결국 탄소와 증기가 다시 나와 병 주고, 약 주는 꼴이니 결국 신재생과 원자력이 답이다. 따라서 각국이 맞춤형으로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독일은 지난 5월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겼다. 이번 계획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기후변화대응법에 일부 위헌을 결정한 지 일주일 만에 제시됐다. 연방헌재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정한 기후변화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 이후에 더 급격하게 온실기체를 감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 ‘청소년기후행동’이 온실기체 감축 목표를 소극적으로 규정한 현행 법령이 청소년의 생명권과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등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제 더는 조속하고 적극적인 탄소중립이 먼 나라 얘기가 아니게 된 것이다.

앞으로 정부가 적어도 여섯 번 바뀔 때까지 지속 가능하고 집행 가능한 합리적인 전략을 인문, 사회, 과학적으로 숙의해야 할 때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처할 방법으로 우선 혁신적 에너지저장장치 개발이 시급하다. 수소경제 활성화는 필요하겠지만 독일 유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손사래 치는 걸 보면 아직은 미완이다.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시작품(試作品)이지 은탄환(銀彈丸)은 아니란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의 에너지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은 고립된 전력계통, 수입에 기대는 에너지 수급,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저탄소 안정적 기저 전원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2%까지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일본은 5기 원전을 재가동해 현재 총 9기의 원전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이 친원전 기조로 선회한 배경도 주목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반원전 입장을 고수하던 민주당은 지난해 8월 탄소 순배출량 ‘0’을 달성하기 위한 청정 에너지원에 첨단 원자력을 추켜들었다. 50년만에 민주당이 원전 지지로 돌아설 만큼 원자력 없이는 탈탄소가 어렵다는 소리다.

바이든 행정부가 꺼낸 해법은 소형원전. 대형원전에 비해 주민수용성 부담을 경감하면서 전력망도 안정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저비용으로 단기간에 건설할 수 있는 소형로를 창원 공장에서 양산하게 된다면 대형로와 함께 국내 건설은 물론 수출 시장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다. 청와대는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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